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임대시장, 지키려는 자와 내놓으라는 자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2월 23일 23:23:11
[데스크칼럼] 임대시장, 지키려는 자와 내놓으라는 자
전정부, 만성 전월세 난 해결위해 '다주택자 양산' 선택
문재인 정부, 집값 급등 원인은 투기...시장에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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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4 06:00
박관종 기자(pkj313@dailian.co.kr)
15년전 쯤, 이름도 생소해 아카보도인지 아보도카인지 헷갈렸던 아보카도(Avocado)란 고가의 과일이 백화점 식품코너에 등장하기 시작할 무렵.

결혼 준비에 여념이 없던 우리 부부는 부모님들께 정식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하는데 저 정도 과일쯤으로 구색은 맞춰줘야 생색이 나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과일들과 함께 이름도 어려운 아보카도로 화룡정점을 찍은 과일 바구니를 장만했다.

바구니를 받아든 가족들은 역시나 아보카도에 관심을 보였고, 사온 사람의 정성도 있고 하니 같이 맛이나 보자며 금세 깎아 내 왔다. 하지만 과일인 듯, 채소인 듯 속살을 한 조각씩 맛본 가족들의 알 수 없는 표정.

잘 익지 않아서였던지, 기대했던 맛이 아닌 것이 생소했었던지, 아무튼 우리에겐 별 맛이 없는데다 비싸기까지 한 과일이라 다음부턴 사먹지 않는 걸로 결론을 냈었다.

그렇게 내 기억엔 그저 그랬던 아보카도가 요즘 ‘핫’하다. 고급식당 요리사들이 자주 쓰는 식재료에, 셀럽들이 사랑하는 과일로 알려지며 열풍을 타고 있다. 서양에서는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에 들기도 했다. 국내 수입량도 매년 늘어 2012년 534t(224만 달러)에서 2016년 2915t(1189만 달러)으로 5년 사이 4배정도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FTA 체결국가인 미국과 뉴질랜드에서 주로 들여오지만, 사실 아보카도 생산 1위 국가는 전 세계 생산량의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다.

여러 국가에서 엄청난 양을 생산하고, 농장도 늘려가고 있지만 최근 중국인 수요가 폭증한데다, 일부 농장 노동자들이 농장주의 착취에 반발해 파업을 종종 하는 탓에 수요물량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 졌다. 그런 이유로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으니, 오죽하면 멕시코에서는 아보카도를 '그린골드'(Green gold)라고 부를 정도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돈이 되는 아보카도 농사에 너도나도 뛰어들며 숲이 파괴되고 살충제 과다 사용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멕시코 갱들이 농장주를 납치 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거나, 보호 명목으로 상납금을 내라며 위협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농민들은 자경단을 꾸려 군사훈련을 받고, 자동소총과 방탄조끼 등으로 중무장 하는 등 무력 대응에 나섰다.

이것이 우리가 우아하게 즐기는 과일, 아보카도의 씁쓸한 이면이다. 이룬 것을 강제로 내놓으라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 그 사이의 결과물.

▲ 지난해 12월 13일 정부는 민간임대주택 등록촉진과 임차인 권리보호의 내용을 골자로 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데일리안

뜬금없는 비교지만, 우리 주택임대 시장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젠 좀 내놓으라는 정부와 지키고 싶은 다주택자와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뭐 정부가 갱단, 욕심 많은 일부 다주택자들이 아보카도 농장주와 똑같다는 건 아니지만…

지난 정부는 만성 전월세 난을 해결할 묘안으로 ‘다주택자 양산’을 선택했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상태로 막대한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중의 돈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집이 두 채 있는 사람은 갭투자를 해서라도 한 채 더 사라고 권했다. 금리가 낮을 때 어서 빨리 빚을 내 집을 사라고 했다. 여력이 되는 사람이 집을 여러 채 사 세를 내면 집 없는 서민들이 살 반전세나 월세집이 시장에 공급돼 임대주택 공급난이 해소된다는 논리였다.

다양한 혜택을 등에 업은 다주택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크고작은 신도시급 단지들이 들어서며 집값도 껑충 뛴다. 자연스럽게 투기세력도 득세하기 시작하니, 집값의 상승 속도는 누구도 막지 못할 폭주로 변했다. 강남발 재건축 열기까지 더해 시장은 터질 듯 뜨거워졌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이런 폭주에 급제동을 건다. 집값 급등의 원인을 투기에 두고, 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취임 첫해 여섯 번의 고강도 대책을 발표한다. 6년여 만에 투기과열지구를 부활시키고, 대출강화와 거래규제를 단행한다.

이 과정에서 '그린골드'를 손에 넣은 다주택자들이 투기세력으로 지목된다. 1인 1주택을 기본으로 나머지 집은 매매시장에 내 놓거나 임대업자로 공식 등록해 보장된 기간 동안 세를 주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조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게 그나마 당근이다.

만약 복지부동 한다면 세금 부담을 안기고, 임대업등록을 의무화하고,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다는 건 엄포다. 거기에 부동산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하며 밀어 붙이고 있다.

투기세력이 시장을 주도해 주택가격이 오르는 사이 무주택 서민들과 청년들이 갈 곳을 잃은 건 심각한 문제다. 이는 현 정부의 임기 내 100만호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응원하는 이유다.

그러나 다주택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권이 바뀌자 손바닥 뒤집듯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바뀐 것일 테니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 정권의 기조를 타 집을 산 사람 모두를 ‘투기 적폐’로 모는 분위기, 따라오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일방적 위협이 다분히 공격적이다. 그러니 버티기에 들어가며 내 것을 지키기 위한 강한 본능을 발동 할 수밖에.

투기는 부동산 시장에서 반드시 몰아내야 할 적폐다. 허나 모든 다주택자들이 정부와 서민들이 적대시해야 할 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책이 안착해 국민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알맞은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 사안처럼 어느 한쪽의 양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도 정책 실행의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들을 양질의 임대사업자로 끌어드리는데 있어 그 이면에 대립 조장과 강제가 아닌 우아한 논의와 설득이 있어야 한다. 무장을 해제할 수 있도록 감싸 안아야 하지 않겠는가.[데일리안 = 박관종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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