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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케어 희생양 거부하겠다"…대규모 약가인하 우려하는 제약업계


입력 2017.12.15 06:00 수정 2017.12.15 05:58        손현진 기자

의료계 집단 반발 낳은 '문재인 케어'…여전히 재정 마련 대책 없어

"약가인하로 재정 보탤까" 업계 불안…'비급여의 급여화' 등 정책 변수 많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 대해 의료계가 집단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 ⓒ데일리안DB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 대해 의료계가 집단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 ⓒ데일리안DB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 대해 의료계가 집단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약가를 대폭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사회 전반에 약가 인하 압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이는 지난 10일 비대위가 주최한 전국의사총궐기 대회에 전국의 의사와 의대생 등 약 3만명이 모여 '문재인 케어 반대'를 외친 만큼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재차 들어보겠다는 뜻에서 마련된 자리다.

비대위 측은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 비율을 높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에는 공감하면서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는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 진료로 병원이 받는 진료비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는 현 상황에서, 환자들이 비용을 100%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까지 전면 급여화되면 병원 문턱이 낮아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중소병원은 도산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핵심적인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 시행을 위해 2022년까지 5년간 30조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건강보험 총수입은 58조5000억원, 총지출은 57조5000억원으로 흑자액은 1조원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7~2027년 건보 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올해 1조원인 당기수지가 내년 2000억원으로 줄고, 2019년에는 2조200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 정부는 건보료 인상폭을 매년 3.2%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족한 건보 재정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뾰족수가 없다.

제약업계도 문재인 케어를 위한 재정 마련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17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케어 실현을 위해 약가 인하를 포함한 재정절감 정책을 제안했다.

권 의원은 "기등재약 목록정비와 제네릭 약가인하 등으로 10~25%까지 인하 여지가 있다"며 "향후 5년간 최소 5조5000억원에서 13조8000억원까지 재정절감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제안하신 내용도 함께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국민 건강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보장성 확대에 따른 재원 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그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협회 이사사들은 결의문에서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 기조에 부응해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산업으로서 사회적·경제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 핵심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을 고사시키고 글로벌 진출의 시대적 흐름을 부정하는 방식의 약가제도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약가 인하와 관련, 복지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변수는 또 있다.

우선 복지부는 희귀질환 치료 및 항암에 쓰이는 비급여 약제를 '선별급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급여화'에 발맞춘 것으로 일반약제 367개, 항암제 48개 등에 대해 본인 부담률이 현재 100%에서 30%, 50%, 80%로 차등 적용될 예정이다.

심평원은 최근 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선별급여 적용기준 초안을 논의했으며, 우선 순위 약제를 정해 2022년까지 5년간 단계적으로 선별급여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내년 1월1일부터는 의약품 실거래가에 따른 약제 상한금액 조정도 예정돼 있다. 이는 복지부가 의약품 가격 상한을 정해놓고 그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의약품 가격을 최대 10% 인하율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으로, 이 역시 국민의 약가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제약사 132곳이 실거래가 약가인하의 근거가 되는 가중평균가를 재평가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어서 실거래가 조정은 내년 1월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난해 4475개 품목에 약가 인하가 적용된 것에 비해 내년에는 7000여개로 품목이 급증할 예정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검토되고 있는 의료정책들이 업계에 어느정도 타격이 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갈수록 약가인하 관련 이슈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2012년에 단행된 약가 일괄 인하가 다시금 재현되지 않더라도 건보 재정 확보를 위해 제약업계가 희생양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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