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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노진규도 만족스러웠을 혼신의 레이스


입력 2018.02.13 00:27 수정 2018.02.13 10:34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자신의 올림픽 기록 중 가장 좋은 결과

평창서 동생 노진규의 꿈 대신 이뤄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 참가한 대한민국 노선영이 빙상을 가르며 역주하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 참가한 대한민국 노선영이 빙상을 가르며 역주하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노선영(콜핑팀)이 혼신의 힘을 다한 역주로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노선영은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분 58초 75를 기록했다. 전체 27명의 선수 중 14위.

5조 아웃코스에서 카자흐스탄 예카테리나 아이도바와 맞선 노선영은 긴장한 듯 출발선에서 총성이 울리기 전에 움직이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출발선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혼신의 역주로 아이도바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간 순위 3위에 올랐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이 뒷조에 버티고 있어 메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개인 최고기록(1분 56초 0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총 네 차례 출전한 자신의 올림픽 기록 중에선 가장 좋은 결과를 냈다.

또한 개인 순위도 종전에 소치 대회에서 기록한 29위보다 무려 15계단이나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고인이 된 동생 노진규가 그토록 밟고 싶어했던 올림픽 무대에서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친 것은 노선영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림픽 무대를 밟기까지 노선영은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노선영은 대회 전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어이없는 행정 착오로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권을 잃을 뻔했다. 당초 한국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어 노선영의 출전에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올림픽 팀추월에 출전하는 선수는 개인 종목 출전권도 획득해야 한다는 ISU 규정을 빙상연맹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노선영의 올림픽행이 좌절됐었다.

노선영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7-18시즌 월드컵 1~4차대회 1500m에서 34위를 기록했다. 32위까지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져 노선영은 결국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다행히 출전권 3장을 확보한 러시아가 1명만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결정하면서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이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게 됐다.

하지만 노선영은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쁜 빙상연맹의 태도에 울분을 토했다. 급기야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 참가한 대한민국 노선영이 빙상을 가르는 역주를 마친 후 숨을 고르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 참가한 대한민국 노선영이 빙상을 가르는 역주를 마친 후 숨을 고르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앙금이 완전히 풀릴 순 없지만 노선영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로 결정했다. 바로 고인이 된 동생 노진규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서다.

노선영의 동생이자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노진규는 지난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누나 노선영은 소치올림픽 이후 은퇴를 고려했지만 올림픽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동생을 위해 다시 4년을 준비했다. 극적으로 다시 찾아온 기회를 노선영도 마다할 수는 없었다.

경기 후 노선영은 “만약 동생이 (경기를) 봤다면 만족스러워 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온힘을 쏟아낸 소감을 밝혔다.

노선영에게 메달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올림픽 출전 자체만으로도 하늘에 있는 동생 노진규는 용감한 결정을 내려준 누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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