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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합리적인 경제 활동인가, 여전히 투기인가


입력 2018.01.19 06:00 수정 2018.01.19 06:03        박민 기자

정부 '투기세력에 의한 과열현상' vs. 시장 '자유시장경제의 가격형성'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 단지 전경.ⓒ데일리안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 단지 전경.ⓒ데일리안

“지금 강남 집값이 단기간에 크게 올랐는데, 과연 투기적 수요가 몰리며 펌프질을 하면서 나타난 것일까요. 아니면 갖가지 규제속에서도 조금이라도 나은 이익의 경제활동을 하려는 영리한 수요자들이 몰린 이유였을까요. 무엇이 투기인지, 투자인지 생각해보세요. 어떻게 진단해야 바람직한 것인지...(서울 강남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새해부터 대출와 세금 등 겹겹의 규제속에서도 서울 집값이 또다시 꿈틀거렸다. 집주인들이 일주일만에 수천만원 이상을 높여 부르는 호가가 ‘설마~’ 하며 이해가지 않다가도 그런 매물도 없어서 못 판다는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 말을 들었을 때 혼란스러웠다. 강남이 뭐길래 이렇게 또 다시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일까.

정부의 진단대로 투기세력에 의한 ‘과열양상’일까. 아니면 시장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자유시장경제에 의한 가격형성’일까. 집값 상승의 원인을 어떤 식으로 진단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집값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지 정부의 판단 능력에 의심이 커졌다.

우선 가격 오름폭부터 다시금 살펴봤다. 정부 기관인 한국감정원이 분석한 이달 셋째주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39% 올랐다. 첫째주 0.26%, 둘째주 0.29%에 이어 상승폭도 확대됐다. 상승세는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 3구(송파 1.39%, 강남 0.75%, 서초 0.81%)가 어김없이 견인했고, 특히 양천구(0.93%)도 송파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상승세를 보이며 견인에 합류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첫째주 0.02%→둘째주 0.01%→셋째주 0.04%)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수급여건의 불균형’과 ‘이익을 추구하려는 합리적인 시장경제 활동’. 뉴스에서 도배되다시피 하는 시장 전문가들의 서울 집값 상승 요인이다. 1대 1의 주택보급률을 따지는게 아니다. 서울에 집을 가지려는 대기수요는 상당한데 공급은 한계가 있고, 대출·거래 등의 규제까지 가해지면 결국 시장참여자들이 가치 상승폭이 큰 한쪽으로 쏠린다는 진단이다. 그 중심에 강남이 있고, 이를 투기적 활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석한다.

반면 정부는 서울의 주택 공급은 충분하고, ‘투기세력에 의한 과열양상’으로 분석한다. 지난 9일 주택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올해, 적어도 내년까지의 서울, 수도권지역 주택공급물량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다. 충분하다”며 애써 수급여건은 외면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강남 등 특정 지역의 재건축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기 수요에 의한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박민 기자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박민 기자
투기와 투자. 서로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어느선까지는 투자이며 투기인지 정성(定性)·정량(定量)적 판단이 어려워 구별이 쉽지 않다. 결국 사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할텐데, 정부는 규제의 명분을 위해 ‘투자’가 아닌 ‘투기세력’만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잇딴 규제가 지방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이는 다시 더욱 강남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악순환에 빠지게 했다.

물론 정부가 다주택자를 왜 투기세력으로 지목했는지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이미 건축물로 빽빽한 서울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그린벨트를 대거 풀어내며 주택을 새로 공급하기에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에 새로 지어서만 주택을 공급할게 아니라,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재고 주택 처분을 통해 내집을 마련하려는 대기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효과도 일부 기대했을 것이다.

다만 정부가 간과한 점은 시장 참여자들의 이익 추구 성향이다. 대출규제가 심해지고, 보유세 인상 등이 거론되면서 결국 가치 상승이 높은 기회의 땅으로 더욱 몰릴 수밖에 없다. 집이란 그 자체가 삶의 필수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투자의 수단이기도 해서다. 투자를 인정하고 않고 여전히 '투기세력 억제'라는 프레임만 유지할 경우 현 정부의 정책적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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