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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17 유통결산] 힘겨웠던 K뷰티·패션…사드에 '흔들' 내수에 '우울'


입력 2017.12.28 06:00 수정 2017.12.28 06:07        손현진 기자

K뷰티, 차이나 리스크에 홍역…글로벌 사업 다변화 박차

패션업계도 어려웠던 한 해…브랜드 구조조정·온라인 혁신 이뤄져

올해 국내 화장품과 패션업계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 매장에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 ⓒ데일리안DB 올해 국내 화장품과 패션업계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 매장에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 ⓒ데일리안DB

화장품과 패션업계에 2017년 정유년은 그야말로 '기운 빠진 한 해'였다. 국산 화장품은 그동안 한류를 등에 업고 중국 소비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드(THAAD) 배치를 두고 한·중 양국이 갈등을 겪으면서 상황이 점차 달라졌다. 급기야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한국여행을 금지하면서 화장품업계는 '차이나 리스크'에 휘청이는 위기를 겪었다.

국내 경기가 침체해 내수가 부진했던 영향도 컸다. 해외 관광객이 감소해 면세점과 브랜드숍 등 매장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등 새로운 유통 강자의 등장으로 경쟁이 가중된 것도 내수 침체가 배경이 됐다.

내수가 답보상태에 머무르면서 패션업계도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소비심리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패션업계는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는 정리하고, 사업 다각화나 해외 진출에 나서는 등 활로를 찾아 나서야 했다. 다만, 겨울에 들어선 '롱패딩' 열풍이 불어 패션업계에 한 줄기 호재가 됐다.

사드 보복에 휘청…K뷰티 글로벌 전략 '빨간불'
중국 정부의 '한한령' 영향이 본격화한 직후 국내 화장품 시장 '투톱'에 이목이 쏠렸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2분기 매출이 약 10%, 영업이익은 절반 감소했고 3분기 역시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이 40% 꺾였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아모레와 달리 음료, 생활용품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 사드 직격탄은 피할 수 있었지만, 2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4.7%, 2.7%씩 소폭 감소하면서 대 중국 전략을 재고해야 할 필요성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됐다.

사드 보복 이전, 롯데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롯데면세점 사드 보복 이전, 롯데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롯데면세점

여기에 H&B 스토어까지 급성장하며 화장품시장의 지형 변화를 몰고 왔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은 2014년 매출액 5000억원 규모에서 약 2년만인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GS리테일의 왓슨스, 롯데쇼핑의 롭스, 신세계 이마트의 부츠 등 대기업들이 내놓은 후발주자들도 화장품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H&B스토어 매출에서 화장품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올리브영의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 매출 비중은 전체의 절반이 넘고, 왓슨스의 올해 누적 화장품 매출 비중은 85%에 달한다.

차이나 리스크와 높아지는 시장 경쟁에 따른 복안으로 업계는 올해 해외 판로를 넓히는 데 힘을 쏟았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 실적을 보면 2011년 3272억원에서 지난해 1조6968억원까지 지속 증가했고, 올해 3분기도 해외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6.5% 증가한 1조3128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는 5대 챔피언 브랜드(설화수·라네즈·마몽드·에뛰드·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중동, 서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도 '후'와 '숨', '빌리프' 등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후'는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 10여개국에 진출해 있고 허브화장품 브랜드 '빌리프'는 미국 코스메틱 편집숍 세포라의 1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말레이시아에 매장 2곳을 오픈한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숍 어퓨는 3년 내 말레이시아 매장을 총 12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 다각화에 나서면서 중국 시장 의존도가 낮아지는 긍정적인 영향도 감지됐다. 국내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 1월 34.2%에서 6월 31.9%로 줄었다. 이와 달리 미국은 같은 기간 10.6%에서 12.8%로, 일본은 4.5%에서 5.2%로 증가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보복의 긍정적인 영향은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외 국가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한 것"이라며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사드 기저효과에 따라 면세점 채널에서 큰 폭의 성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활로 찾으려는 패션 '환골탈태'…롱패딩 인기엔 함박웃음
패션업계에선 올해 '경쟁에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토로가 잇따랐다.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 등 대형 유통사들이 자체 브랜드(PB)를 내걸고 패션 사업을 확대했고, 모바일 쇼핑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통 패션업체들이 온라인 쇼핑 채널과도 경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졌다.

