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방문 기대 부푼 문 대통령, 운전대 잡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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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0월 20일 23:17:36
    평양 방문 기대 부푼 문 대통령, 운전대 잡은걸까
    <칼럼>핵 머리에 이고 살면서 '평화공존' 가능한가
    민족의 염원 이루겠다는 사명감으로 직진하는 그들
    기사본문
    등록 : 2018-02-12 05:17
    이진곤 언론인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마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손잡고 있다. 왼쪽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연합뉴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 국면을 파악하고 판단하자면 맥락이 이어져야 하는데 사실들이 얽히고설켜 가닥을 잡을 수 없다. 말이 흔하고 기사가 쏟아지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충격적인 장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한 줄에 꿰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북핵 대응은 내정문제 아닌데

    [Ⅰ]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참모들은 이미 한반도의 미래상 그림을 완성해 둔 게 아닐까? 핵무장을 한 북한 김정은 집단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게 현실적으로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선택이라고 판단했음직한 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①동계올림픽이 개막된 지난 8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올림픽 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문 대통령은 ‘우리 주권의 문제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북한핵’은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처음부터 국제적 문제였다. 일본으로서도 당연히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뜻이 이와 다르다면 그 점을 이야기 해야지, 일본 총리가 우리 주권을 훼손한 듯이 말한 것은 오히려 결례다.

    ②아베가 이런 주문을 한 것은 애초에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 아니라 올림픽 기간 중의 ‘연기’라는 데 이해당사국들이 인식을 같이 했음을 말해 준다.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태도에 중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 우려의 뜻을 표하며 훈수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

    ③미국 측도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미 합참의 케네스 메킨지 중장은 지난달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연합훈련이) 올림픽 기간에 겹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올림픽 후에 즉시 훈련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다음날 마크 네퍼 주한 미 대리대사도 “(한미훈련 영구 중단은)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의 입장도 그때까지는 미국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는 오는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정상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당초 이 방침엔 이론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문 대통령이 아베의 조언에 튀듯이 반발했을까?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문 대통령의 생각, 한국 정부의 입장이 달라진 탓이라고 보는 게 자연스런 추론이겠다.

    ④물론 문 대통령이 아직은 연합훈련 영구 중단을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급진전되면서 훈련 재개가 부담스러워졌을 수 있다.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다그치듯 말하니까 순간적으로 불쾌감이 일어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도 모른다.

    (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 일본에 대해 쌓인 게 얼만데 좋은 말이 나오겠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일반 국민의 경우이고, 외교부장관만 돼도 카운터파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외교관계를 접을 작정이 아니라면….)

    펜스 부통령까지 홀대하면서

    [Ⅱ] 같은 맥락이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 과제로 인식한다는 인상을 충분히 주고 있다. 이야기만 잘 되면 북한으로부터 ”쌍중단‘에 대한 동의는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문 대통령 초청이 그만한 양보는 가능하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 이 모멘텀을 살려내면 현 정부는 민족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누가 알겠는가, 노벨평화상까지 덤으로 주어질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①정부 주변의 일부 통일외교 전문가라는 사람들 주장으로는 현재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최선의 대책이다.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를 북한이 포기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자꾸 핵을 버리라고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만 낼 뿐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 아니던가.

    ②머리에 핵을 이고 사는 것도 ’평화공존‘이 전제된다면 아주 나쁠 것은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우리에게 쓸 게 아닌 만큼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민족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계기를 맞게 되는 만큼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과 연방제 통일의 시기가 앞당겨 진다고 할 수도 있다. 혹 이런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③김여정으로부터 김정은의 공식 초청 의사를 전해들은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말했다. 미국의 동의를 얻는 게 선결과제라는 뜻일 터이다. 평양 방문은 곧 ‘남북정상회담’을 의미하고 그것은 미·북 간의 ‘핵 대화’로 가는 징검돌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그런 방북을 반대해서 미국이 스스로 입지를 좁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을 법도 하다.

