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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청소노동자 파업 취소…은성수 행장 불 껐다


입력 2017.12.07 15:40 수정 2017.12.07 16:07        부광우 기자

파업 선언 하루 전 요구 조건 대폭 수용한 용역업체

은 행장과 근로자 대표 만남 직후 합의 이뤄져 눈길

정부 간접고용 개선 의지에 부담 커지던 수은 '안도'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한국수출입은행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 청소 노동자들이 부당한 차별과 근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벌이기로 했던 파업을 실행 직전 철회했다.(본지 11월 17일 기사 참조) 파업 선언을 불과 하루 앞두고 은성수 수은 행장이 청소 노동자 대표를 직접 만난 직후 지지부진했던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다.

정부가 공공기관부터 간접고용 근로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까닭에 이들의 집단행동이 현실화될 경우 국책은행으로서 부담이 남다를 수은의 입장이 반영된 행보로 해석된다.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수은분회에 따르면 이날 수은 청소 노동자들은 서울 여의도 수은 본점에서 전면파업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전날 이들이 소속돼 있는 B용역업체가 근로자들의 요구 조건을 대폭 수용, 협상이 이뤄지면서 파업은 취소됐다. B용역업체는 수은 청소 노동자들에 대해 지난 5월분 임금부터 시급 7000원을 일괄 소급 적용해 차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추석에 대한 명절 상여금 30만원과 월별 식대 10만원도 같은 시점부터 계산해 내주기로 결정했다.

이는 수은 청소 노동자들의 요청 대부분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여성들의 경우 올해 법정 최저인 6470원보다 30원 많은 6500원의 시급을 기준으로 한 임금을 받아 왔고, 별도의 식대나 상여금은 없었다. 이들은 이 같은 급여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해왔다. 더욱이 연령과 경력에 상관없이 남성 근로자들에게 여성보다 일괄적으로 500원 많은 시급을 책정한 부분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합의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은 행장이 직접 수은 청소 노동자들의 얘기를 듣고 난 뒤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은 행장은 지난 6일 오전 8시 50분경 수은 청소 노동자 측의 대표자를 만나 상황과 입장을 전달받았다.

이 자리에서 해당 대표자는 "청소 노동자들이 용역업체 소속이긴 하지만, 수은이 이들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계약한 용역회사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은 행장은 "원청업체가 용역회사의 일에 공식적으로 개입하는 건 곤란할 수 있다"면서도 좀 더 자세한 정황을 들려 달라며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를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용역업체가 합의안에 도장을 찍은 건 이로부터 불과 반나절 후의 일이다. B용역업체는 같은 날 오후 협상 테이블을 갖자고 수은 청소 노동자 대표에게 접촉해 왔다. 그리고 논의가 시작된 지 두 시간여 만에 합의가 이뤄졌다. 수개월 동안 이들의 요구를 거부해 왔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으로 변한 모습이다.

수은 청소 노동자 대표는 "은 행장과 대화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 B용역업체로부터 예정에 없던 협상 제의가 왔다"며 "물론 파업 예고에 따른 고민도 있었겠지만, 이런 태도 변화는 수은과 별도의 구체적 논의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수은 입장에서도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들을 시작으로 간접고용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 여건 개선을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가 올해 하반기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수은은 3단계 대상 기관 중 1단계에 속한다. 즉, 청소 노동자들과 같은 간접고용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가장 앞장서야 할 곳이라는 의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수은분회 관계자는 "이번 B용역업체와의 협상은 올해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만 해당하는 내용"며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수은과의 논의는 별도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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