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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자동차판 대우조선해양' 되나?


입력 2018.02.12 14:08 수정 2018.02.12 14:13        박영국 기자

철수 가능성 언급하며 정부 지원 요청 '압박'

대규모 적자 누적에 판매 부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

한국지엠 말리부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검수하고 있다.ⓒ한국지엠 한국지엠 말리부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검수하고 있다.ⓒ한국지엠

철수 가능성 언급하며 정부 지원 요청 '압박'
대규모 적자 누적에 판매 부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


한국지엠 사태가 극단으로 흐르고 있다. 최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한국 철수설을 언급했고,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사장은 한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대규모 자금 지원을 통해 회생을 돕거나 철수를 방조해 대량 실업사태를 감수하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할 판이다. 그동안 수없이 논란이 있었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혈세투입’과 비슷한 양상이다.

12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7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각종 지원 방안을 요청한 뒤 11일 귀국했다. 앞서 엥글 사장은 지난달에도 한국을 찾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등과 면담했다.

그동안 흘러나온 금융 지원 요청설, 유상증자 참여 요구설 등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한국지엠 모두 부인하고 있다. 엥글 사장이 한국 정부에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를 지원해달라는 수준의 포괄적 대화만 오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회사에 정부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뻔하다. 국책은행이자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통해 금융지원이나 유상증자를 하는 것 뿐이다. 구체적인 방법이 언급되지 않았을 뿐 결국 어떤 식으로든 나랏돈이 한국지엠에 수혈되야 하는 것이다.

엥글 사장이 이동걸 회장을 만나기 직전 GM 본사에서도 의미심장한 일이 벌어졌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는 6일(현지시간)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지엠에 대해 “독자 생존이 가능한 사업을 위해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며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파산 뿐”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GM의 ‘한국 완전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동안 유럽사업 철수, 호주·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태국·러시아 생산중단 혹은 축소, 계열사 매각, 인도 내수시장 철수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전례로 볼 때 GM이 한국에서 손을 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타이밍이 상당히 절묘하다. 비슷한 시기에 본사에서는 철수설을 언급하고 해외사업 담당 사장은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이 ‘양동작전’을 연상케 한다. 두 사안을 연동시키면 ‘한국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철수하겠다’는 일종의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국지엠과 같은 대규모 사업장의 철수는 정부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한국지엠 본사 직원만 해도 1만6031명에 달하며, 한국지엠과 직간접적으로 거래하는 1~3차 협력사도 3000여개에 이른다. 한국지엠 노조 등은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관련 종사자와 가족 등까지 모두 30만명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GM이 ‘철수’를 무기로 압박한다면 정부로서는 모른 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원에 나설 수도 없다. 한국GM은 2014~2016년 3년간 약 2조원 가까운 손실을 냈으며, 지난해에도 6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4년간 총 2조5000억원대의 누적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GM 본사의 유럽 철수 등으로 해외 수출물량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내수 판매도 부진을 면치 못해 단기간 내에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잘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GM이 계속해서 한국철수를 언급하며 지원을 요청하면 끊임없이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미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부실기업에 대한 혈세투입 논란을 겪어왔다. 지난 2015년 대규모 부실이 발견돼 산은 등이 혈세 4조2000억원을 투입한 것도 모자라 지난해 또다시 2조9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지엠(옛 대우자동차) 모두 옛 대우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기업이라는 점에서 ‘악몽의 재현’ 이 우려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글로벌 소형차 생산기지로서의 메리트를 가질 만한 비용경쟁력이 있었으나, (임금이 크게 오른)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정부는 GM이 한국 사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지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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