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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양천구 어린이집, 미세먼지 자욱한데 야외활동 논란


입력 2018.01.21 00:00 수정 2018.01.22 12:48        이선민 기자

“서울시 지원 황사마스크 착용하고 활동” 안내

미세먼지에 짙은 안개가 더해져 서울 마포대교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세먼지에 짙은 안개가 더해져 서울 마포대교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시에서 지원된 황사마스크 착용하고 활동한다” 안내

“내일 현장학습 활동 중 실외활동인 튜브썰매타기가 있습니다. 활동 시 서울시에서 지원된 황사마스크를 착용하고 활동할 예정이니 참고해주세요.”

만5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A 씨는 이같은 내용의 문자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꼭 ‘서울시에서 마스크를 지급하니 야외활동을 하셔도 됩니다’라고 들려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서울 양천구 목동 10단지에 있는 H구립 어린이집이 지난 17일 고농도 미세먼지 속에서도 만5세 졸업반 아이들의 현장 학습과 야외활동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장학습 전날인 16일 해당 어린이집에 “미세먼지가 심한데, 실외 활동도 할 예정이냐. 야외활동을 한다면 아이를 가정보육하겠다”고 문의했다. 그는 아이도 기대하고 있던 졸업여행인만큼 야외에서 썰매를 타는 일정을 생략하고 실내활동만 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장과 논의 후에 전화를 주겠다던 어린이집 담임교사는 별다른 연락 없이 황사 마스크를 착용하겠다는 공지 문자를 보내왔다.

학부형이 구립 어린이집으로부터 받은 안내문자. ⓒ데일리안 학부형이 구립 어린이집으로부터 받은 안내문자. ⓒ데일리안

A 씨는 “뉴스에서는 노약자에게 외출을 삼가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밖에서 노는데 아이들이 마스크를 잘 끼고 있겠냐”며 “어린이집 원장 재량에 따라 미세먼지에 노출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지침 매뉴얼이 없는 모양이다”고 의문을 표했다.

17일은 서울시가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무료정책과 차량 2부제를 시행할 만큼 고동노 미세먼지가 심각했던 날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H 어린이집이 위치한 서울 양천구를 기준으로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2시 121㎍/㎥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나쁨(81~150㎍/㎥)’이며 WHO 기준으로는 ‘매우 나쁨(101㎍/㎥이상)’ 수치다. 미세먼지 노출은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사망률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013년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양천구청은 미세먼지 관련 지침에 대해 “서울시의 ‘시설관리자 미세먼지 대응 조치 사안’에 따라 서울시에서 시설관리자에게 야외활동 자제하라는 협조요청 문자를 보내고 있다”며 “각 구청에서도 어린이집 원장에게 업무연락을 하고 야외활동 자제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복지부의 매뉴얼은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며 “지자체를 통해서 어린이집에 매뉴얼을 배포하지만 이에 강제성을 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이와 같은 소식에 “그래도 가정보육을 할 수 있는 집은 야외활동이 있는 날 아이를 안보내면 되지만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엄마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어린이집의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일이 있을 때 엄마가 유난떠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고 속상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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