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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골 은폐…장관 지시 받고도 불응, 왜?


입력 2017.11.23 23:12 수정 2017.11.24 08:08        이소희 기자

불필요한 예단·무리한 현장 판단·안일한 자세가 낳은 총체적 문제, 책임론 키워

불필요한 예단·무리한 현장 판단·안일한 자세가 낳은 총체적 문제, 책임론 키워

세월호 유골 은폐와 관련해 해양수산부가 23일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불필요한 예단과 무리한 현장 판단, 보고·확인 및 절차 지연 등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나면서 책임만 더 커진 형국이다.

사실상 세월호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총괄했던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김현태 부본부장의 예단이 문제의 단초가 됐고, 17일 뼛조각 발견 당일 보고 받았던 이철조 현장수습본부장은 현장 판단을 더 중시하면서 원칙적인 절차와 매뉴얼을 무시했던 것이 은폐라는 화근이 됐다.

더욱이 이날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20일 현장수습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즉시 절차대로 미수습자 가족 등에 알리라는 지시를 내렸음에도 즉각적인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장관이 따로 챙기지도 못했다.

22일 관련 보도가 나간 후에야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과 국정상황실에 유선상으로 경위를 보고하는 등 5일간의 은폐가 드러났고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해수부 장관 등이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책임론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경위를 설명·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경위를 설명·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세월호 유골 은폐는 그 누구도 원치 않은 일이었다. 뼛조각이 발견된 17일은 그동안 유해를 찾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이 어렵게 현장을 떠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18일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은폐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현태 부본부장 조차도 ‘차마 전하기 어려운 말’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김 부본부장의 예단이 한몫했다. 김 부본부장의 판단은 지금까지 세월호 선체에서 발견된 유해의 주인은 모두 3명이었고 이 중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유해 1구를 제외하면 고(故) 조은화, 허다윤 학생의 유해의 일부라고 확신이 들면서 이들 가족들에만 우선 알리기로 자체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 부본부장 생각에는 18일 장례식을 앞두고 미수습자 가족들이 극도로 불안한 심리적인 상태였는데 충격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와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식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부분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계기가 됐다.

해수부 감사실의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김 부본부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장례식을 마친지 얼마안 돼 깊은 상처가 될 것 같은 우려가 커, 조금 차분해지면 유선상이 아닌 직접 만나 알리려 했다”면서 삼우제 이후인 25일께 유해 발굴 사실을 알리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장관의 ‘즉각적 절차 지시’에도 불구하고 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다음날인 21일 오후가 돼서야 김 부본부장이 고(故) 조은화, 허다윤 학생 어머니에게 유선상으로 이를 알렸고, 오후 3시에는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을 대면해 상황을 설명하는데 그쳤다.

23일 현재 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은 1차적 책임으로 보직이 해임된 상태다. 장관의 보고의 절차를 밟으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물어서다.

김영춘 장관은 원칙적인 자세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고, 이번 일을 철저히 진상조사 해 책임질 사람에게는 문책을 하고, 재발방지대책도 만든 이후 지휘자로서의 책임을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수부의 이 같은 자체 조사에도 불구하고 현장 실무자의 예단과 나름의 추론이 장관의 지시를 넘어 섰다는 부분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는다.

공직의 세계에서 보고와 지시는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다. 특히나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일처리를 주문했는데도 자체 판단을 앞세우고 윗선의 주문을 정당한 사유나 설득 없이 그냥 흘려보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다.

김 장관도 지시에 따른 추후 보고가 없었냐는 질문에 “저도 이상하게 생각한다. 왜 보고를 안했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고, 뒤늦은 보고와 질책에도 불구하고 추후조치가 안 된 상황에 대해 “지시가 그대로 이행되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해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대두됐다.

