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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세' 반도체, 미국 통상 압박 타깃될까 ‘전전긍긍’


입력 2018.02.20 06:00 수정 2018.02.20 08:18        이홍석 기자

세탁기·태양광 이어 철강에 관세 폭탄 예고...다음 유력한 타깃

특허·지재권 소송으로 압박하면 속수무책...정부 적극적 대응 요구

미국 정부가 세탁기와 태양광에 이어 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통상압박을 가하자 지난해 국내 최대 수출 규모를 보인 반도체가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업계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반도체 생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SK하이닉스 미국 정부가 세탁기와 태양광에 이어 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통상압박을 가하자 지난해 국내 최대 수출 규모를 보인 반도체가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업계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반도체 생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SK하이닉스
세탁기·태양광 이어 철강에 관세 폭탄 예고...다음 유력한 타깃
특허·지재권 소송으로 압박하면 속수무책...정부 적극적 대응 요구


미국 정부가 세탁기와 태양광에 이어 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통상압박을 가하자 지난해 국내 최대 수출 규모를 보인 반도체가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업계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 최대 53%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퍼 호황 속에서 국내 수출과 경제 성장을 모두 주도한 품목인 만큼 미국의 통상압박과 수입 규제가 가시화되면 그 파급력은 이전 제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클 전망이어서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 규제 이뤄지면 반도체 대미 수출 증가에 직격탄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17.1%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의존도가 높아졌다.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로 반도체는 대미 수출 비중으로만 보면 자동차·무선통신기기·자동차부품 등에 이어 네 번째다. 하지만 지난해 1~3위의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한 가운데 반도체는 소폭 증가(0.7%)했다는 점에서 수입규제가 가시화되면 악영향은 더욱 클 전망이다.

사실 반도체는 이미 지난 1996년 정보기술협정(ITA) 체결에 따라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지만 특허와 지적재산권 침해 등으로 문제를 삼으면 수입 규제 등의 제재를 취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특허 또는 지재권 침해를 주장하며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면 ITC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해 이를 인정하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 미국 정부가 수입 규제 조치를 위하는 방식으로 통상압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ITC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비트마이크로(BiTMICRO)의 특허 침해 제소에 따라 지난달 차세대 저장장치로 주목받고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관련 전자부품들에 대한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SSD는 기존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달리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적용해 처리 속도가 빠르고 내구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HDD를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337조는 미국 내 상품의 판매와 수입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 규정으로 불공정 무역행위를 조사하는 ITC는 이 조항에 따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나 판매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한국·중국·대만·일본 등 다양한 국가 기업들이 포함됐지만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0%대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7위인 SK하이닉스까지 포함하면 국내 기업들이 절대적인 상황이어서 조사의 주 타깃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 규범 무시하는 트럼프, 세이프가드 가능성...정부 적극 대응해야

또 ITC는 현재 미국 반도체업체 넷리스트가 지난해 10월 말 SK하이닉스의 메모리모듈 제품에 대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과 테세라 테크놀로지가 제기한 삼성전자의 메모리 패키징 기술의 미국 특허 침해 주장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반도체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반도체 수요가 있고 세탁기처럼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특허와 지재권 침해 문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현지 소송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굳이 특허나 지재권 침해가 아니더라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등을 통해 통상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세이프가드 조치가 발동된 세탁기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한국 내 생산 물량까지 적용된 사례가 있다. 당초 ITC는 한국에서 생산한 세탁기는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포함시킨 바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압박까지 더해지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이중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북 문제로 한-미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 통상 문제에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통상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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