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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세탁기 덤핑’ 트럼프 발언에 가전업계 '당혹'


입력 2018.01.18 16:02 수정 2018.01.18 16:11        이홍석 기자

세이프가드 조치 앞두고 강경 발언...삼성-LG 신중 속 당혹

강력 조치 여부엔 엇갈린 의견...현지 공장 가동 영향은

LG전자 직원이 경남 창원2공장에서 제조된 드럼세탁기를 검사하고 있다.ⓒLG전자 LG전자 직원이 경남 창원2공장에서 제조된 드럼세탁기를 검사하고 있다.ⓒLG전자
세이프가드 조치 앞두고 강경 발언...삼성-LG 신중 속 당혹
강력 조치 여부엔 엇갈린 의견...현지 공장 가동 영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 세탁기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전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달 초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발표 시한을 앞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의 갑작스런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의 이러한 발언이 실제 세이프가드 조치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잇는 가운데 미국 현지 국내 가전 공장 가동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8일 가전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발언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도 없어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그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대응을 삼가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불편한 심기와 함께 당혹감은 감출수 없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내달 2일까지 대형 가정용 세탁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안을 확정, 발표를 앞두고 있다.

송대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장(사장)은 이 날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개최된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있어 덤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원론적인 수준으로 반박했다.

이어 “미국 정부도 덤핑 규제를 하고 있어 덤핑을 할 여지가 별로 없다"며 "다만, 현재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강화로 인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세이프가드 조치 발표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이미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무역대표부(USTR) 등의 공청회에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한 만큼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날 트럼프의 발언은 현재 미국 정부가 내달 2일까지 대형 가정용 세탁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안을 확정,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을 국내 가전업계는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의 강경한 발언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시기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은 시기에 나온 발언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전문가는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가 극적으로 선회하는 전략)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에 어느 정도 진심이 담겨 있는지 알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이번 발언이 세이프가드 조치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 마련은 해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10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사무소에서 수입산 세탁기로 인한 자국 산업 피해 구제조치 공청회를 개최한 모습.ⓒ연합뉴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10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사무소에서 수입산 세탁기로 인한 자국 산업 피해 구제조치 공청회를 개최한 모습.ⓒ연합뉴스
가전업계에서는 트럼프의 강경 발언이 강력한 세이프가드 조치 발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의 발언 스타일상 상대에게 엄포를 놓으면서도 실리를 챙기기 위해 실제 행동은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또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가전 공장을 가동 또는 건설 중인 상황도 사업가 출신으로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지 가전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으면 현지에서의 일자리 창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국내 정치에서 지지율 하락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조치로 자신의 주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 계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만큼 삼성과 LG의 미국 현지 가전 공장 가동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세이프가드 조치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뤄질 경우, 공장 가동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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