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쟁점 총정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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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쟁점 총정리해보니...
    공모로만 단순뇌물죄? 부정청탁?…'일반인' 이해해야
    정해진 결론 맞추는 판결 아닌 정확한 사실인정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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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1-05 06:00
    서정욱 변호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사진)ⓒ데일리안

    <칼럼> 공모만으로 단순뇌물죄? 부정한 청탁?... '일반인'도 이해돼야
    결론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판결 아니라 정확한 사실인정 후 결론을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삼성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4개월여간 17차에 걸친 치열한 법리공방 끝에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을 끝으로 선고만 앞두고 있다.

    “이 사건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정경유착의 전형입니다.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단죄해야 합니다.”

    특검 '논고'의 핵심이다.

    “저는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 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있는 일입니다. 제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부회장 '최후진술'의 핵심이다.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수많은 법률적·사실적 쟁점들이 다투어졌고, 특검은 네 차례나 공소장을 변경했다.

    먼저 법리적인 면에서 특검은 당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제3자 뇌물죄'로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가 되자 항소심에서 '단순 뇌물죄'를 추가했다. 반면 '단순 뇌물죄'로만 기소했던 정유라의 승마 지원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석명에 따라 '제3자 뇌물죄'를 추가했다.

    다음으로 사실적인 면에서 특검은 안봉근 전 비서관의 증언 등을 근거로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단독면담을 가졌다는 이른바 '0차 독대'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안가에서 안 전 비서관을 만난 적이 없고,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다"며 "내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면 적절치 못한 표현이지만 치매다"라고 특검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상의 공소장 변경 중 필자가 보기에 특검이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에 '단순 뇌물죄'를 추가한 것은 '부정한 청탁'의 입증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큰 의미가 없다. 또한 2014년 9월 12일 소위 '0차 독대'도 팩트 자체에 다툼이 있고, 무엇보다 위 면담에서 어떤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결정적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

    ◆항소심 핵심 쟁점 두 가지는?

    결국 필자가 보기에 항소심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다음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유라 승마 지원과 관련하여 1심과 마찬가지로 '단순 뇌물죄'를 적용할 것이냐, 아니면 공소장에 예비적 범죄사실로 추가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것인가?

    둘째, 만약 정유라 승마 지원을 '제3자 뇌물죄'로 의율한다면, 제3자 뇌물죄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을 과연 인정할 것인가?

    먼저 첫 번째 쟁점에 대해 살펴보자.

    예측컨대 정유라 승마 지원의 경우 1심과 달리 '단순 뇌물죄'가 아니라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모한 이상 뇌물 전체가 비공무원에게 귀속된 경우에도 '경제적 공동체' 여부와 무관하게 '단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형법상 뇌물죄의 체계와 판례에 반하기 때문이다.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한 단순 뇌물죄와,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제3자 뇌물죄로 구별한다. 아울러 제3자 뇌물죄의 경우 공무원이 직접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벌성(可罰性)'이 약하기 때문에 단순 뇌물죄보다 강화된 요건으로 '부정한 청탁'을 요한다.

    다만 위와 같이 두 죄를 엄격히 구별할 경우 공무원과 제3자가 소위 '경제적 공동체'에 가까울 정도로 특수한 관계에 있음에도 단지 '부정한 청탁'이 없어 처벌할 수 없는 '법의 흠결'이 나타날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관계 명확한 사실판단없이 단순 뇌물죄?...명백한 죄형법주의 위배

    예컨대, 공무원이 제3자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거나, 채무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제3자가 뇌물을 받으면 공무원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부정한 청탁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못한다면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이나, 제3자가 공무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 등은 실질적으로 공무원이 받은 경우와 차이가 없으므로 '부정한 청탁'의 유무와 관계없이 '단순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형법 규정과 판례에 의할 때 원심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에 대해 소위 '경제적 공동체'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고 단지 '공모'만으로 '단순 뇌물죄'를 인정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

    먼저 법리적으로 원심의 판단처럼 뇌물의 귀속주체와 무관하게 단지 공모만으로 단순 뇌물죄가 성립한다면 제3자 뇌물죄는 공모가 없을 때에만 성립하는데, 이는 제3자 뇌물죄에 있어 ''제3자가 그 정을 알았는가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판례에 명백히 반한다.

