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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차기 회장 선임 무산...'사상 초유' 지도부 공백 사태


입력 2018.02.22 14:12 수정 2018.02.22 15:22        이홍석 기자

중기 출신 첫 회장, 대기업 회원사 반대로 무산

회장·부회장 모두 사퇴...협회 운영 차질 불가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이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제 49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정기총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이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제 49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정기총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중기 출신 첫 회장, 대기업 반대로 무산
회장·부회장 모두 사퇴...협회 운영 차질 불가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차기 회장 선임이 무산됐다. 중소기업 출신 첫 회장이 사실상 물 건너간 가운데 회장과 상임부회장이 모두 사퇴하면서 협회 운영 공백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경총은 2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제 49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채 회장 선임을 추후에 하기로 하고 마쳤다.

이 날 총회에서 박병원 현 회장이 사임하고 김영배 상임부회장도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차기 회장 선임도 미뤄지면서 경총은 사상 초유의 지도부 공백 상황을 맡게 됐다. 박병원 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지만 명예회장은 공식업무에 관여할 수 없는 자리다.

차기 경총 회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박상희 대구 경총 회장의 선임 건도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회장 선임을 위한 전형위원회를 6명의 위원들로 구성했다. 위원장은 박복규 경총 감사(전국택시연합회 회장)가 맡고 위원들은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영태 SK 부회장, 정지택 두산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용이 경기경총 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동웅 경총 전무는 이 날 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날 전형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노사 관계 최일선에 서게 되는 경총에 적합한 인물을 좀 더 찾아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회장 적임자를 빠른 시일내에 선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경총 회장으로 추대된 것으로 알려졌던 박상희 회장이 이 날 총회에서 선임되지 못한 것이 대기업 회원사들의 반대로 인한 것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박상희 회장은 중소기업 미주철강의 대표로 18~19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과 16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역임한 뒤 2010년부터 8년간 대구경총 회장을 맡아오는 등 첫 중기 출신 경총 회장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박 회장은 지난 19일 10여명으로 구성된 경총 회장단이 모임을 통해 차기 7대 회장으로 추대한 인물이다. 경총은 박병원 현 회장이 거듭 연임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후임자 물색에 들어갔지만 인물난에 어려움을 겪자 박 회장을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 날 총회에서 현대차 등 대기업 회원사들이 중기 출신 회장 선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박 회장의 선임은 안건으로도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희 회장은 이 날 총회 도중 회의장을 나와 "대기업 회원사들이 중소기업 출신 회장 선출에 반대했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보고도 없었고 회장을 선임하는 전형위원회를 대기업 위주로 구성하는 등 중기 출신 첫 회장 선출에 대한 대기업들의 반대기류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회장을 선임하는 전형위원회도 총 6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기업 인사로 구성되면서 반대기류가 확고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지난 19일 회장단에서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해서 수락했는데 이제와서 대기업들이 반대하니 당황스럽다”며 “지방경총 회원사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기대감이 높았는데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형위원회는 회장을 선임하는 기구인데 안배를 잘 해야 되는 것인데도 중소기업 출신 1명을 제외하면 모두 대기업 인사들”이라며 “이런 선임 과정은 있을수 없으며 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온다고 해도 위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총은 "회장직에 좀 더 적합한 인물을 찾아 보자는 취지로 회장 선임을 연기했을뿐"이라며 "박상희 회장도 후보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경총은 "전형위원회가 빠른 시일 내에 회장 적임자를 찾을 것"이라면서 "이르면 이 달 말까지 선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웅 경총 전무는 “전형위원회는 여러 후보 중에서 적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것이지 추대된 인물을 뽑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식적으로 내정이라는 절차는 없었고 다만 회장단 회의때 한 두분이 (박상희 회장에게)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날 총회에서 중기 출신 첫 회장에 대한 대기업 회원사들의 강력한 반대기류가 확인된 만큼 박상희 회장의 선임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 날 차기 회장이 선임되지 못한 가운데 박병원 현 회장과 김영배 현 상임부회장이 모두 사퇴하면서 경총은 사실상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이와관련, 이 전무는 “회장과 부회장이 없지만 부회장단이 있어 공식적인 업무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 명예회장이 되신 박병원 회장도 공백 최소화를 위해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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