    ④미국의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선에서라면 북한과 평화협정을 채결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후 한반도 연방제 통일은 주변 강대국들의 협조 하에 추진될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통일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미국·일본 등은 북한을 압박할 명분도 계기도 잃는다. 운전석에 문 대통령이 앉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생각일까?

    (북한은 절대로 대등한 관계에서 대한민국과 평화공존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고려연방제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더라도 반드시 그들의 표현대로 ‘국토완정’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대남 도발과 압박을 멈출 리가 없다.)

    [Ⅲ] 문재인 정부는 마음이 급하다. 반드시, 하루라도 빨리 이뤄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①‘남북 정권 간의 연대’를 급선무로 여길 것 같다. 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을 북한의 평화공세에 헌정한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정부의 대북 정책 라인이 분주하다. 국민이나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는 빛도 없다. 유엔 혹은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측 인사들을 국빈 모시듯 했다. 마음이 급한 탓도 있고, 이른바 ‘촛불혁명정부’로서의 자신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여론조성 군단’의 힘 또한 당연히 크다. 이들이 받쳐주면 국체와 정체도 일거에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은 정권 안팎의 기운은 두려움을 느끼게 할 정도다.

    아무도 그들을 말릴 수가 없다

    ②마이크 펜스 미국 대통령에 대한 푸대접도 그 예 가운데 하나다. 펜스 부통령이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대동한데다 탈북자들과 대화 시간을 갖는 등 정부 관계자들의 심사를 건드린 측면도 있지만, 홀대 이유로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펜스가 북한 대표단과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막식장 바로 뒷자리에 김영남·김여정을 앉혔는가 하면 리셉션장에서 같은 헤드테이블에 김 위원장의 자리를 마련했다. 펜스의 입장에서는 축객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을 밀어내고 북한을 끌어당기는 형국이 됐다. 외세의 도움이나 간섭 없이 ‘우리민족끼리’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일까? 백일몽 같기만 한데, 일부에서는 그 가능성을 믿는 인상이다.

    어쩌면 오랜 이념적 신조(信條)에 대한 충성심일지도 모른다. 흔히 ‘전향’을 말하지만 종교에서의 배교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이념적 전향이라고들 한다. 미국과의 정면충돌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이 정부 주변에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③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놓인 장애를 걷어내는 데도 속도전·전격전이다. 지난 보수 정권들의 ‘적폐’라는 것을 단죄하기에 영일이 없다. 당시의 집권자와 그 측근들에게 파렴치범, 민중에 대한 반역자라는 주홍글씨를 확실하게 새겨주고 말겠다는 결기가 써늘하게 전해진다.

    ④이명박 전 대통령도 개막식과 리셉션에 모습을 보였으나 ‘내키지 않는 초청에 마지못한 참석’의 분위기였다고 들린다. 외국 정상이 아니라서 일반 출입문을 이용케 하고 일반석에 앉혔다는 설명이다. 대회를 유치한 전직 대통령을 국가원수급으로 대우한다고 해서 누가 잘못이라 하진 않을 텐데, 그런 배려는 없었다. 특별대우가 면죄부로 인식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까?

    [Ⅳ] 적어도 이점은 분명하다. 즉 “아무도 그들을 말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인식으로는 무모한 탈선이지만 이들에게는 정상궤도 복귀다. ‘민족의 염원’을 반드시 이뤄 주겠다는 사명감으로 김정은의 동생과 수하들을 극진히 대접했을 것이다. 3만 명이나 되는 북녘 동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넘어와 사는 이곳에서, 보란 듯이 그 압제자의 일족을 환영하고 환대하는 광경을 과시하다니! 휴전선 북쪽에 2천 수백만 명 겨레붙이들이 폭정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동포들이 아니라 독재자에게 환한 웃음을 보내고 비위를 맞추며 평양에서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는 표정을 보이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제 자신들이 만난을 무릅쓰고 걸었던 여정의 종착지가 가까워졌다고 믿어 더 당당해 진 것인가. 그렇다고 하자. 그러나 그 종점이 어떤 곳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조차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도 겪어보지 못했으니 어떤 나라일지 누가 알겠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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