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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추월 파문, 본질은 결국 ‘방관자’ 빙상연맹


입력 2018.02.21 16:52 수정 2018.02.21 16:5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여자 팀추월 경기서 선수들 간의 불협화음

국민들의 분노, 이제는 빙상연맹으로 향해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은 최악의 불협화음을 내고 말았다.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은 최악의 불협화음을 내고 말았다.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의 상호 공방전이 쉽게 매듭을 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보름-박지우-노선영으로 구성된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지난 19일 준준결승 경기서 3분03초76에 골인하며 7위에 그쳐 탈락했다.

결과보다 주목을 끌었던 부분은 과정이다. 당시 대표팀은 레이스 막판 김보름과 박지우가 치고 나갔고, 맨 뒤에 있던 노선영이 처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팀플레이가 가장 중요시되는 종목이었지만 이를 찾아볼 수 없는 볼썽사나운 장면이었다.

국민들의 극에 달한 분노는 이후 인터뷰 등을 통한 폭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김보름은 경기 직후 인터뷰서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논란에 기름을 부었고, 이튿날에는 백철기 감독과 노선영이 서로 다른 채널을 통해 상호 공방전을 펼쳤다.

빙상계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파벌 싸움과 각 집단의 이익 추구, 이로 인해 애꿎은 선수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 골자다.

빙상연맹은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서 이른 바 ‘한체대’와 ‘비(非)한체대’ 선수들의 파벌 싸움으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3관왕에 오른 안현수가 우승을 하고도 동료들과 얼싸안지 못한 장면이 눈에 선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4년 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대회 후에는 특정 선수들의 성적을 밀어주는 이른바 ‘짬짜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때에도 피해자는 징계를 받은 선수들이었다.

2014 소치 대회에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단 한 개의 메달도 얻지 못했다. 한국이 가져야 했던 메달은 안현수(빅토르 안, 금3 동1)가 러시아에 바쳤고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빙상계의 대부인 전명규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연맹 내 파벌 싸움 다시 발생했다는 의혹이 파다했고, 이로 인해 전 부회장이 지난해 복귀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사건의 당사자인 김보름도 피해자 중 하나다. ⓒ 연합뉴스 사건의 당사자인 김보름도 피해자 중 하나다. ⓒ 연합뉴스

이번 김보름 관련 긴급 기자회견 때도 마찬가지다. 백철기 감독이 총대를 메고 마이크 앞에 섰지만 경기 상황만을 해명하는데 그쳤다. 피해를 본 노선영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 없었고, 이 같은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연맹 관계자는 입장은커녕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국민들 역시 비난의 화살을 더 이상 김보름, 노선영에게 겨누지 않고 있다. 이들 역시 어른들의 이권 다툼에 휩싸인 피해자들이기 때문이다. 평창 대회가 끝난 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해 보이는 빙상연맹이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이와 같은 일을 또 경험할 수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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