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조코비치 같았던 정현, 2년 전과 달랐다


입력 2018.01.22 21:25 수정 2018.01.22 21:26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호주오픈서 2년 전 조코비치에 당했던 패배 설욕

침착했던 경기 운영 돋보여, 듀스 접전도 모두 승리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정현과 조코비치가 경기를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게티이미지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정현과 조코비치가 경기를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게티이미지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롤모델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정현은 22일 오후(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파크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3-0(7-6<7-4> 7-5 7-6<7-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정현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역시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이 기록한 한국 선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인 16강을 뛰어넘었다. 정현의 메이저대회 8강 진출은 당분간 한국 테니스 역사에서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또한 이날 승리로 정현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조코비치에게 당했던0-3(3-6 2-6 4-6) 완패를 완벽하게 설욕했다.

특히 2년 전 때와는 달라진 정현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아직 세계랭킹은 조코비치보다 낮았지만 오히려 정현이 좀 더 톱랭커 같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세트스코어는 3-0이었지만 3번의 듀스와 2번의 타이브레이크 접전이 이어질 정도로 혈전이었다. 보통 듀스 상황에 몰리면 경험이 많은 선수가 유리하지만 정현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조코비치를 몰아쳤다.

천하의 조코비치를 상대로 3세트 모두 듀스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정현의 집중력과 체력이 조코비치를 압도했다.

물론 이날 조코비치는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1세트부터 불편한 표정을 지어 보일 정도로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듯 보였다.

여느 때와 달리 조코비치는 확실히 달랐다. 특히 표정 변화가 심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짜증스런 표정을 지어보이거나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3세트 2-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2시간 41분 만에 첫 번째 서브 에이스가 나올 정도로 경기력도 전성기 때와는 차이가 컸다.

포인트를 따내면 어느 때보다 큰 액션을 취했다. 접전 끝에 3세트에서 4-4 동률을 이루자 손을 높이 들고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반면 정현은 경기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일정한 경기력을 보였다. 세트를 따내도 크게 환호하지 않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일 뿐이었다. 21살 치고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겠다는 침착성이 돋보였다.

2년전 맞대결을 펼쳤던 정현과 조코비치. ⓒ 게티이미지 2년전 맞대결을 펼쳤던 정현과 조코비치. ⓒ 게티이미지

물론 정현도 경기 막판에는 보다 큰 액션을 취했다. 경기가 서서히 자신의 흐름으로 넘어다는 확신이 들 때였다.

3세트에서 6-5로 앞서나가자 어퍼컷 세리머니를 취하며 조코비치의 액션에 대응했다. 그리고 마지막 타이브레이크에서 5-3으로 달아나자 손을 흔들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 정현은 2포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조코비치에게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감격스런 승리지만 정현은 차분했다. “아직 경기가 남아있다”는 소감에서 알 수 있듯이 승리의 기쁨보다는 이틀 뒤 열릴 8강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역사를 써 내린 정현이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정현은 오는 24일 샌드그렌(97위·미국)을 상대로 4강 진출에 도전한다. 4강에 오른다면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또 한 번 꿈의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2년 전 기대주였던 정현은 조코비치를 제압하고 이제는 페더러를 바라볼 위치에 올라섰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