우선 실적이 낮은 브랜드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시행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초 남성복 '엠비오'와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 사업을 접었다. 프리미엄 라인인 '로가디스 컬렉션'을 갤럭시로 통합하고 '빈폴키즈'를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대신 '준지'와 '구호' 등 주력 브랜드 관련 사업은 강화했다.

코오롱FnC는 남성복 브랜드를 재편했다. '브렌우드'는 중년 남성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라이프웨어로, '지오투'는 그간 선보였던 수트 라인을 제외한 어반 캐주얼 브랜드로, '스파소'는 온라인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LF도 가두매장 중심인 '타운젠트'를 철수하고 '닥스', '헤지스', '마에스트로' 등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질바이질스튜어트·일꼬르소 등 매출이 낮은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패션 사업에만 매진하지 않고 신 사업을 발굴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LF는 식음료, 식자재 유통 부문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회사 LF푸드는 일본 식자재 유통업체 '모노링크' 경영권을 인수했고 식품 수입 유통회사 '구르메F&B코리아' 지분 71.69%도 360억원에 확보했다. LF푸드는 해산물 뷔페 '마키노차야'와 일본 라면 전문점 '하코야'도 운영하고 있다.

LF 매출의 90% 이상은 여전히 패션 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는 만큼, 패션 브랜드 효율화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신 사업으로 수익성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이다.

평창올림픽 공식 온라인몰에서 현재 전량 품절된 평창 롱패딩 3종. ⓒ데일리안 평창올림픽 공식 온라인몰에서 현재 전량 품절된 평창 롱패딩 3종. ⓒ데일리안

지난 11월 중순부터 '롱패딩'의 인기가 전국을 강타해 업계에 활기가 돌기도 했다. 롱패딩의 인기는 롯데백화점이 제작한 '평창 롱패딩'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웃도어를 포함한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겨울 패션 판매가 늘면서 유통채널 매출도 올랐다. 롯데백화점의 11월 스포츠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늘었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의류 판매량이 증가해 겨울 정기세일에서 각각 7.3%, 12.1%씩 매출이 늘었다.

힘겨웠던 패션·화장품…'온라인 전략' 공통 대안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전략'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올해 뷰티, 패션업계에서 공통된 흐름이었다.

이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비중이 높아지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2.9%, 백화점은 0,9%에 그쳤으나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은 13.1%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이 강조한 '디지털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30개의 1500여개 제품을 판매하는 모바일 직영몰 'AP몰' 매출은 지난 3년간 연평균 50.4% 성장했고, 올해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8% 급증했다.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통합 온라인몰 SSF샵과 연계한 O2O 서비스 '스마트 슈트 파인더(Smart Suit Finder)' 시스템을 오픈했다.

스마트 슈트 파인더는 계절과 색상, 모양, 원단 패턴 등 고객이 선택한 정보에 맞는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준다. 또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 상품을 수령할 경우, 옷 길이를 무료로 수선해줄 뿐 아니라 사이즈나 컬러가 맞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바로 교체해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통합 온라인몰 SSF샵은 지난 19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퀵배송 서비스를 개시한다. ⓒ삼성물산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통합 온라인몰 SSF샵은 지난 19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퀵배송 서비스를 개시한다. ⓒ삼성물산패션부문

SSF샵은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문 후 3~5시간내 배송해주는 '퀵배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코오롱FnC도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코오롱몰'을 개편하고 이를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한 '코오롱몰 옴니센터'를 오픈했다. 온라인 코오롱몰은 상단 메뉴를 직관적으로 바꿨다. 큐레이션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에디터 픽(Editor's Pick)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계절과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옷과 스타일링을 제안해준다.

삼성패션연구소 측은 "올해 각 패션 업체는 독자적인 자사몰을 리뉴얼하며 성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며 "특히 모바일 프렌들리한 젊은 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한 차별화 콘텐츠를 제안하며 자사몰 고객의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 전략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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