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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병헌 "연기 늘 어려워, 끊임없이 고민"


입력 2018.01.08 08:55 수정 2018.01.09 13:44        부수정 기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서 조하 역

"유쾌하고 밝은 역할 재밌게 연기"

배우 이병헌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유쾌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BH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유쾌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BH엔터테인먼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서 조하 역
"유쾌하고 밝은 역할 재밌게 연기"


배우 이병헌(46)은 어느 작품에서든, 물 흐르듯 연기한다. 사극이면 사극, 로맨스면 로맨스, 액션이면 액션. 이병헌은 모든 장르와 캐릭터가 어울리는 충무로에 몇 안 되는 보석 같은 배우다.

'싱글라이더'(2016), '마스터'(2016), '남한산성'(2017) 등에서 무겁고 진중한 캐릭터를 소화한 그가 이번엔 현실에 있을 법한 역할로 돌아왔다.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을 통해서다. 영화는 모두에게 잊힌 복싱선수 조하(이병헌)가 인생에서 지웠던 엄마 인숙(윤여정)과 동생 진태(박정민)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병헌은 한때 동양 챔피언까지 했던 복싱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자존심만 남은 조하 역을 맡았다. 카리스마를 벗고 친근함을 입은 그는 유쾌한 변신을 시도했다. '연기의 신'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게 이병헌은 이번에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5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이병헌은 "영화를 재밌게 봤다"며 "기분 좋고, 유쾌한 영화로 새해를 시작하셨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영화를 선택한 계기는 감동과 눈물, 웃음이 모두 있는 이야기란다. 극을 관통하는 따뜻한 분위기도 좋았단다. "남들이 보기엔 유치할 수도 있는데 저는 재밌게 봤어요. 생각하지도 않았던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더군요. 신기했죠."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은 "감동과 웃음, 눈물이 있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했다.ⓒBH엔터테인먼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은 "감동과 웃음, 눈물이 있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했다.ⓒBH엔터테인먼트

극 중 조하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엄마에게 버림받는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지닌 그는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런 그가 진태, 인숙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여는 부분은 관객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병헌이 해석한 조하는 쓸쓸한 사람이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진태만 챙기고, 그런 엄마가 조하는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배우는 인물의 결핍을 전면에 내세우는 부분을 고민했다. 어렸을 적 받은 상처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는 어느덧 일상이 된 터라 드러나지 않았으면 했다. 이런 이유에서 엄마와 만나는 장면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조하는 고아처럼 자란 사람이라 안쓰럽고 쓸쓸해요. 감정을 표현하지 않다가 나중에 감정을 폭발하는데 아이처럼 울죠. 조하 인생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생길 즈음에 또 다른 슬픔이 닥친, 가슴 아픈 장면입니다."

이병헌은 브레이크댄스도 추며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고등학교 때 춤을 많이 쳤다는 그는 "윤여정 선생님의 애드리브로 한 번 더 추게 됐다"며 "슬프면서도 여운이 있는 장면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장르 특성상 애드리브도 많이 했다.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함께 맡은 터라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바로 영화에 반영할 수 있었다.

앞서 이병헌은 진태 역의 박정민에 대해 '집념이 대단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둘이 만들어낸 호흡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병헌은 "박정민은 센스도 있고, 영리한 후배"라며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애드리브를 한다. 인상 찌푸려지는 코미디를 안 하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은 상대 역 박정민에 대해 "센스 있고, 똑똑한 후배"라고 극찬했다.ⓒBH엔터테인먼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은 상대 역 박정민에 대해 "센스 있고, 똑똑한 후배"라고 극찬했다.ⓒ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이 '내부자들'로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휩쓸 때 박정민은 '동주'로 신인상을 휩쓸었다. 둘은 시상식에서 자주 마주쳤다. "이후 박정민이 나온 작품을 봤는데 '물건'이었더군요. 호흡은 99점입니다. 하하. 서로 다른 음을 가진 진태와 조하의 호흡이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예요. 처음에는 조하가 어색했는데 차츰 편해졌어요. 관객들도 둘 호흡에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인숙 역을 맡은 윤여정과는 첫 호흡이다. 윤여정은 "이병헌과 박정민 때문에 출연했다"며 "두 후배가 너무 잘했고, 난 못했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놓은 바 있다.

이병헌은 "윤여정 선생님은 순간 물입도가 최고"라며 "연기를 하다 보면 타성에 젖는 순간 있는데 선생님은 항상 열정을 갖고 열심히 연기하신다"고 강조했다.

캐릭터 탓에 외적인 부분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편한 트레이닝복만 입었고, 메이크업, 헤어도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장르도, 캐릭터도 편한 덕에 촬영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힘든 부분은 없었을까. 엔딩을 언급한 그는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결말과 영화 속 엔딩이 달라서 갈등했다"며 "이런 고민은 작품 할 때마다 하는 편이다"고 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은 "끊임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한다"고 전했다.ⓒBH엔터테인먼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은 "끊임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한다"고 전했다.ⓒBH엔터테인먼트

감정 연기도 관건이었다. 과잉된 감정을 보여주다 보면 자칫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차갑기만 한 조하가 서서히 변하면서 마음을 여는 부분에 신경 썼다.

극 말미 진태의 피아노 연주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진태, 인숙, 조하 모두가 행복한 장면이다. 배우는 펑펑 울었다. "관객들은 진태의 연주를 보고 감동받을지도 모르지만 조하는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어쩌면 마지막일 될지도 모르는 연주를 본 거니까요."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그도 신인일 때가 있었다. 1991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당시 PD들에게 '연기 못한다'며 항상 욕을 먹었다. 물 흐르듯 연기하는 선배들을 보며 '저렇게 잘하며 얼마나 좋을까', '선배들은 연기가 참 쉽겠지'라며 부러워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병헌은 그때 선배들의 위치에 서 있다. 그것도 모든 후배가 '꿈'으로 꼽는 선배다. 그래도 고민은 계속되고, 부족하다고 느낀다. "막상 제가 선배들 자리에 있다 보니 연기할 때마다 느끼는 부담감이 예전과 다를 게 없더라고요. 끊임없이 고민하고요.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쉬운 게 하나 없어요. 연기는 늘 어렵거든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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