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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박힌 부동산 대못-상] 규제마다 ‘엇박자’…소통은 어디에?


입력 2018.01.30 06:00 수정 2018.01.31 10:36        원나래 기자

정부 “주택공급 충분…집값 상승 원인은 투기”

시장 “대책을 위한 대책, 혼란만 가중…공감·소통 절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투기로 점철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에는 매월마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서울 강동구 및 송파구 일대 단지 모습.ⓒ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투기로 점철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에는 매월마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서울 강동구 및 송파구 일대 단지 모습.ⓒ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투기가 확산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매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6·19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8·2대책, 9·5대책, 10·24가계부채대책, 11·29주거복지로드맵 등 연이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고공행진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집값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의 생태계를 통찰하지 못한채 설익은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공분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수장인 김현미 장관이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 시 조합원 1인당 최대 8억4000만원까지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밝히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진 상태다.

◇강남4구 재건축 부담금 ‘최대 8억’…예상 넘는 부담금 파장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서울시 주요 재건축 아파트 20개 단지(강남4구 15개·기타 5개)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적용할 경우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평균 3억6600만원이란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만 한정할 경우에는 해당 15개 단지의 부담금이 4억3900만원으로 평균보다 8000만원가량 높았고, 부담금이 가장 높은 단지는 8억4000만원의 환수금이 발생한다는 결과도 함께 내 놓았다.

앞서 지난 18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부동산114가 서울 내 준공 20년 이상 30년 미만인 아파트(1989년~1998년)를 조사한 결과, 1249개 단지 42만7983가구로 이 중 강남 4구 소재 아파트는 14.9%를 차지하고 있다. 80%를 넘는 아파트가 비강남권 단지다.

전체의 15%정도인 강남권을 겨냥한 대책이라고 하지만, 김 장관의 언급에 시장전반이 혼란에 빠졌다. 언급 직후 재건축 입주단지와 비강남권 아파트는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하며 집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 일부 재건축 조합원은 갑작스러운 부담금 폭탄에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반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개포주공1·4단지, 신반포 3차 등 지난해 관리처분계획을 접수해 초과이익환수를 피한 강남 재건축 단지와 강북 일부 재건축 단지는 희소성이 높아진 만큼 집값 상승은 불보듯 뻔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강남 투기 잡기 정책에는 기본적으로 서울 시내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려 있다. 때문에 집값 상승 원인을 실수요가 아닌 투기로 지목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부의 판단과 다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대책은 또 다른 수요 억제책”이라며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매물 자체를 줄이면서 투기적 가수요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것을 원천봉쇄한다는 건데, 이는 반대로 시장에 신규 아파트가 추가적로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물량 수요나 희소성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들이 일시적인 규제 강화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투기 수요자와 실수요자를 정확하게 나눠 선별 규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적정 주택보급률이 평균 105~110%인데 반해 서울은 지난 2015년 기준 96%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가 현재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제시하는 재건축 연장 등의 대책들은 공급부족으로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들도 잇따른 규제에 낙담…지역 양극화 심화

정부가 강남권 집값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서민들은 잇따른 규제에 낙담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이 끊임없이 강화되고, 집값은 더 오르고 있으니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구 지정, 1순위 청약자격 강화 등 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지역 양극화만 심화되고 있다. 지방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세종과 부산 등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청약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시장 안정화를 꾀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강력한 규제다보니 시장이 안정화된다기 보다 침체되고 있는 것 같다”며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국민으로부터 공감받기 위해서는 종합 대책 추진에 따른 로드맵과 기대 효과를 시나리오별로 보여주고 설득하는 후속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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