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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잡겠다는 정부의 '착오'…인근 아파트 상승세는 어쩌려고


입력 2018.01.17 06:00 수정 2018.01.17 06:03        권이상 기자

일반아파트값 상승률 재건축 앞질러…재건축 투기심리로 진단하는 것부터 오류

공급 억제 대책이 많아 수요와 공급 균형 무너져 집값 상승하는 것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인근 일반 아파트값이 지난해 고공행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인근 일반 아파트값이 지난해 고공행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인근 일반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단지는 사업 추진이 활발한 재건축과 비교해 시세 상승률이 2배 이상에 달했다.

정부가 서울 지역 재개발·재건축 현장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진단하고 집값 상승을 막겠다며 칼을 빼들었지만, 오히려 재건축 단지가 아닌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이 재건축 단지를 앞선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 투기적 수요가 몰려 있다고 판단한 것이 착오라고 해석하고 있다.

애초부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의 초점이 잘 못 맞춰져 있는데다, 시장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정부가 재건축을 시장 안정의 실마리로 내놓았지만, 정작 일반 아파트값 상승은 예견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공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인근 일반 아파트값이 지난해 고공행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의 경우 지난해 1월 14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연말인 12월 18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2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단지 건너편에 자리한 잠실리센츠는 이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잠실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1월 11억원선에서 12월 15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무려 3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금액만으로 보면 비슷하게 값이 올랐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아파트는 지난 2008년 입주한 단지로 재건축 이슈와는 거리가 먼 단지다.

인근 잠실엘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월 10억원선에 거래되던 것이 같은 해 12월 14억원대에 거래됐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 등 강남권 아파트값은 재건축 호재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보다 학군과 교통호재의 영향이 더 크다”며 “주변 재건축이 사업에 차질이 생겨 집값이 떨어져도 인근 일반 아파트값은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강남권의 대표적 학군 지역인 대치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집값이 높은 폭으로 올랐지만, 입주 3년차를 맞은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의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1월 12억5000만원에서 12월 14억4400만원에 거래되며 15%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래미안대치팰리스는 1월 16억5000만원에서 12월 20억원으로 21% 올랐다.

서초구에서는 서초구 반포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2월 9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9개월 후인 11월에는 13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몸값이 48%나 뛰었다. 이 아파트는 입주 18년차를 맞이한 아파트로, 단지규모가 작아 거래는 적지만 인근에 학교가 많아 수요가 풍부한 곳이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 아파트에 집을 가지고 있는 수요 대부분이 재건축의 후광효과를 보기 위해 들어왔다기보다는 학교와 학원가 등이 잘 갖춰진 교육환경을 보고 비싸게 집을 구입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가 해석하는 시장 상황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집값 상승의 진앙지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시장으로, 단순한 규제로 잡히는 곳이 아니다”며 “요즘 서울 집값 상승세를 보면 정부가 강남 부동산 시장을 잘 못 해석하고 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남권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부동산 규제가 발표되면 집값이 하향세인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해 투자를 앞당기는 경우도 있다”며 “세금으로 내는 돈보다 집값이 월등히 많이 뛰면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을 한다”고 전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를 보면 재건축·재개발 지위양도금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수요 활성화 정책 보다는 공급을 막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수요가 많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 심각한 오류를 가져오고 있다”며 “반대로 양도세 면제, 임대주택자 보유시기 축소 등으로 공급을 늘러야 집값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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