다만 김 장관은 사실상의 지연 의혹에 대해서는 “실무진들의 판단에 동조하지는 않았고, 보고해야 될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즉시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던 것”이라며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좀 시간을 두고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용을 어떻게 하시는지 결과를 지켜보자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날 해수부의 1차 조사발표 브리핑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17일 뼛조각 발견 이후 김현태 부본부장이 장관에게 보고한 시점은? 미수습자 가족 중 왜 두 분에게만 알렸나?
“20일 월요일에 보고 받았다. 김현태 부본부장으로부터 직접 듣지는 않았고 이철조 본부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김 부본부장이 17일이 미수습자의 장례식 바로 전날이었기 때문에 골편이 발견된 직후 ‘선체 수색과정에서 수습됐던 몇 분 중의 한 분일 거다.’라고 짐작하고 예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진행되는 장례식은 미수습자 장례식인데 가능성이 크지 않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서 장례일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만약에 장례가 연기될 경우는 한 2주일가량 또 확인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 동안 아주 힘든 고통의 시간을 또 더 보내게 하는 것이 2년 동안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지냈던 현장책임자 입장에서 못내 참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장례식을 치르고 삼우제까지 치르고 나서 본인들에게 통보해 주는 것이 좋겠다,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통보해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고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21일 시점에서 은화·다윤이 엄마에게만 통지를 한 이유는 역시 그 골편이 은화나 다윤의 것이라고 하는 예단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22일 삼우제를 지내고 나서 미수습자 가족에게 연락을 해 드려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우선 21일 시점에서는 선조위원장에게 보고하고 나서 바로 은화·다윤이 엄마 두 사람에게만 연락을 해서 알려드렸다고 그렇게 들었다.”

-장관이 월요일에 보고를 받으셨다고 했는데, 김현태 부본부장이 예단한 것처럼 그렇게 ‘삼우제 이후에 가족들에게 알리는 게 좋겠다.’라고 동의한 건가?
“아니다. 20일 보고 당시에는 17일 뼛조각이 조그만 게 발견이 됐다. 그런데 그 뼈는 은화나 다윤이의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왜 그동안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 질책을 하고, 설령 그게 은화나 다윤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뼈가 발견이 되거나 하면 통보하는 절차도 있고, 매뉴얼이 있는데 ‘그것대로 왜 진행을 안 했느냐?’ 질책을 하고, 즉시 그 절차를 개시해서 연락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렇다면 월요일에 바로 그 사실을 공개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 시점에서는 일단 기본적인 절차 매뉴얼대로 즉시 선조위에 연락을 하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을 했다.”

-DNA나 과학적인 분석 없이 이미 수습된 두 학생의 유골로 추정했다는 부본부장의 얘기를 사실상 그대로 수용하고 월요일에 보고를 받고도 수요일까지 사실 시간을 끈 것 아닌가?
“시간을 끈 게 아니다. 일단 그 실무진들의 판단이 옳고 그르고에 대해 동조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일단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보고해야 될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보고의 절차를 즉시 밟아라.’라고 지시를 한 거고,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저는 좀 시간을 두고 미수습자 가족 분들이 수용을 어떻게 하시는지 결과를 지켜보자는 그런 마음이었다.”

-절차대로 하라고 지시를 한 이후 21일, 22일까지도 절차대로 진행이 안 됐다. 거기에 대한 확인은 전혀 하지 않았나?
“그렇다. 당연히 지시를 했기 때문에 그 지시가 그대로 이행되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을 했다. 22일 시점에서 선조위원장에게는 보고가 됐지만, 미수습자 가족, 유가족들에게 보고가 안 됐다는 사실은 22일에서야 비로소 알았고, 그래서 부본부장을 보직 해임을 하고 진상조사 지시에 들어갔다.”

-현장수습본부 관계자들이 외부에 공개는 하지 않더라도 18일 영결식이 진행이 됐고 장관한테는 언제든지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좀 이상하지 않나?
“저도 이상하게 생각한다.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날짜를 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자료를 보면, 본부장이 차관에게 구두 보고한 게 ‘21일 화요일’로 돼 있다. 그런데 장관은 ‘20일 월요일 저녁’에 이미 보고를 받았다고 하면, 그 보고가 좀 이상하지 않나? 순서도 그렇고….
“그 시점까지도 정식보고를 하려는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른 보고를 하고 그 끝에 이 문제를 곁들여 보고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실무진에서는 ‘보고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고민을 했던 것 아닌가 싶다.

-발견된 뼛조각이 은화, 다윤이라고 예단한 합리적인 추론 근거가 뭔가.
“선체를 인양하고 나서 객실부에서 유해가 찾아진 것은 세 사람이다. 다윤이, 은화, 그리고 이영숙 씨 세 분이 발견이 됐다. 그 이외는 어떤 다른 유해도 발견이 된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발견된 골편도 객실부에 있던 폐지장물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 세 분 중의 한 분 일거다라고 예단을 한 거다. 그 다음 날부터 치르는 미수습자 장례에는 그 세 분은 전혀 지금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부단장이 장례식에 혼선을 주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됐다.”

