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수소전기차 넥쏘, 쾌속주행의 대가는 깨끗한 물 몇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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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8월 16일 12:43:45
    [시승기]수소전기차 넥쏘, 쾌속주행의 대가는 깨끗한 물 몇 방울
    내연기관차 대비 이질감 크지 않아
    정지상태에서 순발력 탁월…고속주행시 가속 재미는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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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2-06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가 영동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현대자동차

    내연기관차 대비 이질감 크지 않아
    정지상태에서 순발력 탁월…고속주행시 가속 재미는 아쉬워


    외부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전기차를 넘어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구동하는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개념의 수소전기차 넥쏘(NEXO)를 현대차는 대규모로 고속도로에 풀어놓았다.

    전문가가 아닌 기자들을 상대로 대규모 시승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이 차를 운용하는 데 있어 까다로운 주의가 요구되지 않는, 즉 양산 단계에 이르렀다는 자신감을 대변한다.

    5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출발한 45대의 넥쏘 중 한 대에 올라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 메달하우스까지 약 225km구간을 달려봤다.

    수소전기차는 친환경성 측면에서 어느 분야의 반론도 허용치 않는 완벽한 미래차 기술이다. 일반 전기차는 외부(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소일 가능성이 큰)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수소전기차는 정유공장 등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수소를 가져다 전기로 만들며 그 과정에서 배출하는 것이라고는 깨끗한 물 뿐이다.

    전기차가 현재와 미래에 절반씩 걸쳐있다면 수소전기차는 이제 막 미래에서 현재로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좀 더 진일보된 기술인 것이다.

    이런 특성에 맞게 넥쏘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는 전혀 다른 구동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엔진과 연료탱크 대신 전기모터와 연료전지 스택, 수소저장탱크를 품고 있다.

    시승은 주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의 조작감과 주행감 비교에 초점을 뒀다. 넥쏘는 신기하라고 만든 차가 아니라 '팔기 위해 만든 차'다. 대중들은 신기한 문물을 접하는 것을 즐기지만 구매 대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그것이 고가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현대차가 넥쏘를 ‘대중화’를 논할 정도로 많이 판매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소전기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솔린차 대신 넥쏘를 선택해도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일단 넥쏘의 내부는 크게 이질적이지 않다. 대화면 통합형 디스플레이와 브리지타입 센터콘솔 등 고급감을 살리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요소들이 눈에 띄지만 자동차 업계에 존재하지 않던 것들은 아니다.

    차를 출발시키고 운행하는 데 있어 유일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전자식 변속 버튼(SBW)이다. 기어봉을 잡고 앞뒤로 밀고 당기는 대신 버튼을 눌러 전진하고, 후진하고, 주차하는 방식이다 보니 영 어색하다. 센터콘솔에 팔을 얹고 손으로 기어봉을 살짝 쥔 채 주행하는 습관이 있는 운전자면 오른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사실 SBW도 완전히 생소한 시스템은 아니다. 그동안 출시된 전기차들은 대부분 SBW 방식이 적용돼 있다. 모터로 바퀴를 돌리는 방식인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는 변속기가 아닌 감속기를 사용한다. 기어를 바꿔가며 맞물리는 방식 자체가 불필요하니 버튼만으로 충분하다.

    브리지 형태로 운전석과 조수석을 가르는 센터콘솔에는 SBW를 비롯, 공조장치, 주행모드 선택버튼 등 수많은 버튼들이 정렬돼 있다. 시각적으로 깔끔하긴 하지만 막상 사용시에는 필요한 스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후진기어를 넣으려다가 히터 온도를 높이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사소한 이질감을 제외하면 넥쏘는 그냥 자동차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달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선다. 일반 자동차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넥쏘를 몰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가는 다른 넥쏘 차량들을 보니 일제히 배기구에서 물을 줄줄 흘리며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배기구만 깨끗하다면 마셔도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주행감 측면에서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정지 상태에서의 움직임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구동 즉시 최대토크를 내는 전기모터의 특성상 멈춰 있던 1.8t에 달하는 차체를 가볍게 움직이는 상태로 만들어준다. 시내 주행에서는 상당한 장점이다. 넥쏘의 최고출력은 113.kW(환산 145마력), 최대토크는 395N·m(환산 40.3kgf·m)로 2.0ℓ급 디젤엔진과 맞먹는다.

    반면 고속주행에서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앞서가는 차를 추월하는 맛은 다소 아쉽다. 풀악셀을 밟으면 연료를 쏟아 부어 강렬한 엔진음과 함께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급가속되는 내연기관 차량과 같은 재미가 없다. 넥쏘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줘 본의 아니게 추월 대상 차량 운전자와 눈인사를 할 정도의 여유까지 제공한다.

    제원상 넥쏘의 최고속도는 179km. 하지만 빠르게 속도가 붙지 않는 차량 특성과 고속도로 사정 때문에 160km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가 한계였다.

    주행모드는 '노멀'과 '에코' 두 가지를 제공하는데, 체감되는 부분은 크지 않다.

    정숙성은 굳이 언급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다. 전기모터 구동 시스템의 특성상 소음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엔진의 진동까지 없으니 장거리 운전에도 피로가 훨씬 덜하다. 뒷좌석 동승자는 어느새 '꿀잠'모드에 들어갔다.

    ▲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가 여주휴게소에 설치된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공급받고 있다.ⓒ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가 실용적 측면에서 전기차 대비 가장 큰 우위를 과시할 수 있는 부분은 충전의 편리함과 항속거리다. 이날 현대차는 넥쏘의 1회 충전 항속거리를 609km로 공개했다.

    시승 차량은 이미 수소를 어느 정도 소모한 상태로 출발 상태에서의 주행가능거리는 360km였다. 현대차는 5분 만에 완충이 가능한 수소전기차의 이점을 강조하기 위해 중간 기착지인 여주휴게소에서 수소충전설비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이때까지도 남은 주행가능거리가 충분했기에 중간급유 없이 목적지로 이동했다.

    최종 목적지인 평창에 다다를 때쯤 연료표시계를 보니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44km였다. 실제 주행거리가 225km였으니 일반 내연기관 차량으로 치면 공인연비보다 다소 낮게 나온 셈이다.

    수소전기차도 내연기관차량처럼 급가속과 같은 주행 습관이 연료 소모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추운 날씨 탓에 히터를 세게 틀고 이동한 것도 연비에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난방에 엔진 열을 이용하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수소전기차는 난방을 위한 별도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연료가 바닥을 보이자 내비게이션은 인근 수소충전소의 위치를 알려준다.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에서 국내외 미디어들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넥쏘 시승차를 운영하기 위해 현대차가 설치해 놓은 모양이다.

    전국 곳곳에 이런 수소충전소가 있다면 넥쏘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차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전국에 수소충전소는 평창을 비롯, 12개소에 불과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연구용이라 일반인 사용이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올해 중 36개소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넥쏘를 마음 놓고 타라고 하기엔 면이 서지 않는다.

    우리보다 수소전기차 양산이 늦은 일본의 경우 이미 100개소가 넘는 수소충전소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수소전기차의 조기 대중화를 유도해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려면 현대차와 정부, 지자체가 합심해 충전 인프라부터 확충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평창=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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