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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적폐청산 정조준…문재인 정부에 빛 본 '1급기밀'


입력 2018.01.14 08:02 수정 2018.01.13 20:04        부수정 기자

김상경·김옥빈·최무성·최귀화 주연

'이태원 살인사건' 고 홍기선 감독 연출

김상경 김옥빈 주연의 '1급기밀'은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김상경 김옥빈 주연의 '1급기밀'은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영화 '1급기밀' 리뷰
김상경·김옥빈·최무성·최귀화 주연


"이 영화는 한 인간의 용기와 여러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배우 최무성은 방산비리를 소재로 한 영화 '1급기밀'을 이렇게 소개했다.

'1급기밀'은 방위산업 비리를 정면으로 다룬다. 1997년 외국 무기부품 구매과정 예산 낭비 의혹을 언론에 공익제보한 박대기 국방부 구매담당관, 2002년 조주형 공군 대령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김영수 해군 소령의 군납비리 폭로 등 군 내부고발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한국 영화에서 다뤄진 적 없는 민감한 소재라 제작진 역시 큰 용기가 필요했다. 지난해 12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홍기선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홍 감독은 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직후 시나리오를 작업했고, 2010년 기획, 제작에 나섰다. 총 8년간 준비한 끝에 비로소 세상에 나온 셈이다.

영화는 민감한 소재 탓에 제작이 쉽지 않았다.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거부당하고, 지역영상위원회와 개인투자자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완성됐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 동안 제작된 이 영화는 홍 감독의 뜻을 이어 이은 감독이 후반 작업을 마친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개봉할 수 있었다. '적폐청산'을 목표로 하는 문 정부와 영화의 메시지가 맞닿아 있는 셈이다.

1999년,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 중령(김상경)은 아내와 딸에게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청렴한 군인이다. 야전에서 국방부 항공부품구매과에 오자마자 군수본부 실세의 눈에 들어 쾌속 승진한다.

김상경 김옥빈 주연의 '1급기밀'은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김상경 김옥빈 주연의 '1급기밀'은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대익은 '식구'라며 살갑게 대해주는 동료들 덕에 조금씩 적응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공군 전투기 파일럿 강영우 대위(정일우)가 찾아와 전투기 부품 공급 업체 선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부품구매 서류를 확인하던 대익은 유독 미국의 에어스타 부품만 공급되고 있다는 걸 알고 의문을 품는다.

이후 강 대위가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당하는데, 조직은 이를 조종사 과실로 만들어 사건을 은폐한다. 뒷조사 끝에 대익은 차세대 전투기 도입에 대한 에어스타와 연계된 미국 펜타곤과 국방부 간에 진행되는 계약을 알게 된다. 용감한 군인으로 남고 싶은 대익은 'PD25시'의 김정숙 기자(김옥빈)와 '1급기밀'을 폭로하려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대익이 1급기밀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갈등을 건드린다. 상명하복(上命下服) 군대 조직에서 스스로 내부고발자가 된 대익은 명예, 가족도 포기한 채 정의를 위해 맞서 싸운다. 하지만 그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정·재계 고위층부터 언론까지, 거대 권력에 장악당한다. 그래도 대익은 포기하지 않는다. 가족과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다. 상상할 수 없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간 그의 집념은 용기를 뛰어넘은 희생이다.

후반 작업을 맡은 이은 감독은 "용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에 따르면 홍 감독은 '1급기밀'을 준비하며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방식을 시도했다.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서 인간을 넉넉하게 그리는 것이 홍 감독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였다.

영화사 측은 "대의에 공감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건 어렵고 용기 있는 일"이라며 "'1급기밀'은 수많은 용기 덕에 완성됐다. 희망의 연대를 지나 절망과 회의의 시간을 거치면서도 홍 감독이 여전히 믿고 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의 승리"라고 설명했다.

김상경 김옥빈 주연의 '1급기밀'은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김상경 김옥빈 주연의 '1급기밀'은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배우 김상경이 군 기밀을 폭로하기로 결심한 국방부 항공부품구매과장 박대익 중령, 김옥빈이 탐사보도 전문기자 김정숙 역을 맡았다.

'알아야 할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한 김상경은 "영화는 보수, 진보 등 정치색과 상관없다"며 "방산 비리는 알려지지 않았을 뿐, 예전부터 논란이 됐던 일"이라고 전했다.

김옥빈은 '소수의견'에 이어 또 실화 소재의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공교롭게 두 영화 속 캐릭터 모두 기자다. 두 영화는 소재 탓에 오랜 시간이 걸려 극장에 걸렸다.

김옥빈은 "용산 참사를 다룬 '소수의견'은 중간에 배급사도 바뀌었고, 2년 동안 묵혔다가 나와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실화 소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는 일이 이제는 없어진 것 같다. '1급기밀'도 긴 시간 기다렸는데 좋은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연들의 연기가 영화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군수본부 외자부장 천장군 역의 최무성, 군수본부 소속 대령 남선호 역의 최귀화, 항공부품구매과의 실세 화주임 역의 김병철 등이 그렇다. 악역을 맡은 이들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한 훌륭한 조력자들이다.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도 관심사다. 영화 특성상, 화려한 양념에 깃들어진 관객들에겐 심심할 수도 있겠다. 무거운 소재를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101분)에 풀어낸 건 장점으로 꼽힌다.

1월 24일 개봉. 101분. 12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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