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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롱이·문래동 카이스트…캐릭터의 승리 '슬빵'


입력 2018.01.17 06:30 수정 2018.01.17 09:04        부수정 기자

지상파 넘으며 수목극 1위

톱스타 없이도 성공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tvN

지상파 넘으며 수목극 1위
톱스타 없이도 성공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종영을 앞둔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응답' 시리즈를 만든 신원호 PD의 매직은 이번에도 통했다.

이 드라마는 최근 방송에서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지상파 수목극을 제쳤다. 11일 방송된 14회에서 수도권 가구 시청률은 평균 11.5%, 최고 12.8%를 기록했다.

소재는 교도소.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무거울 줄만 알았던 교도소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tvN

버릴 것 없는 캐릭터

지상파 드라마에 꼭 등장하는 지겨운 러브라인도 없고, 막장 전개도 없다. 온갖 자극적인 양념 없이 담백한데 풍성한 한 상 차림이다. 먹으면 또 먹고 싶을 정도로 질리지 않는 요리.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엔 소위 말하는 톱스타가 없다. 이름이 알려진 배우는 정경호, 정해인, 정수정 정도다. 주인공 박해수는 연극계에서 주로 활동해왔고, 나머지 조연들은 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엔 이야기와 캐릭터의 승리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김제혁은 특유의 선한 성품과 친화력으로 2상6방 제소자들과 친해진다. 25년형을 선고받고 들어온 김민철(최무성)을 비롯해 사기도박으로 3년6월형을 받은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 약 기운에 해롱대는 해롱이 한양(이규형), 유대위 유정우(정해인) 등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다.

특히 해롱이 한양과 혀 짧은 문래동 카이스트 콤비의 케미는 압권. 해롱이가 문래동 카이스트의 혀 짧은 발음을 흉내 내다 얻어맞는 모습에서 웃음이 '빵빵' 터진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tvN

해롱이와 유대위의 앙숙 케미도 볼거리다. 극 중 동갑내기인 둘은 시종일관 부딪치며 말다툼을 벌인다. 싸우다 정든 것일까. 유대위는 위험에 빠진 해롱이를 구해주고, 해롱이도 형 때문에 고민하는 유대위에게 조언을 던지며 귀여운 화해(?)를 한다.

이들 외에 제혁과 등졌다가 순한 양으로 돌아온 똘마니(안창환), 법자(김성철), 장발장(강승윤), 똑똑한 고박사(정민성) 등은 다채로운 옷을 입고 제몫을 다했다. 어느 것 하나 겹치는 캐릭터가 없다.

교도관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친구 제혁이를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하는 준호(정경호), 겉모습은 범죄자처럼 보이지만 속은 순두부처럼 여린 팽부장(정웅인), 송요미 송담당(강기둥) 등이 그렇다.

모든 배우가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캐릭터를 소화하는 점도 미덕. 연기력도 매끈하다.

다양한 인물의 사연을 보노라면 90분이 훌쩍 지난다. "세상의 끝에 있는 집, 교도소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과 사연들을 들려주려 한다"는 신원호 PD의 기획 의도가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tvN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캐릭터만 매력적인 게 아니다. 제작진은 극적 전개를 위해 중간중간 반전 있고, 흥미를 끌 만한 스토리를 배치했다.

드라마를 '블랙코미디'로 정의한 신 PD는 "감옥을 소재로 한 터라 우울하게 느낄 수 있어서 코믹과 유머를 넣었다"며 "씁쓸한 이야기도 있고, 극단적인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혁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청자는 제혁이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출소한 뒤 성공적으로 재기하길 바란다. 그간 제혁에겐 많은 위험이 닥쳤다. 제혁이를 다치게 했던 똘마니가 새로 등장해 제혁을 위협하려 했던 상황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결국 재혁이가 똘마니에게 먼저 손을 내밀게 이야기를 구성한 건 제작진의 재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제혁이를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들어냈고, 똘마니의 반전 모습도 보여줬다.

팽부장이 과거 화재 사고로 화상을 입었던 사연, 특수강간을 저지른 악질 범죄자들의 등장, 유대위가 누명을 쓴 사연, 해롱이·문래동 카이스트·민철이 가족사 등은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드라마는 다양한 인물들의 숨은 사연도 들추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제혁과 지호(정수정)의 안타까운 러브라인, 제혁의 동생 제희(임화영)와 준호의 풋풋한 로맨스도 볼거리다.

과연 제혁이 성공적으로 재기하고 지호와 만날 수 있을까. 이제 딱 2회 남았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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