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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장 찾기 난망


입력 2018.02.22 06:00 수정 2018.02.22 07:57        부광우 기자

600조 굴리는 차기 자본시장 대통령 본격 인선 돌입

실상은 독이 든 성배…경력 제한에 정치권 외풍까지

국민연금공단이 반 년 넘게 비어 있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새 얼굴 찾기에 시동을 걸었다.ⓒ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이 반 년 넘게 비어 있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새 얼굴 찾기에 시동을 걸었다.ⓒ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이 6개월 넘게 비어 있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새 얼굴 찾기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무려 600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며 외견상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라 불리지만 실상은 제한된 환경 속 정치권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불편한 자리여서다.

이번에도 독이 든 성배를 선뜻 집어 들 인사를 찾기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제대로 불릴 능력 있는 인재를 불러올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다음 달 5일까지 기금운용본부장 공개모집이 진행된다. 이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사퇴한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만이다.

기금운용본부장 추천위원회는 이 기간 접수된 지원서를 검토, 면접심사를 실시하고 후보자를 이사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이후 이사장의 최종 추천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떨어지면 다시 이사장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 차기 기금운용본부장의 공식 임기가 시작된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 이사장 아래 나란히 위치한 경영진인 기금이사와 기획이사, 연금이사, 복지이사 중 기금이사직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장의 실질적 지위는 해당 임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말 기준 617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에 운용하며 자본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이에 매 인사 때마다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국민연금도 이를 모르지 않기에 그 어느 임원보다 인선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표면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화려한 자리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당사자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임기를 채우고 떠난 사례가 드물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실제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후 7명의 수장들 중 기본 2년에 연임 1년을 포함한 3년 임기를 채운 본부장은 조국준 2대 본부장과 이찬우 5대 본부장뿐이다.

최근 두 명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만 봐도 외풍에 휘말리며 일치감치 자리를 떠나야 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로 2016년 임명 당시부터 낙하산이란 비난을 받았던 강면욱 7대 본부장은 지난해 자진사퇴하며 2년의 기본 임기조차 채우지 못한 첫 기금운용본부장의 불명예를 안았다. 전임자인 홍완선 6대 본부장의 경우 연임 과정에서 이사장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연루돼 재판 중인 신세다.

정치권과 담을 쌓는다 해도 금융투자 전문가 입장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현실적으로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라는 평이다. 우선 기금운용본부장 임기를 온전히 마치고 나왔더라도 3년 간 다른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본부 이전으로 지난해부터 근무지가 전북 전주로 옮겨졌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그렇다고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연봉은 3억원 이하 수준이다. 이 역시 적은 돈은 아니지만 글로벌 자산운용사 입사 시 몇 년 안에 받을 수 있는 보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600조원이 넘는 기금을 다루는 수장에게 어울리지 않는 금액인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자칫 기금운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새 기금운용본부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로서 기관투자자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국내 주요 대기업 주식을 대량 보유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권한이 강화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정부가 기업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자율성을 도리어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주변 환경 상 현재의 구조 아래서 출중한 실력을 갖춘 기금운용본부장을 모시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 자리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중책이라는 점은 우려를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평균보다 낮은 연봉에 공직자 취업제한 규제 적용 등으로 인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인물이 아니고서야 기피할 수밖에 없는 자라"라며 "설사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정치권 등으로부터 휘둘리지 않을 확실한 실효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적임자 찾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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