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렉스턴 스포츠'를 '픽업트럭'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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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4월 24일 00:45:12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를 '픽업트럭'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
    '틈새시장' 벗어나 중형 SUV 시장 본격 공략
    픽업의 활용성+G4렉스턴의 고급감+뛰어난 가격경쟁력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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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1-10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렉스턴 스포츠.ⓒ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신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했다. 쌍용차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업체다. 하지만 쌍용차는 정작 렉스턴 스포츠를 ‘픽업트럭’으로 언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쌍용차는 9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신차발표회에서 렉스턴 스포츠의 국내 판매목표를 월 2500대, 연간 3만대 규모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픽업트럭 시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쌍용차가 독점하며 쏠쏠한 판매실적을 올려온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쌍용차는 그동안 무쏘 스포츠,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등으로 모델체인지를 진행하며 픽업트럭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렉스턴 스포츠 직전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의 경우 2012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2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단종(국내용은 판매중단, 해외판매만 유지)이 예고된 지난해 12월 판매실적도 2353대에 달하는, 화끈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모델이었다.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 목표로 잡은 3만대는 코란도 스포츠의 지난해 판매실적(2만2912대) 대비 30%가량 증가한 규모다. 기존보다 비약적으로 높진 않지만 픽업트럭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과감한 목표다.

    업계에서는 국내 픽업트럭 수요가 일정 수준으로 탄탄하게 유지되긴 하지만 역으로 확장 여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이 시장에 굳이 뛰어들지 않고 쌍용차의 독점 시장으로 내버려두는 것도 이같은 특성 때문이다.

    쌍용차가 렉스턴 스포츠 판매를 30% 늘리겠다는 것은 ‘안정적이지만 성장에 한계가 있었던’ 픽업트럭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쟁자 하나 없이 홀로 치러내야 하는 외로운 싸움이다.

    이날 신차발표회에서는 좀 더 많은 소비자들을 픽업트럭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쌍용차의 전략이 돋보였다. 바로 SUV와 픽업트럭 사이의 이질감을 줄여 시장규모가 큰 SUV 소비자들을 렉스턴 스포츠의 수요층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쌍용차가 렉스턴 스포츠를 ‘픽업트럭’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쌍용차는 신차발표회 내내 ‘픽업’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와 차량 설명자료, 팸플릿 등 어디에도 ‘픽업’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오픈형 렉스턴’이라는 수식어를 렉스턴 스포츠 앞에 붙였다. 이 수식어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이 차가 ‘짐차’가 아닌 ‘화물 적재공간이 오픈된 SUV’라는 뜻이다.

    이는 ‘짐차’라는 이미지 때문에 픽업트럭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나, 본인은 사고 싶지만 가족의 반대에 부딪친 소비자에게 렉스턴 스포츠를 선택해야 할 당위성을 제공해 준다.

    다른 하나는 프리미엄 SUV인 G4렉스턴과 동급임을 강조하는 의미다. 그동안 G4렉스턴 마케팅을 통해 구축한 프리미엄 SUV의 이미지를 렉스턴 스포츠에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겉모습만 봐도 G4렉스턴의 혈통을 이어받았음을 알 수 있고, 고강도·초경량 쿼드프레임을 비롯, 엔진 등 상당수의 차체·구동 부품을 G4렉스턴과 공유한다. 변속기만 7단에서 6단으로 다운그레이드했을 뿐이다. 실내 디자인과 편의·안전사양도 G4렉스턴에 필적하는 고급감을 갖췄다.

    이는 렉스턴 스포츠가 이전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보다 상위에 위치한 차급임을 강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차체 크기만 해도 렉스턴 스포츠는 전고, 전폭, 전장, 축거, 화물적재공간 등 모든 면에서 코란도 스포츠보다 월등히 크다.

    렉스턴 스포츠가 기존 SUV 소비자들을 공략할 가장 큰 무기는 가격이다. 렉스턴 스포츠의 가격은 기본모델 2320만~3058만원으로 코란도 스포츠(2106만~2945만원)보다는 트림별로 100~200만원 비싸지만 G4렉스턴(3350만~4550만원)보다는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코란도 스포츠보다 월등히 큰 차체를 갖췄고, G4렉스턴과 유사한 디자인에 동일한 플랫폼을 적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착한’ 가격이다.

    이에 대해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환경규제 등에 맞추느라 원가상승요인이 컸지만 적극적인 원가절감활동을 수행해 우리 고객층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대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2320만원에서 시작하는 코란도 스포츠의 가격은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 르노삼성 QM3 등 기본트림이 2000만원대 중후반인 경쟁사들의 중형 SUV 고객층을 끌어오기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중형 SUV는 지난해 내수판매 16만대를 기록한, 국내 최대 시장을 갖춘 차급이다.

    특히 쌍용차는 G4렉스턴이 기존 렉스턴W보다 상위 차급인 대형으로 포지셔닝 되면서 중형 SUV가 공백인 상태라 판매 간섭 우려도 없다. 나아가 준중형 SUV 중상위 트림 소비자들도 공략할 여지가 있는 수준이다.

    결국 렉스턴 스포츠 앞에 붙은 ‘오픈형 렉스턴’이라는 수식어에는 픽업트럭이라는 좁은 틈새 시장에서 벗어나 넓은 SUV 시장을 제대로 공략해 보겠다는 쌍용차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렉스턴 스포츠는 일반 SUV보다 더 뛰어난 적재능력과 활용성, G4렉스턴에 필적하는 고급감에 차별화된 스타일까지 갖춘 차종”이라며 “픽업트럭으로 별도로 분류하기 보다는 국내 SUV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차종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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