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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평범함을 비범하게…강동원 '골든슬럼버'


입력 2018.02.09 09:01 수정 2018.02.09 09:01        부수정 기자

이사카 코타로 동명 일본소설 원작

한효주·김대명·김의성·김성균 합세

영화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CJ엔터테인먼트

배우 강동원 주연 영화 '골든슬럼버' 리뷰
한효주·김대명·김의성·김성균 합세


"'택배기사 강동원이 과연, 평범할까'가 가장 고민이었죠."

영화 '골든슬럼버'를 만든 노동석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이란다. 사실 영화 속 강동원은 평범하지 않다. 비범하다. 강동원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옷도, 우월한 기럭지로 매끈하게 소화하는 그다.

하지만 대중은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소탈한 옷을 입은 강동원은 단연 매력적이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요리한 재주가 뛰어나다.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 김건우(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골든슬럼버'(2008)를 원작으로 했다.

제목 '골든슬럼버'는 비틀즈의 노래 '골든슬럼버(Golden Slumber)'에서 따온 것으로 '황금빛 낮잠'을 의미한다.

택배기사 건우는 착하고 성실하다. 불의를 보며 참지 못하고, 거절을 하지 못한다. 조금 더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먼저 생각한다. 톱스타가 납치될 뻔한 순간 범인을 잡은 그는 모범시민으로 선정돼 유명세를 탄다.

영화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CJ엔터테인먼트

어느 날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친구 무열(윤계상)과 재회한 그는 눈앞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폭탄 테러로 암살당하는 사건을 목격한다. 국정원 요원인 무열은 조직의 계획에 의해 건우가 대선 후보 암살범으로 지목됐고, 누구도 믿지 말고 도망치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건우는 현장에서 도망치지만 순식간에 암살범으로 지목돼 공개 수배된다. CCTV, 지문, 목격자 진술 등 모든 것이 건우에게 불리하다. 무열이 남긴 명함 속 인물, 전직 용원인 민씨(김의성)를 찾은 건우는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다.

이후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누명을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선다. 하지만 건우가 도망칠수록 오랜 친구인 동규(김대명), 금철(김성균), 선영(한효주) 등 주변 인물까지 위험에 처한다.

'골든슬럼버'는 평범한 시민에서 한순간 암살범이 된 남자의 드라마틱한 도주극이다. 영화 시작 10분 만에 도주극이 시작되는데, 108분 동안 심장이 쫄깃해진다. 영문도 모른 채 쫓기게 된 건우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 그리고 반전이 거듭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마냥 속도감만 빠르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중간중간 인간미 넘치고, 허술한 건우의 모습이 깨알 웃음을 자극한다.

도주극의 외피를 입었으나 메시지와 감동도 잊지 않았다. 거대 권력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변형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건우를 통해서는 평범한 시민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외치는 사회 정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용기를 통해 희망을 길어 올린다.

건우·동규·무열·금철·선영 등 옛친구들 모습도 인상적이다. 어렸을 땐 마냥 친했지만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멀어져 간 친구들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도주극에서 눈물과 감동, 메시지 모두를 맛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CJ엔터테인먼트

건우는 영화의 중심을 꽉 잡으며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극 중 민씨는 포기하지 않고 덤비는 건우에게 "저 인간, 중독성 있네"라고 말한다. 남들은 다 '의심하고 살아라', '누구나 믿지 말아라', '모른 척하라'고 하지만 건우만은 다르다. '좀 손해 보고 살면 어때', '어려운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도와야지'라는 선한 가치관을 지녔다. 요즘 보기 드문 티 없이 맑은 사람이다. 선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건우는 영화의 희망이자, 이 시대의 희망과도 같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제60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노동석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노 감독은 "애정을 갖고 건우를 만들었다"며 "옆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배우 강동원이 지닌 소탈한 감성을 최대한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잘 전달하고 싶었다"며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이야기가 현실처럼 느껴지도록 노력했다. 관객들이 건우에게 감정 이입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CJ엔터테인먼트

영화엔 비틀즈의 노래 '골든슬럼버'를 강승윤과 이하이의 음색으로 편곡한 노래와 고 신해철의 노래 '그대에게'와 '힘을 내'가 나온다. 건우와 친구들의 행복한 추억과 어우러져 잔잔한 감성을 더했다.

영화의 9할은 단연 강동원이다. '하드캐리(혼자 주도한다는 뜻의 은어)'다. 택배기사 옷을 입어도, 20대 대학생으로 분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범접하기 힘든 외모를 지녔지만, 소시민 역할을 만났을 때 오히려 매력이 배가 됐다. 강동원의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다.

강동원은 "원작이 던진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서 영화화하면 메시지의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건우와 친구들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어렸을 적 친했던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들과 생각의 차이가 생겨나는 부분들을 영화에 잘 녹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첫 1인 2역에 도전한 그는 "특수분장에 신경 썼고, 나름 재밌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의성, 김성균, 김대명, 한효주 등 배우들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김의성은 악역을 벗어나 강동원을 도와주는 조력자로 나서 단단한 액션신도 소화했다. 한효주는 강동원과 풋풋한 로맨스 연기를 통해 극에 색다른 숨을 불어넣는다.

2월 14일 개봉. 108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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