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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족쇄의 역설] 안전진단 강화 "서민 주거환경 악화"…업계 먹거리 비상


입력 2018.02.21 15:39 수정 2018.02.21 15:56        권이상 기자

사실상 아파트 노후연한 연장으로 주거불편 가장 초래

안전진단 통과 여부에 따라 양극화 심화, 업계 물량난 예고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 기준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이미 안전진단 검사를 통과한 단지와 그렇지 못한 단지의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양천구 목동 주공아파트 단지 전경.(자료사진) ⓒ연합뉴스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 기준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이미 안전진단 검사를 통과한 단지와 그렇지 못한 단지의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양천구 목동 주공아파트 단지 전경.(자료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업계에는 벌써부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잇딴 대책에도 급등하는 재건축 아파트값을 잡으려는 궁여지책으로 강화한 안전진단 기준이 되레 강남권 재건축의 희소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실상 노후연한이 늘어나 재건축이 미뤄지면 그곳의 사는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건설 업계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가 사실상 연한 연장으로 이어져 이에 따른 정비사업 수주물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는 ‘안전진단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재건축 사업 허용 여부를 평가할 때 구조안전성 배점을 20%에서 50%로 높이는 반면, 주거환경은 40%에서 15%, 시설노후도는 30%에서 25%로 낮추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 기준에 따르면 아파트가 무너질 위험이 없으면 재건축을 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강화돤 기준을 보면 정부의 정책이 주거환경 개선보다 ‘안전성’을 가장 중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건축이 임박한 노후 아파트들은 대부분 노후 배수관, 층간소음, 주차문제, 엘리베이터 부재 등의 주거불편을 겪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값 잡기에 급급한 나머지, 입주민들의 주거환경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며 “또 이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에너지 효율성 강화, 층간소음 방지 대책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 기준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이미 안전진단 검사를 통과한 사업지의 경우는 희소 가치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안전진단 통과로 사업을 추진 중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가격 상승은 불보듯 뻔하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가 재건축을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지역별, 단지별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이번 안전진단 강화는 기존에 안전진단을 받은 강남권과 안전진단을 앞둔 비강남권 아파트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미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물량 감소로 먹거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정부의 택지공급 줄어든 상황에서 재건축 아파트 수주로 매출을 올리던 건설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완공 후 30년을 앞둔 단지를 중심으로 1~2년 전부터 영업활동을 벌였는데, 이번 안전진단 강화로 앞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수주가능성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와 노원구 상계동 등 올해부터 나올 물량이 5~6년간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당분간 재건축은 첫 단계부터 큰 산을 넘어야 해 최소 2~3년 동안 ‘공급 가뭄’이 생기고 시공사는 일감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며 “인위적인 재건축 규제가 업계에 ‘공급 동맥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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