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장관, 그러니까 연합훈련 영구 중단하라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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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0월 16일 22:35:59
    조명균 장관, 그러니까 연합훈련 영구 중단하라는 건가요
    <칼럼>통일부 장관 군사훈련 재개 우려 발언 우려
    김정일 정치 이벤트에 정부와 언론 과도하게 말려
    기사본문
    등록 : 2018-01-29 05:52
    이진곤 언론인
    ▲ 9일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종결회의를 마친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26일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가 개최한 ‘제1차 한반도 전략대화’에서 연설했다. 그가 할 말 가운데 이런 것이 있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면 북한은 당연히 굉장히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고 또 추가 대북제재의 악순환이 작년과 재작년과 같은 상황으로 빠르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실적 전망이다.”

    김정은의 세계적 정치 이벤트

    물론 그는 전제를 두었다. 즉 한·미훈련은 3월 25일까지 조정된 상황이다. 그런데 이때까지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견인해 나가야 한다. 그게 제대로 안 돼 훈련이 재개되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 이전, 그러니까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위기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던 때로 돌아가고 만다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생뚱맞은 ‘위기어필’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남북한 간에 추진되었던 과제가 아니다. 비록 우리 정부가 고위급회담 등을 제의해둔 상태였다고 해도 이 일은 그 연장선상에서 결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 ‘돌발적 변수’였다. 김정은의 신년사가 세계적 정치 이벤트를 만든 것이다. 정부는, 문 대통령이 ’바람 앞의 촛불‘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하마 꺼질까 해서 조심조심, 그러면서도 허겁지겁 그의 요구에 부응해 갔다. 언론들도 과도하다고 할 만한 관심을 보여 왔다.

    어쨌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①우선 북한 측의 올림픽 참가 의도가 순수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핵포기‘ 압박을 회피해 보겠다는 뜻이라면 오히려 그 교활성만 더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②같은 맥락이지만 올림픽 참가를 명분으로 한 남북대화가 지속가능할 것이 요구된다. 한미연합훈련 중단하고 미군의 전략자산 내보내라는 식의 요구를 우리가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회담이라면 애초에 기대를 버리는 게 더 낫다.

    ③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해 주고, 현 상황에서 ’쌍중단‘의 불가피성을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회담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킨다. 남북한 어느 쪽도 이런 의도를 가지고 회담에 임해서는 안 된다.

    ④북한 측은 궁극적으로 핵 및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자세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그게 전제되지 않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

    ⑤핵 및 장거리미사일 최종실험 때까지 시간 끌기용 회담이라면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한국 정부까지 그 진의를 의심받을 수 있다.

    ⑥우리정부에 코뚜레를 꿰는 기회로 평창올림픽 참가와 고위급회담을 이용하려 할 때는, 누구보다 우리 5000만 국민의 불신과 이곳 진보좌파정권의 정치적 위기를 초래하고 만다.

    ⑦한국 정부를 징검돌 삼아 국제사회의 제재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건너뛸 수 있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북핵은 한국만이 아니라 국제적이고 세계적인 문제다. 이 점에서는 한국 정부도 인식과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남북 사이에만 합의가 된다고 해서 북핵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북한은 요구할 권리만 가졌나

    다시 조 장관의 언급으로 돌아가자. 자신이 단장으로 나섰던 남북고위급회담이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궁금하다. 3월 25일 이전에 한미훈련을 아주 중단시킬 묘안이라도 있는가. 그보다 더 분명히 대답해 줘야 할 것이 있다. 북한 독재자에게는 요구할 권리만 있고, 우리와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들어줘야 할 의무만 있다는 인식을 혹시라도 가졌는가. 문제는 북한 핵이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에 있다고 여기는가.

    조 장관은 같은 연설에서 북한이 이른바 ‘건군절’을 내달 8일로 변경하고 이날 대규모의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을 가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와 미국이 연례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위기 가중의 요인이 되고, 북한의 위협적인 열병식은 괜찮은가. 올림픽 개막식 바로 전날 거창한 군사력 시위를 하겠다는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중단이나 연기를 요구했다는 말이 들리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북한이 갑자기 평화공세로 나오는 이유를 짐작할 만은 하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자국 본토에 까지 이르게 되는 상황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화될 시기가 임박했다면 미국의 군사적 대응 시점도 목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 급박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북한이 갑자기 한국과 손잡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 개연성이 높다. 북측의 계산은 무엇일까?

