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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베네수엘라 따라하는 대한민국


입력 2017.12.14 10:59 수정 2017.12.14 17:11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세계 4위→지금은?

과다한 복지→정부지출 증가→생산성 하락→재정위기

베네수엘라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 차베스 전 대통령이 래리 킹 쇼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CNN 화면 캡처. 베네수엘라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 차베스 전 대통령이 래리 킹 쇼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CNN 화면 캡처.

최근 국가 실패를 보여주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1950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7424 달러로 세계 4위였던 나라였다. 이웃나라인 칠레보다 2배, 일본보다 4배, 중국보다 12배나 더 잘살았다. 1970년에는 남미에서 가장 잘 살았고, 1인당 소득이 스페인, 그리스, 이스라엘보다 높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20위 안에 들었다. 그런데 지금 살인적인 물가고와 굶주림, 그리고 사회불안으로 해외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는 나라가 됐다. 유엔난민기구(UNHR)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외국에 난민 망명을 신청한 베네수엘라 국민이 작년에 2만 7000명, 올해 5만2000여 명에 달한다.

사실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으로 보면 가난할래야 가난할 수 없는 나라다. 3000억 배럴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10% 많고, 미국보다 10배나 더 많은 규모다. 이런 나라가 어떻게 가난하게 되었고 실패한 국가가 될 수 있었나.

석유가격 하락이 그 원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석유가격 하락 때문에 몰락했다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14개 OPEC 국가 중 석유가격 하락으로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는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석유 수출이 베네수엘라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긴 하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보다 더 높은 나라들이 많이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은 세계 9위이고, 석유수출이 GDP에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세계 8위다. 따라서 석유가격 하락이 베네수엘라 몰락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베네수엘라 실패의 원인은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에 있다. 1975년 석유 국유화를 비롯하여 조금씩 사회주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 경제를 쇠퇴시키고 급기야 국가를 몰락시킨 원인이다. 석유를 국유화한 후 정부가 국민들에게 휘발유를 값싸게 공급한 것은 물론, 석유수출에서 들어오는 수입을 각종 복지프로그램의 운영과 국민들의 환심을 사는 데 썼다. 베네수엘라 국민들도 재산권과 자유를 보호하는 대가로 국가에 세금을 내기보다는 국가가 제공하는 지원금을 환영했다. 그런 상황에서 석유가격이 오를 때는 국가 재정이 어느 정도 견뎠지만, 석유가격이 하락할 때는 많은 재정적자를 냈으며 국가부채가 쌓여 갔다.

1998년 대통령이 된 차베스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고유가의 호사를 누렸다. 그는 기존의 실패한 정책들을 개혁하기보다는 국가소유 석유회사(PDVSA)로부터 들어오는 수입을 더욱 많은 사회주의 정책들을 시행하는 데 썼다. 의료, 교육, 사회복지에 더 많은 지출을 했고, 식료품, 주택, 기본 유틸리티에 대해 보조금을 주거나 가격을 통제했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자 결국 국가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베네수엘라가 무너졌다.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포퓰리즘 정치에 노출된 국가의 전형이다. 베네수엘라의 실패는 가격통제, 외환통제, 국유화, 무분별한 통화팽창, 경제통제정책 등의 결과다. 원유가격 하락은 그러한 결과를 비쳐주는 외부충격에 불과하다. 수년에 걸쳐 축적된 경제 문제가 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에 감춰져 있다가 유가가 하락하자 그 본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지속적인 투자 부족과 생산성 하락을 겪으면서도 원유가격 하락을 상쇄할 수 있는 생산증가 능력을 전혀 키우지 않았다.

최근 한국에서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는 정책들을 보면 베네수엘라가 연상된다. 최저임금인상 보전, 근로시간 단축 임금보전, 주거복지 로드 맵, 도시재생 뉴딜, 공무원 17만 명 채용 등 하나 같이 수조 원, 수십조 원, 수백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들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2022년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 2040년부터는 100% 이상, 2060년에는 GDP의 2배에 육박하게 된다. 복지가 과다하게 되면 정부지출은 증가하고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국가의 복지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재정위기를 겪는다. 이것은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많은 복지국가들이 보여준 사실이다.

이런 복지제도뿐만 아니라 지금 정부는 많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규제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활동을 옥죄고 감시하는 법과 제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것들은 우리의 부의 창출을 막는 것들이다. 국가의 부채는 늘고 부는 창출되지 않는 상태에서 외부 충격을 받을 경우 국가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우리의 시스템을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많은 부가 창출될 수 있는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글/안재욱 경희대학교 교수·경제학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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