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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서 건국절 말한 문 대통령 '통합의 역사관'은...


입력 2017.12.17 10:11 수정 2017.12.17 10:2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좌우이념 대립 의미 없다면서도 또 임정 논란

백범 뜨거운 가슴과 우남의 차가운 머리 동시 중요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 김자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등 후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 김자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등 후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중국 방문 마지막 날 충칭 임시정부 청사를 찾은 문 대통령이 "임시정부 수립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며, "해방 정국에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을 이끌지 못한 점이 우리로선 한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문 대통령이 광복 후 70년 이상 이어온 보수와 진보 간 해묵은 '건국절' 논쟁을 다시 제기하여 화해와 치유, 통합보다 대립과 상처, 분열로 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천명함으로써,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상징적 행보로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기 전, 초대 대통령 이승만 묘소가 있는 국립현충원이 아니라 효창공원을 찾아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 참배하였다.

과문한 탓일수도 있지만 필자는 그동안 문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거나 그에 대한 어떠한 '긍정적인 평가'도 들은 기억이 없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이번에 또다시 "해방 정국에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을 이끌지 못한 점이 우리로선 한스러운 부분"이라고 한 것은 필자가 보기에 결코 '이승만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임시정부가 항일독립운동의 본산으로 대한민국 정통성의 근본이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헌법 전문에서 보듯이 전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항이다.

문제는 '1948년 이승만과 한민당의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의 정당성'이다.

필자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은 비록 민족사적으로는 분단의 아픔이 있었지만 당시의 '시대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신생국으로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고, 꾸준히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켜 온 자랑스런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왔다고 자부한다.

결국 보수든 진보든 위 두가지 점에 대해서만 동의하면 더 이상의 불필요한 역사 논쟁은 종결될 수 있다.

“역사가는 사실의 비천한 노예도 아니고, 난폭한 지배자도 아니다. 역사가와 사실의 관계는 평등한 관계, 주고 받는 관계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랑케의 실증사학에 반기를 든 E. H. 카의 말이다. 모든 역사는 '주관적 기록'이며, 따라서 어떤 역사도 과거를 '실제 그러했던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역사는 대중의 찬사를 받고자 쓰는 '문학'이 아니라, 영원한 지식의 보고로 남기 위해 이루어진 사실의 집적인 '과학'이다.(투키디데스)

아무리 역사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과거를 해석한 것이라 해도, '팩트'를 떠나서는 역사학이 성립할 수 없다는 의미다.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다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않겠다.” (백범,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

필자는 국토의 영구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한 백범의 진정성을 인정한다.

선생의 외침은 '민족주의'라는 감성의 영역에 큰 울림을 주었으며, 선생의 '뜨거운 가슴'은 우리 민족의 사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당시의 국제 정세와 국내 상황을 냉철히 분석한 후 철저한 반공주의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국가를 건국한 우남 이승만 대통령의 공로도 결코 가벼이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 속 수많은 인물들처럼 그 또한 많은 업적과 과오를 동시에 남겼지만, 반만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건국한 그의 공만은 결코 폄훼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독 그에 대해서만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팩트'는 무시되고, '오늘의 관점'에서 어설픈 '해석'만 난무하고 있는 일부 역사학계의 잘못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내부에 그어진 역사적 편 가르기의 '38선'도 이제는 '휴전선', 더 나아가 '평화선'으로 바뀌어야 한다.

역사적 인물의 평가에 있어 이분법적인 논리에 사로잡힌 경직된 접근은 지양되어야 하고,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도 없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공화제, 연방주의, 천부인권), 프랑스(자유, 평등, 박애), 중국(인민민주 독재, 민주집중제) 등 어느 나라, 어느 체제를 불문하고 모든 국가는 그 나라의 기초이념 즉, '건국이념'이 있다.

'애국심'이란 다른 별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건국이념에 가장 충실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나라사랑'이다.

문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 좌우의 이념적 구별과 대립은 우리의 미래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스스로의 말처럼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대립을 뛰어넘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는 스스로의 말을 단지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우리의 역사는 다양한 가치들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화합하며, 세계에 유례없는 역동적 발전을 이루어왔다.

우리의 역사는 기회주의자가 판치고, 불의가 득세한 결코 부정적 역사가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편향된 역사 인식을 극복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의 공유를 통해 '미래의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올바른 역사 인식의 공유'야말로 '선진통일조국' 건설의 초석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구국의 제단에 바쳐진 하얀 국화를 피로 물들인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으로 세워진 역사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는 수많은 애국선열들의 피와 눈물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처럼 오른쪽 눈은 감고 왼쪽 눈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역사'만 바라봐서는 결코 안 된다.

백범뿐 아니라 우남의 유적까지 동시에 참배하고, 두분의 유지(遺志)를 동시에 받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는 '하나된 대한민국'이 가능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보다 '역사 인식이 통합되지 못하고 분열된 민족'의 미래가 더욱 어둡다는 점은 동서와 고금의 역사가 보여주는 불변의 진리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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