    ①북한이 정말로 평화를 원한다면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이다. 그럴 생각이 없으니까 한국 쪽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가. 문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 거중조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지만 북한이 핵무장을 고집하는 한 우리가 끼어들 틈은 없다.

    ②혹 한국 정부와 국민을 충동질해서, ‘한반도 문제의 자주적 해결’이라는 기치를 들고 미국에 맞서주기를 기대해서 일까? 설령 우리가 그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해 간다 해도 대외적으로 통할 수 있는 카드가 못된다. 국제사회가 북핵과 장거리미사일을 ‘남북한만의’ 문제로 인식·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③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계속 회담을 이어가겠다고 하면, 한국의 정부는 대단히 반길 게 틀림없다. 그렇지만 핵보유가 기정사실화할 때까지 그렇게 시간을 벌겠다는 속셈일 지도 모른다.

    ④누가 알겠는가. 한국 정부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한반도 전쟁 절대 불가’ 만을 고집해서 미국도 지쳐 버리고 마는 상황을 북한이 기대하는지! 미국이 자국의 안전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한반도 문제의 자주적 해결’론에 짐을 떠넘길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백일몽에 취한 사람들을 누가 말리랴.

    북한 핵문제는 이미 ‘민족의 자주적 해결’ 범위를 훨씬 벗어나 버렸다. 그런데도 ‘우리끼리’ 만나서 대화하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긴다면 이는 망상이다. 그걸 알면서도 ‘대화’를 고집하는 것은 기만이나 다를 바 없다. 잘못이거나 오해인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 되기 전에

    명의 편작(扁鵲)이 춘추5패(春秋五霸)로 위력을 떨치던 제환공(齊桓公)의 손님으로 궁궐에 들어갔다. 그는 왕의 피부에 병이 있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환공은 “과인에겐 병이 없소”라고 일축했다. 편작이 물러가자 그는 신하들에게 “의원이란 자들은 이익을 탐하여 병도 없는 사람을 가지고 공을 세우려고 한다”며 못마땅해 했다.

    닷새 뒤에 편작이 다시 왕에게 병이 혈맥에 있다고 했으나 왕은 들은 척도 안했다. 그 닷새 뒤엔 병이 장(腸)과 위(胃) 사이에 있다며 치료가 급하다고 말했다. 왕은 불쾌한 기색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 다시 닷새 뒤 편작이 또 환공을 만났는데 멀리서 쳐다만 보고 그냥 물러났다. 왕이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물었다. 편작은 그간엔 그래도 고칠 방도가 있었지만 병이 골수에 들어간 후엔 사명(司命: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는 고대 전설 속의 신)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드릴 말씀도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닷새 후 환공은 병이 들었다. 사람을 보내 편작을 불렀지만 이미 피해서 떠난 후였다. 왕은 결국 죽었다(사마천, 사기 편작·창공열전).

    북한 핵으로 인한 한반도의 병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는 문 대통령과 측근의 관계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기만 바랄 수밖에.

    ≪첨언≫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지지도가 50%대로 떨어졌다는 언론 보도다. 그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의 한 장면이 문득 생각난다. 작년 7월 5일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메르켈이 물었다.

    “41%의 지지율로 당선됐는데 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유권자는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문 대통령의 대답이 있은 다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보충설명을 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국민적 지지율이 80%를 웃돌면서 사실상 국민통합에 성과를 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란 임기 초에 고공행진을 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게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는 지나친 지지율 자랑에 있다. 정부 여당의 모모한 인사들은 높은 지지율로 상대방의 기를 꺾어놓는 재미에 푹 빠진듯했다. 그러다 지지율이 절반선 아래로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대통령직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각오하지는 않았을 테고….

    북한 측이 해대는 양을 보면 마치 우리가 평창올림픽을 그들의 체제 선전 무대로 내주기라도 한 인상이다. 국내외적 관심도 올림픽 자체보다 북한 참가에 쏠리고 있다. 그나마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면 괜찮겠지만 과거처럼 또 북한에 이용당하고 말면 지지율은 곤두박질칠 게 뻔하고 문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실속 없이 소리만 큰 판을 벌여놓은 것 같아 일개 필부 주제로도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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