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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무늬만 자율”…가상화폐 계좌발급 고민빠진 시중은행


입력 2018.01.26 06:00 수정 2018.01.26 07:41        이나영 기자

계좌 실명제 도입 앞두고 사실상 압박 조치 강화방안 내놓아

향후 문제시 은행 책임…은행 방패막 삼은 당국에 불만 고조

은행권에서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다.ⓒ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에서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다.ⓒ게티이미지뱅크

“할 말은 많지만…”

최근 만난 모 대형 시중은행 임원은 가상화폐 금융당국 제재와 관련한 준비작업에 대해 묻자마자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말끝을 흐렸다. 당국의 주문이 마뜩찮다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신규 고객을 받는 것은 은행의 자율에 맡긴다고는 했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이 책임지라는 것은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서비스를 제공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무늬만 자율”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은행권에서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오락가락한 규제 대책으로 오히려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특히 정부부처 간 불협화음이 빚어지면서 은행권도 중심을 잡지 못했고 투자자들도 불만을 쏟아내며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고 뒤늦은 대응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실명이 확인된 사람에게만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해주는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가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신규로 고객을 받는 것은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은행은 자금세탁방지의무 등을 준수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점검하고 고객확인 등 효과적인 내부통제 절차와 시스템 안정성, 고객호보 장치 등을 갖췄는지 등을 확인해야하는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도 내놨다.

거래소를 직접 제재할 수단이 없으니 결국 은행을 압박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전방위 옥죄기에 나서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은 기존 거래고객에 한해 우선적으로 본인 확인을 진행하고 신규 계좌 개설은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은 완료했지만 시행 여부 및 신규 계좌 개설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투기로 보는 시선이 강한데다 향후 거래소에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은행이 떠안아야 되기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은행을 방패막 삼은 금융당국의 간접 통제가 가상화폐 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가 화폐인지 금융상품인지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약발이 먹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부처 간 머리를 맞대고 가상화폐의 정의부터 제대로 맺고 규제 등을 정비해야 할 때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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