    또한 사실적으로 최소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갚아야 할 부채가 있다거나, 생활비를 부담해야 할 특수한 사정이 있어야 사회통념상 '최순실이 받은 돈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유탈하였다.

    특검은 '경제적 공동체'나 '공동 지갑론' 등을 주장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하지만, 최순실의 의상비나 의료비 대납, 삼성동 주택구입 자금 지원 등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임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수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원심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사실판단'도 없이 '단순 뇌물죄'의 성립을 근거 없이 확장했고,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명백히 위배된다.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정유라 승마 지원과 관련하여 특검에 '제3자 뇌물죄'를 추가할 지에 대한 석명권을 행사했고, 특검이 예비적으로 공소장을 변경한 이상 원심과 달리 제3자 뇌물죄로 의율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음으로 두 번째 쟁점에 대해 살펴보자.

    만약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 '제3자 뇌물죄'로 의율된다면 결국 항소심의 유일한 쟁점은 과연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명시적, 개별적,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없었지만, 승계구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하여 묵시적으로 청탁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특검의 공소장과 원심 판결문을 보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자체를 도와달라고 한 것인지, 아니면 미리 치밀하게 계획된 '승계작업 구도'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막연히 도와달라고 했는지 분명치가 않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특검이 '경영권 승계'와 '승계작업'을 혼용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청탁의 내용을 명확히 하라고 석명권을 행사했다.

    ◆ 경영권 분쟁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굳이 뇌물까지 제공하며 청탁?

    즉, 재판부는 "특검이 공소장에서 '승계작업'이라는 문구를 쓰면서 그 정의를 내려놨는데, 항소이유서나 의견서 등에 보면 승계작업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있다며 과연 경영권 승계 자체도 청탁대상에 포함되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의 판단으로는 부정한 청탁의 내용 중 '경영권 승계'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에 대한 분쟁이 전혀 없는 현 상황에서 이미 충분한 지분과 의결권을 확보한 이 부회장이 굳이 뇌물까지 제공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청탁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의 주식이 한주도 없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결정할 능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삼성의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였는지 여부와, 가사 존재했다 하더라도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로 좁혀진다.

    이와 관련하여 특검은 '승계작업'이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분 확보 등 각종 인위적인 활동을 의미하는데,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중간 지주회사 설립, 순환출자 해소 등에 있어 청탁을 하고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이 급박했고,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승계 작업 자체가 '실체가 없는 가공의 프레임'일 뿐이고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뇌물 제공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부친의 회장직을 이어받는 승계는 앞으로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대통령의 은밀한 도움이 필요한 인위적인 '승계작업'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부회장의 주장은 한마디로 위의 최후진술에서 보듯이 그룹의 승계는 이 부회장 스스로 그룹의 미래와 비전에 어떠한 능력을 보여주는지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며,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항소심에서는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

    명시적, 개별적, 구체적 청탁이 없었지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으므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원심의 판단이 유지될 것인가? 아니면 승계작업 자체가 전혀 '실체가 없는 가공의 프레임'일 뿐이고,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뇌물 제공도 없었다는 이 부회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인가?

    ◆큰 그림으로 대충?...범죄의 구성요건 꼼꼼히 따져봐야

    이에 대해 필자가 섣부른 예단을 할 수는 없지만 다음의 두 가지는 꼭 지적하고 싶다.

