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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계좌 재판매부터 쇼핑몰 등록까지…가상화폐 거래소 영업 '천태만상'


입력 2018.01.23 14:39 수정 2018.01.26 07:42        배근미 기자

금감원·FIU, 지난 8일부터 일 주일 간 '가상화폐' 은행권 현장점검 결과 발표

발급된 가상계좌 거래 사실 은행도 인지 못해…자금세탁 등 모니터링도 미비

19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상통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한 시민이 시세표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19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상통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한 시민이 시세표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재판매된 가상계좌를 가상화폐 거래에 이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쇼핑몰, 데이터베이스 업체 등으로 등록해 영업에 나서고 있었으나 사전 점검에 나서야 할 은행들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금융거래가 많은 6개 은행(농협·기업·신한·국민·우리·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일 주일 간에 걸쳐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법인계좌 이용해 이용자 자금 타 거래소로 입금한 모 가상화폐 거래소 입금 사례 ⓒ금융위원회 법인계좌 이용해 이용자 자금 타 거래소로 입금한 모 가상화폐 거래소 입금 사례 ⓒ금융위원회

이번 점검에 따르면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의 경우 일반 법인계좌 등을 이용해 금융거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에 별도의 모 계좌를 지정해 가상계좌를 통해 자금을 집금에 나서고 있으나 해당 거래소들은 일반 법인계좌를 통해 이용자 자금을 집금하고, 해당 자금 중 일부를 가상통화 거래소 임원 명의로 이체한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여러 은행의 계좌를 거쳐 가상통화 거래소 임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돈이 또다시 타 가상화폐 거래소의 여러 계좌로 입금된 정황도 함께 포착됐다.

당국은 이처럼 가상화폐 거래를 일반 법인계좌를 집금계좌로 할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 및 대표자 간 금융거래에서 사기와 횡령, 유사수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거액의 자금 인출을 통해 타 거래소로 송금하는 경우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있고 해당 거래에 대한 금융거래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고위험 여부 확인 등 자금세탁 위험관리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와함께 은행권의 가상화폐 취급 관련 내부통제 및 고객 확인제도 역시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으로부터 먼저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업체가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재판매해왔으나 해당 은행은 재판매업체에 대한 심사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그에 따른 모니터링 역시 미비해 최종 수요처(거래소)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쇼핑몰 등 타 업권으로 등록해 운영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가상화폐 거래와 무관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쇼핑몰, 데이터베이스 등 기타 업종으로 법인을 등록해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에 나섰지만 은행에서는 이 역시 식별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가상화폐 거래소가 신규 계좌 개설 시 사업자등록증 등에 가상화폐 취급업소임을 표시하였음에도 정작 은행이 당국 지침에 따른 강화된 고객확인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금세탁위험 평가 시 금융거래 상대방에 대한 유형 및 상품, 서비스에 대한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에도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 상대방, 가상계좌 등에 대해 위험도 반영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검찰이나 경찰,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으로 해당 업체를 이첩시킨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다만 이번 점검에 이어 추후 보다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심층점검이 이뤄질 경우 보다 많은 취약사례가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감독당국이 처음 점검을 나갈 당시 약 20개 정도가 법인계좌를 이용하고 있다는 거래소 명단을 가지고 나갔는데 일 주일 사이에 3배나 늘어났다"며 "소위 말하는 잡코인들이 이같은 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에 있어 이러한 부분이 취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이번 가상계좌 같은 경우에도 전혀 내부적으로 위험관리 등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영업부에서 나간 경우가 상당수"라고 지적하며 "이번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권은 거래소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 등에 대한 인력보강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에 대한 금융권 방향과 관련해 "결국 이 모든 규정을 준수할 자신이 있는 은행들은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에 나서는 것이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서비스 제공 여부는 은행 스스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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