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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경기 -1’ 정성훈의 애타는 겨울


입력 2017.12.17 11:35 수정 2017.12.17 11:35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올 시즌 소속팀 LG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

1경기만 더 출장하면 양준혁 제치고 역대 1위

2135경기 출장으로 양준혁과 공동 1위 정성훈.
현역 연장 의지 강하지만 구인난에 '난색'

현역 연장 의지가 강한 정성훈 ⓒ LG 트윈스 현역 연장 의지가 강한 정성훈 ⓒ LG 트윈스

지난달 22일 정성훈은 LG로부터 충격적인 방출 통보를 받았다. 수년간 리빌딩을 기치에 걸어 온 LG는 결국 만37세 베테랑 정성훈과의 재계약 불가 입장을 밝혔다.

2009시즌 FA 계약을 통해 LG로 이적한 이후 9시즌에 걸쳐 꾸준한 활약을 보였던 정성훈이었기에 충격은 컸다.

정성훈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처럼 항상 제 몫을 해왔던 선수다. 장타자가 아니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 있는 플레이로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해주었던 선수다. FA 이적 초반에는 탄탄한 3루수비로 불안했던 LG 내야진의 중심을 잡았다.

1루수와 지명타자로 전업한 14시즌 이후에도 정성훈은 타선에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하며 팀 타자들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활약을 보였다.

LG는 정성훈에게 3번째 팀이다.

광주일고 출신으로 지역 연고인 해태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고 1999년 프로에 데뷔한 정성훈은 박재홍의 반대급부로 트레이드되어 입단하게 된 현대에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현대에서 국가대표 3루수로 성장한 정성훈은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으며 FA 자격을 취득했다. 2008시즌 후 FA가 된 정성훈은 당시 3루수를 간절히 찾던 LG의 구애를 받고 입단해 3번째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팀 내부적으로도 정성훈은 큰 도움이 된 선수다. 정성훈이 입단했던 당시만 해도 LG는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정도로 부진했었다. 당시에도 화려한 스타급 선수들은 많았지만 내실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성훈이 입단한 이후 팀은 서서히 변화를 맞이해 2013년 이후로는 언제라도 가을야구를 노려볼만한 팀으로 변모했다. 13시즌에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고 2016시즌에는 포스트시즌에서 명승부를 펼치며 가을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LG에서 9시즌동안 뛰면서 2000안타를 포함한 여러 대기록을 작성한 정성훈에겐 가장 특별한 기록이 있다. 바로 통산 최다 경기 출장이다.

정성훈은 올 시즌 115경기에 출장하며 통산 2135경기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 숫자는 레전드 양준혁과 함께 KBO리그 통산 최다 경기 출장 공동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만약에 정성훈이 현역 생활을 연장할 수 있다면 단 1경기에만 출전해도 최다 경기 신기록을 새로 작성하게 된다. 만약 내년 시즌 LG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나가 개막전에 출전했다면 그를 사랑하는 LG팬들의 환호 속에 역대 1위 기록 작성을 축하받을 수 있었다.

KBO리그 통산 최다출장 순위(사진제공=LG 트윈스) ⓒ 케이비리포트 KBO리그 통산 최다출장 순위(사진제공=LG 트윈스) ⓒ 케이비리포트

정성훈의 현역 생활 의지가 강한 이유는 비단 최다 출장 기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기량 자체도 젊은 타자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훈은 올 시즌 321타석에 나서 타율 0.321-출루율 0.400-장타율-0.428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OPS가 0.828로 자신을 방출한 LG에서도 박용택 다음가는 기록을 남겼다.

LG의 과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유망주로 주목받는 타자가 리그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재 정성훈은 그 간극을 메꿔줄 수 있는 타자다.

KBO리그의 대다수 구단들이 자체 육성에 집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각 팀마다 유망한 선수들을 육성해 선수층을 두텁게 한다면 팀 간 전력차이가 줄어들고 순위 다툼이 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처럼 번진 육성붐으로 정성훈처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베테랑들이 경쟁의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밀려나고 있다. 올 겨울 KBO리그에는 유독 갈 곳을 잃은 베테랑들이 많다.

그러나 겨울은 길다. 새 시즌을 준비하다보면 팀마다 보완할 부분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 경우 약점을 메우기 위한 카드로 베테랑들을 영입하는 팀들이 간혹 나온다. 데뷔 후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정성훈이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통산 최다 출장 선수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이정민, 김정학 /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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