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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의 기적, 봅슬레이에 뜬 은빛 태양


입력 2018.02.25 13:02 수정 2018.02.25 13:03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2인승과 달리 조추첨 행운도 깃들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썰매 종목의 불모지가 아니다. 스켈레톤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에 이어 봅슬레이 4인승도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원윤종(33)과 전정린(29), 서영우(27), 김동현(31)이 구성한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이 25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대회 4차 시기에서 49초 65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은 1~4차시기 합계 3분 16초 38을 기록하며 독일의 니코 발터 조와 동률을 기록, 공동 은메달을 차지했다.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조는 3분 15초 85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실 4인승 팀은 원윤종과 서영우의 2인승 팀에 비해 관심이 덜했다. 그간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세계랭킹도 50위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29개 조 중 최하위였다.

앞서 경기를 소화한 2인승 팀도 6위에 그치면서 4인승 팀에 대한 기대는 더 낮아졌다. 메달보다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5위권 진입을 노리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였다.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은 24일 1차 주행에서 48초 65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9번 코스에서 두 차례 충돌을 일으켰지만 48초대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2차 시기에서도 49초 19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전체 4위를 차지했다. 스타트는 1차 시기보다 늦었지만 안정적인 주행으로 만회했다. 총 1분 37초 84의 기록으로 종합 2위에 올랐다.

3차 시기에서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스타트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했지만 원윤종이 최고의 드리이빙 감각을 뽐냈다. 만만치 않은 1~5번 코스를 잘 빠져나왔고, 9번 코스에서도 전혀 충돌이 없었다. 결승선을 48초대에 통과하면서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운명의 4차 시기는 완벽에 가까웠다. 충돌 없이 각 코스를 통과했고, 패스트 라인을 질주했다.

봅슬레이 4인승 팀의 선전에는 남모를 노력이 숨어있었다. 대표팀은 지난해 12월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대비해 평창 트랙에서만 훈련했다. 월드컵 출전 포인트가 떨어지면서 세계랭킹이 하락하더라도 홈 트랙 이점을 최대한 살려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였다.

대표팀은 하루 6~8회 실전 훈련을 소화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평창 트랙에서 집중 훈련한 결과 스타트를 0.05초까지 단축했다. 지난달 31일 썰매종목 미디어 데이에서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이 “2인승보다 4인승이 훨씬 더 성적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행운도 따랐다. 1차 레이스 주행 순서 추첨에서 첫 번째를 배정받았다.

봅슬레이는 일반적으로 먼저 주행할수록 유리하다. 경기를 치를수록 썰매날에 의해 트랙 위 얼음이 손상돼 노면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2인승의 부진은 1차 레이스에서 가장 마지막인 30번째 순서를 뽑았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2인승에서의 아쉬운 성적도 4인승에서 큰 도움이 됐다. ‘대표팀 맏형’ 원윤종은 2인승과 4인승 모두 파일럿(조종수)이었다. 한때 2인승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실력이 상당했다.

그러나 2인승 주행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1차 주행부터 얼음벽에 두 번이나 부딪혔다. 홈 트랙에서 누구보다 많이 훈련했지만 예상치 못한 실수에 흔들렸다. 100분의 1초 차이로 메달 색이 바뀌는 썰매 종목에서 실수를 뒤집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2인승에서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았다. 원윤종은 주행 조 추첨 행운까지 더해지면서 최고의 썰매 조종수란 명예를 회복했다.

한국 봅슬레이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아시아 ‘최초’이기도 하다. 한국은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강광배가 이끄는 4인승 팀이 처음 올림픽을 밟은 이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자국에서 치른 이번 올림픽에서도 4인승은 2인승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남몰래 흘린 땀방울과 행운, 아쉬움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뒤바꾼 지혜가 더해지면서 값진 성과를 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썰매 종목의 ‘강자’로 우뚝 섰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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