    첫째, "언어적 의미를 명확히 해야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내릴 때 그 부분을 포함해서 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지적처럼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평균적 일반인'이 볼 때도 그 의미가 명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명시적, 개별적, 구체적 청탁이 없었지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한마디로 부분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승계작업'이라는 큰 그림을 보면 뇌물이 성립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형사법에서 가벌성의 요건과 관련한 모든 문언과 판단은 평균적인 상식을 가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큰 그림으로 대충 유무죄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개별·구체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과 이에 대한 해당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필자는 개별적, 구체적으로 아무런 청탁이 없었지만, 포괄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개별적 청탁'들이 모여서 최종적으로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청탁'이 되는 것인데, 특검이 기소한 11개의 개별적 청탁은 모두 부정되고 어떻게 포괄적 청탁이 될 수 있는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중간 지주회사 설립, 순환출자 해소 등 개별적인 청탁들이 최소한 하나라도 인정되어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청탁이 될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뇌물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의 경우 그 청탁의 내용은 반드시 '육하원칙(六何原則)'에 따라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왜, 어떠한 내용의 청탁을 하였는지가 명확히 특정되어야만 비로소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별적, 구체적 청탁이 없음에도 포괄적 청탁이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나무가 없는데도 숲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모순을 범하고 있다 할 것이다. 또한 필자는 명시적으로 아무런 청탁이 없었지만, 묵시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이심전심으로 부정한 청탁을 하고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원심의 판단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아무리 판례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다 해도 이는 뇌물을 주고 받는 양 당사자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공통의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존재 자체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이 부회장 자신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승계작업'이라는 미래의 큰 그림을 어떻게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이심전심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가?

    무엇보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라는 엄청난 이권에 대한 청탁의 대가로 고작 ''삼성 소유의 말을 자기 말처럼 타라(정유라 증언)''는 비교적 사소한 대가를 지급하고 그나마도 지원 규모를 줄여 보려고 협상을 계속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만일 원심처럼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을 무한정 인정하면 대통령의 정책에 협조한 어느 기업이 과연 뇌물죄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결국 원심은 묵시적 청탁에 대해 '어떠한 증거'나 '논리적 추론'도 없이 자의적으로 사실인정을 하였는 바, 유무죄와 무관하게 이와 같은 잘못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입각해 판단 내려야

    둘째, 사족일수도 있지만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이 부회장에게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이 없는 확신'이 들 정도의 고도의 증명력을 요한다.

    특히 본 재판처럼 직접증거는 전혀 없고 간접증거(정황증거)에 의하여 유죄 인정을 할 때에는, 그러한 사실인정이 유일한 합리적 결론이어야 한다(the only reasonable conclusion의 법칙).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要證事實)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이 제기되면 당연히 무죄가 될 수밖에 없다.

    법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 이상 위와 같은 법원칙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재벌이라고 특혜가 있어도 안 되지만, 일부의 반(反) 재벌 정서에 따른 역차별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유전무죄(有錢無罪)'도 안 되지만, '유전유죄(有錢有罪)'도 안 된다는 의미다.

    항소심은 특검과 이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권력과 여론에 일체 좌고우면 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입각하여 명쾌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 치의 자의도 발붙일 틈이 없는 정교한 논증으로 평균적 일반인이 누구나 흔쾌히 수긍할 수 있는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자유심증주의에 있어서 자유가 '자의(恣意)'를 의미할 수는 없으며, 사실인정이 '법관의 전단(專斷)'이 되어서도 안 된다. 합리성과 객관성을 결여한 증거가치의 판단은 위법하고(대판 84도554), 논리칙과 경험칙에 반하는 증거취사나 사실인정은 허용될 수 없다(대판 91도1956).

    항소심 재판부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끼워맞추는 판결이 아니라, 치밀한 법리 해석과 정확한 사실인정 후 비로소 결론을 내려야 한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 부회장에 대한 이 재판이 훗날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정치 재판, 여론 재판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오점을 남겨서는 결코 안 된다.

    이 재판은 오로지 죄형법정주의,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 원칙 등 형사재판의 대원칙들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진정한 법치의 재판이 되어야 한다. '법'과 '원칙'이 '여론'과 '권력'의 우위에 서는 진정한 법치 회복의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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