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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탈원전 선언' 역주행 때문이다


입력 2017.12.22 09:46 수정 2017.12.22 10:2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영국이 우리에게 원전 발주한것처럼 똑같이

탈원전하다간 중국에게 원자력건설 맡길 날 온다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한국전력이 영국에 원전 수출 길을 텄다고 합니다. 영국은 1956년 세계 최초로 콜더홀(Calder Hall) 원전의 상업운전을 시작한 원전 선진국입니다. 한국이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 1호기에는 영국 GFE사가 발전설비를 공급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은 2017년 현재 가스냉각로 14기와 가압수로(PWR) 1기에서, 소비전력의 약 4분의 1을 생산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3분의 1 수준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에너지 안보의 강화 측면에서 원전 11기를 더 짓기로 했지만, 1995년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하여 기술 인맥이 끊어졌으므로, 외국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한전이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영국 북서부의 무어사이드(Moorside) 원전은, 기존 사업자인 뉴젠(NuGen)의 지분을 가진 일본 도시바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를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웨스팅하우스가 도산하여 원전 건설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2013년부터 무어사이드 사업의 인수에 나선 한전은 2017년 12월 초 마침내 뉴젠의 일본 도시바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원전 선진국이던 영국이 원전 후발국인 한국의 원전을 수입하기로 한 것입니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8년 상반기 중에 본 계약을 체결하고, 21조 원의 비용으로 2030년까지 한국형 원자로 APR-1400 3기를 건설하며, 35년간 운영하여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APR-1400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었던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건설 중인 것으로, 규모 7.0의 지진에 견디는 내진설계가 된 가압수형 원자로(PWR)입니다.

영국보다 20년 이상 늦은 1978년 고리원전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40년 동안 25기의 원전을 건설하여 운영하면서 자체 기술로 OPR-1000에 이어서 개발하여, 2009년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Barakah)에 4기를 수출한 한국형 3세대 원전이 바로 APR-1400입니다.

APR-1400은 2017년 8월 초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1차 안전성 평가에서 6단계 중 3단계를 통과했습니다. 인증을 신청했던 프랑스는 심사를 중단했고 일본은 2단계 문턱을 넘지 못했답니다. 2017년 10월 초에는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입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제4세대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소프트웨어를 원전 선진국 프랑스에 수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원전 건설 기술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프랑스 등에 비해서도 원전 건설 단가가 싸고, 공사 기간은 짧으며, 고장도 가장 적습니다. 막판까지 추격해온 중국 업체를 물리치고 무어사이드 원전의 도시바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당시 경쟁자는 중국의 국영 원전업체인 중국광핵그룹(中广核; CGN)이었습니다. 이 그룹은 2017년 말 현재 중국 안에서 원전 16기를 운영하고 11기를 건설 중이며, 해외 7개국에 원전 6기, 원자로 8기와 장비를 수출하고, 40여 개국과 원전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2017년 현재 37기의 원전을 운전 중이고 20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10기 이상을 가동한다는 계획입니다. 2050년에 이르면, 중국 국내 원전만 해도 수백 기에 이를 전망입니다. 원전 1기는 약 1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원전 수출은 약 16조원의 수익효과가 있다는 것이 중국 원전 관계자의 말이라고 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원전 수입국이던 중국이 원전 수출국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원전으로 세계에 우뚝 서자.”는 원전굴기(原電崛起)를 앞세워, 이집트, 루마니아, 아르헨티나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원전과 원전기술 수출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의 65개국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해당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도 원전 수출을 적극 포함시킨다고 합니다. 원전 후발국인 중국이 선발국인 한국을 앞지를 추세입니다.

러시아는 미래를 내다보고 차세대 원전의 하나인 고속중성자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2013년 차세대 원전 개발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던 빌 게이츠는 2017년 11월 3일 중국 총리와 만나, 사용 후 핵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로를 포함하여 차세대 원전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전혀 새로운 형식의 핵융합식 원전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핵분열식 원전시대가 계속될 것입니다.

세계에는 지금 1조6천억 달러에 이르는, 블루오션과 같은 원전건설 시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원전이야말로 품질이 가장 우수한 전기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발전시설이라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강력하게 폭발하도록 만든 원자탄(전쟁핵)과는 정반대로 처음부터 폭발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 원자로(평화핵)입니다. 내진 설계의 강화로 인해 강력한 지진에도 견딥니다. 한국에서는 자전거 사고로 매년 수백 명이 죽지만 원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경제가 발전하여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전기의 수요는 계속 늘어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필수적인 것이 품질이 우수한 전기의 안정적 공급입니다. 품질이 우수한 원전의 전기는, 품질이 나쁜 태양광-풍력 발전 전기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기본 전력으로도 필요하고, 수소경제 시대를 위한 수소 제조의 고온 열원을 확보하는 데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원전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한국의 원자력은 자동차 조선 IT와 함께 한국 경제의 핵심 전략 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원전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체코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와 원전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데, 막상 문재인 정권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를 무시하고, 탈핵을 선언한 독일, 스위스, 벨기에, 타이완의 4개국에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2001년 출범한 '4세대 원자력 시스템 국제포럼' 13개 회원국의 하나입니다. 신한울 원전 3, 4호기를 포함하여 건설을 백지화한 6기의 원전 중에는 2026~2027년에 가동하려던 차세대 원전 천지 1, 2호기가 들어있습니다. 출력 150만 kW급의 APR-1400+로서, 중력 냉각수 공급방식으로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원자로이지만,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운명에 처했습니다.

고리원전 1호기는 이미 멈춰 섰고, 운전 중인 원전 24기 중에서는 2031년까지 6기, 2038년까지는 10기의 가동을 중단하여 14기만 운전할 계획이랍니다. 2018년도 국가 예산에서는, 당초 790억 원이던 원전 수출 및 육성 관련 예산이 516억 원으로 35%나 감액되고, 원전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원전기술의 수출경쟁력 강화 예산은 아예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국회의원 몇 명은 여전히 원전 수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는 세계적 추세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전 관련 기업 중에는 원전 인력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원전 기술 인재들이 경쟁국인 중국이나 러시아로 나가면 한국형 원전기술 노하우가 통째로 유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원전을 운전했던 영국이 우리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한국이 언젠가는 중국에 원전 건설을 사정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부 당국은 '탈원전'은 고수하면서도 원전수출을 지원하겠다고 한다지만, 이러한 모순의 국가를 세계의 원전시장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요? 대선공약의 집착으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하여,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는 용기가 절실하게 필요한 대목입니다.

“잘못된 길은 빨리 돌아갈수록 국가적 손실이 적습니다.”(세계일보 2017년 12월 8일자 사설 중에서)

[참고]
http://en.cgnpc.com.cn/encgn/index.shtml
China General Nuclear Power Corporation (CGN)
中国广核集团(中广核

http://www.telegraph.co.uk/business/2017/12/06/south-koreas-kepco-beats-chinese-moorside-nuclear-race/

http://www.bbc.com/news/uk-england-cumbria-42265140

글/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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