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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저격수 최두호, 맥그리거에게 배워라!


입력 2018.02.11 14:13 수정 2018.02.11 14:1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맥그리거처럼 냉정한 경기운영 능력 보여야

UFC 신성 최두호 ⓒ 게티이미지 UFC 신성 최두호 ⓒ 게티이미지

지난달 15일(한국시각) 미국 세인트루이스 스콧트레이드 센터에서 펼쳐진 ‘UFC 파이트 나이트 124’ 메인이벤트는 한국 UFC 팬들에게 큰 아픔을 남겼다.

큰 기대를 모으고 복귀한 UFC의 신성 최두호(27·팀매드)가 페더급 랭킹 9위 제레미 스티븐스(32·미국)에게 허망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 거리 싸움을 펼치며 주도권을 잡는 듯했던 최두호는 2라운드 압박모드로 들어오는 스티븐스에게 아무것도 못하고 넉아웃으로 무릎을 꿇었다. 직전 경기였던 컵 스완슨(35·미국)전 패배 직후 “진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군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고 말했던 최두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무너진 순간이다.

최두호는 뛰어난 카운터 펀처지만 완전체 저격수는 아니다. 예리한 펀치를 바탕으로 조금의 빈틈도 놓치지 않고 뚫는 카운터 기술자다. 때문에 주먹이 서로 오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같이 카운터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대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카운터를 맞추면 효과는 매우 크다. 가드가 풀린 곳으로 정확하게 공격이 들어가고, 들어오는 힘과 체중까지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다. 굳이 큰 궤적으로 힘껏 때리지 않아도 정확하게 꽂기만 해도 다리가 풀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하지만 최두호는 연이은 강자들과의 승부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저격수는 경기 내내 냉정해야한다. 타격전은 그래플링 싸움과 달리 높은 긴장감이 요구된다. 경기를 잘 풀어가다가도 찰나의 순간을 놓치게 되면 한 방에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좀처럼 맞지 않고 상대에게 질 높은 정타를 맞추는 것이 저격수가 원하는 그림이다. 난타전 양상으로 들어가거나 상대를 내 흐름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원하는 저격이 어려워진다.

그동안 최두호는 템포 조절이 약하다는 부분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대부분 자신의 흐름대로 경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완슨, 스티븐스는 달랐다. 최두호와의 원거리 싸움에서 고전을 한 이후 다음 라운드에서 거칠게 압박을 시작하며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간격을 좁히는 타격전으로 경기양상을 끌고 가 장전될 틈을 봉쇄했다.

숨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타격전을 멈추고 멀찌감치 피하든지 달라붙어 클린치 싸움을 하며 재장전 타이밍을 노려야한다. 아쉽게도 최두호는 자신의 리듬이 깨진 상황에서도 연신 카운터를 노리며 상대의 정타를 계속 허용했다.

그런 점에서 같은 카운터 펀처인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의 플레이는 배울 점이 많다. 맥그리거의 파이팅 스타일은 언뜻 보면 단순하게 보이지만 강자들과 붙어서도 최두호 같이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강점을 잘 살리고 있다.

맥그리거는 장외에서는 다혈질이지만 옥타곤에 들어서면 누구보다도 냉정하다. 여러 가지 쇼맨십을 선보이며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도 있지만 실상은 상대에게서 절대 눈을 떼지 않는다.

맥그리거는 타이밍 싸움에 매우 능하다. 치고 들어오는 선수에게 정확하게 카운터를 꽂을 뿐 아니라 자신이 압박하는 과정에서도 반격하지 못하게 만든다. 맥그리거는 반박자 빠르게 타격을 내는 기술자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단연 빠르고 묵직한 뒷손공격이다. 상대 역시 경기 중 이를 철저히 경계한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뒷손공격이 제대로 들어간다. 앞손을 활용해 상대의 공수리듬을 잘 끊어내기 때문이다. 맥그리거의 앞손은 탱크의 조종간 역할을 한다. 큰 충격을 주는 것은 뒷손이지만 앞손의 간결한 활용을 통해 상대의 셋업동작을 사전 차단하고 타이밍을 빼앗는다.

작은 타격을 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상대의 가드를 뜯어버리거나 밀어내기도 한다. 앞손으로 혼란을 주면서 최대한 뒷손을 아낀다. 킥을 잘 쓰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로우킥이나 밀어내는 킥 등도 활용한다.

UFC 맥그리거의 카운터 ⓒ 게티이미지 UFC 맥그리거의 카운터 ⓒ 게티이미지

한 발의 저격을 위해 오랜 시간 끊임없이 인내하는 저격수의 딱 그 모습이다. 그리고 뒷손을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나 자세가 되었을 때 비로소 격발한다. 거기에 한방이 들어가면 연이어 자연스럽게 연타를 치는 기술까지 매우 좋다. 단순하지만 쉽게 맥그리거의 뒷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렇듯 맥그리거는 먼저 흐름을 잡아가기에 위험한 순간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위기가 왔다 해도 카운터를 남발하기보다는 상대의 리듬을 끊거나 막아내는데 주력한다.

최두호가 뛰고 있는 페더급은 기존 베테랑들이 건재하고 새로운 신성세력도 끊임없이 배출되는 지옥의 체급 중 하나다. 방심하거나 부진하면 금세 밀린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패배로 인해 연패에 빠진 부분은 분명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최두호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브라이언 오르테가(27·미국)는 스완슨을 잡아내며 신성라인 중 가장 먼저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 자빗 마고메도샤리포프(27·러시아)라는 새로운 괴물까지 등장했다.

현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27·미국)를 비롯한 오르테가, 마고메도샤리포프 등은 모두 최두호와 같은 91년생 동갑내기들이다. 군 문제까지 걸려있는 최두호는 타격이 크게 됐다.

그럼에도 최두호는 여전히 코리안 UFC 파이터 중 기대되는 젊은 피임은 분명하다. ‘코리안좀비’ 정찬성이 그랬듯, 뼈저린 패배를 자양분삼아 더욱 강해진 슈퍼보이로 돌아오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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