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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땀과 눈물을 바친 무대” 일방통행 남북단일팀 반발 확산


입력 2018.01.20 01:30 수정 2018.01.20 05:46        박진여 기자

청년층 반감 확대 “공정하지 못해” 반북정서 한몫

단일팀 반대 국민청원 3만 돌파…靑 “장기적 이득”

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가운데, 청년들 사이 '갑질' 논란이 일며 반감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가운데, 청년들 사이 '갑질' 논란이 일며 반감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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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가운데, 청년들 사이 '갑질' 논란이 일며 반감이 커지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아이스하키 단일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하고 불공정한 처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남북은 최근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북한 선수를 추가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현재 북한팀 에이스 진옥과 정수현 등이 단일팀 후보로 거론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 선수들이 10명 이상 올 것인데, 사전연습을 통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골라 참여시키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따른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도록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우리 선수단에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라며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은 우리측 감독이 갖게 돼있어 우리 선수가 피해를 보거나 경기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합의했다"고 전했다.

정작 국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충격적'이라는 입장이다. 대표팀의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은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새로운 (북한)선수들이 들어올 경우 조직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가운데, 청년들 사이 '갑질' 논란이 일며 반감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가운데, 청년들 사이 '갑질' 논란이 일며 반감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중 우리 팀의 3라인에 들어갈 수준의 선수는 아무도 없다. 한국과 북한 선수들의 연습과 훈련방식 등이 달라 그들에게 대표팀 시스템을 가르치는데만 한달여가 걸린다"며 "내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바란다"고 했다.

국내 반대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 글에는 1주일 만에 3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이밖에 온라인 게시판에는 남북 단일팀을 반대하는 비판 글과 댓글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특히 청년들 사이 반발 여론이 거세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5개 대학 게시판과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남북 단일팀 합의가 포함된 남북 공동보도문을 비판하는 내용이 수천건 이상 게재되고 있다.

한 학생은 "스포츠 선수에게 올림픽은 땀과 눈물을 바친 무대"라며 "우리 선수들이 단일팀 문제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거나, 성급한 결정으로 역량이 저하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스포츠를 더 이상 정치적 도구로 보지 않고, 스포츠 고유의 룰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남북 단일팀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은 압도적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9~10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가급적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27%인 반면, '무리해서 단일팀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는 답변이 72.2%로 집계됐다.

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가운데, 청년들 사이 '갑질' 논란이 일며 반감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가운데, 청년들 사이 '갑질' 논란이 일며 반감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특히 남북 단일팀 훈련 장소로 마식령 스키장이 합의되면서 반발이 더해지고 있다.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의 대표적 체제 선전용 시설 중 하나로, 인권 탄압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생 김모(24) 씨는 "마식령 스키장을 만든 목적과, 그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싶다"며 "정부가 남북 단일팀 훈련장소로 제안했다니 북한 체제 선전을 도와주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30 세대에서 반발 여론이 높게 나타나며, 정부에 대한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직장인 박모(28) 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남북단일팀 합의는 도가 지나치다"며 "올림픽을 20일 앞두고 국내 대표팀 상황도 고려하지 않은 채 '평화올림픽' 이라는 명목으로 일방통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씨는 "자칫 남북관계 치적쌓기에 골몰된 모습으로도 보인다"며 "'적폐'는 청산해야지,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반발 여론이 거세다. 네이버 이용자는 "너무 성급하다. 북한은 열병식에 핵탄두를 전부 가져올 것이고, 육로도 열렸고, 정말 불안불안하다. 제발 국민과 전세계인을 담보로 잡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부가 갑질을 경계하라면서 북한과 손잡고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며 "국민 목소리 좀 들어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불공정이 만연한 사회 속 청년들의 불안과 불만이 터져나오는 한편, 천안함·연평도, 북한의 핵 도발 등에 대한 반북 정서가 표출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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