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분노는 피바람" 발언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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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8월 17일 13:52:38
    안희정의 "분노는 피바람" 발언을 기억하라
    <칼럼>권력자 분노는 권력기관을 칼춤 추게 한다
    국민에게 선택 강요하는 전형적 적대적 공생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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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1-21 05:02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작심하고 비판의 칼을 뽑았다.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발표에 이례적으로 "분노", "모욕", "정치금도" 등을 언급하며 격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청와대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시간을 두 번이나 늦추고, 질의응답도 취소할 정도로 신중하긴 했지만, 내용은 강했다. 현재의 검찰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입장이 나왔지만, MB의 입으로 직접하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현 정부는 처음에는 대응을 자제했다. 검찰은 ‘법대로’를 공언했고, 청와대는 다음 날 오전까지 침묵했다. 그러다가 점심때쯤 예상을 뛰어넘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것도 문대통령의 발언을 대변인이 직접 브리핑하는 형식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운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노무현 시즌2 정부’가 이를 자인하며 드디어 악연의 2라운드에 공식적으로 들어선 것이다.

    처음 무반응일 때 MB쪽은 당황했을 것이다. 칼자루를 잡고 있는 현 정부에서 공식적인 대응을 안하면 ‘법대로’ 할 것이고, 칼날을 잡고 있는 MB측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뜸을 들이기는 했지만, 청와대에서 화답을 했다. 이제 본격적인 ‘정치싸움’이 된 것이다. ‘법적 싸움’은 갑을(甲乙)이 있지만, ‘정치싸움’은 갑을을 구별하기 상대적으로 힘들다. ‘샅바싸움’이란 말에서 보이듯이 상대적으로 공평한 공수가 진행될 수 있다. MB입장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샘이다.

    보수진영으로부터 외면받고 외톨이로 싸우기는 부담스럽지만, 진영싸움이 되면 구원병을 구할 수 있어 그나마 할 만한 싸움인 것이다. 박근혜전대통령 탄핵사태로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을 절실히 느낀 친이계는 기존의 비겁한 처신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고, 남아있는 친박계도 숨을 죽이고 지켜볼 것이다. 정당만이 아니다. 갈라진 보수진영도 이런 싸움에서 방관자로만 지켜볼 수는 없게 될 것이다.

    청와대가 늦게 ‘참전’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추측들이 많다. 정치적 계산이 섰다는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취임이후 최대의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다. 실체가 없지도 않다.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여자팀의 ‘남북단일팀 구성’이 젊은 지지층들을 실망시켰다. 가상화폐거래소 폐지 논란에 이어서다. 최저임금제 인상으로 촉발된 ‘을(乙)간의 전쟁’에서, 서민 중년층을 잃은 이후라 타격은 더욱 컸다. 논란이 계속되면 필연적으로 위기는 심화될 것이고, 지지층은 이완될 것이다.

    국내불안은 북핵문제 대응 등 국제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시적으로 만든 모처럼의 ‘운전대’를 놓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마침 잘됐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정치적 쟁점을 만들면 수세에서 벋어날 수 있고, 지지층을 다시 규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전투구(泥田鬪狗) 정치싸움에 뛰어 든 것이리라. 여론의 수세를 적을 이용해 공세로 바꾸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저기 더 나쁜 놈들이 있다. 이제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전형적인 ’적대적 공생‘ 전략이다.

    정치싸움은 결판을 내기 힘들다. 당연히 법적 단죄로 감옥에 보내거나 아니면 적어도 포토라인에 세워 국민의 지탄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게 정부여당의 프리미엄이다. ‘정치적 중립’은 구두선일 따름이다.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안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마디로 ‘앙꼬없는 찐빵’이다. 개혁의 핵심가치인 ‘정치적 중립’이 빠졌다. ‘인사권’을 정권에서 가지고 있는 한, ‘정치적 중립’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권한을 쪼개 다른 기관을 만들어도 인사권이 독점되면 ‘충성경쟁’을 통해 사정권력을 더욱 강하게 장악할 수 있다. 실지로, 검찰권을 약화하는 경찰 수사권독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경찰공화국’ 자유당정권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의 한 장에 나오는 글귀다. ‘정치보복의 먹구름’이란 장이다.

    “정치보복의 시작은 참여정부 사람들에 대한 치졸한 뒷조사였다. 본인들에게서 흠이 잡히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거나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참여정부’를 ‘이명박근혜 정부’로 바꿔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많은 사람이 느낄 것이다. 결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없는 수사는 ‘정치보복의 먹구름’을 걷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달리게 할 계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간여를 할 필요는 없다. ‘분노’면 충분하다. 권력자의 ‘분노’는 권력기관을 춤추게 한다. ‘칼춤’을 추게 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안희정 지사의 '선의'(善意) 발언에 대해 "분노가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한 이후, 안희정 후보는 "지도자의 분노는 그 단어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피바람이 난다"고 갈파한 적이 있다. 청와대에서 기침만 해도 검찰은 몸살을 앓고, 국민은 피를 토한다. ‘대통령의 분노’는 그런 위력이 있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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