-오전에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할 때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사의를 의미한 건가?
“원칙적인 자세를 말씀드린 거다. 이번 일을 철저히 진상조사하고 책임질 사람은 문책을 하고 재발방지대책도 제대로 만들겠다, 그러고 나서 결론적으로 제가 지휘책임자로서 져야 할 책임의 크기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 나가겠다.”

-김 부본부장 보직 해임된 상태인데, 상황을 인지한 시점이 아닌, 왜 뒤늦게 어제 언론 보도가 되고 나서 보직 해임을 하고 본부 대기를 시켰나?
“일단 제 입장에서는 월요일에 '절차대로 통지를 해라, 지금이라도…, 장례식이 중간에 있었던 그 2~3일의 시간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늦었지만 즉시 선조위와 가족들에게 통보를 하고 공개하는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는데도 그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현장 책임자를 보직 해임하고 문책을 하겠다고 생각한 거다.”

-뒤늦은 21일 선조위원장에 보고 한 것은 특별법 위반 가능성 소지는 없는 건가?
“보통 다른 케이스에서는 당일에 바로 보고가 되거나 혹은 현장 사정상 유해를 수습하면서 한 공간에서 계속 유해가 나오거나 그럴 수도 있으니까 하루나 이틀 정도를 묶어서 보고를 하고, 또 신원확인 과정을 거치고, 감식 절차를 거치는 그런 일들이 그동안에 계속 있어 왔다. 그렇게 봤을 때 3~4일이라는 시간이 이미 경과하고 4~5일에 했다고 하는 것은 보고 의무 자체를 지키지 않은 그런 문제가 있다.”

-장관이 직접 모든 사정을 보고 받고 ‘절차대로 조치를 해라’라고 월요일 오후에 지시를 했는데 밑에 있는 공무원분들이 그 절차대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수요일 오후까지 장관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게 맞나?
“그렇다”

-그게 어떻게 말이 되는 건가, 그 말은 믿으라는 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 실무진단이 그 보고를 우선 선조위원회에 보고를 하고, 또 다윤, 은화 엄마들에게 알려준 것을 우선 1차적인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 이후에는 25일이 삼우제인데 삼우제를 지내고 미수습자 가족들께는 연락을 하겠다. 이렇게 내부적으로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부본부장의 예단은 그렇다 해도 이철조 본부장도 당일 유선보고를 받았는데 그렇게 판단을 한건가. 선체조사위원장에 대면 보고했다 했는데 위원장 반응은?
“(이철조 본부장) 현장수습부본부장과 상의를 했는데, 부본부장의 의견이 장례식을 치른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말씀을 드리면 매우 깊은 많은 상처를 낳지 않겠느냐, 그런 우려가 커서 차마 말씀드릴 용기가 조금 없다, 그래서 조금만 지켜보고 마음이 차분해지면 그때 보고 드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 그런 의견이었다. 부본부장이 그간 미수습자 가족들과 계속 소통하고 대화를 해왔다. 그래서 현장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또 미수습자 가족들의 심리 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실무자였다. 그리고 미수습자 뼈 발견 후에 주인이 누군지를 합리적, 나름대로 예단을 해서 전체적으로 현장실증보고를 한 거다. 그래서 가장 현장을 잘 아는 부단장이 보고한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존중을 하면서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고 수긍했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저희들이 생각의 시각이 한편으로 조금 좁혀졌지 않나, 그런 점은 분명히 있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부본부장 답변으로는 선체조사위원장이 미수습자 가족들한테 통보하라는 말만 전해 들었다고 진술을 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통보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17일에 김현태 부본부장이 이철조 본부장에게 보고까지 했고 ‘그렇게 하자’라고 결정이 난 것 같은데 왜 실제로 보직해임은 부단장만 된 것인가? 그 책임선이 왜 그렇게 됐는지 알고 싶다.
“부본부장만 우선 보직해임을 한 이유는 부본부장이 현장에서 판단을 하고 일단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알리자는 결정을 했던 현장책임자였기 때문에 우선 보직해임 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오늘까지는 긴급히 현장에서 일했던 그리고 결정을 했던 실무자들 중심으로 조사를 했지만, 앞으로는 더 확대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관련자들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해 나가겠다. 책임도 묻겠다.”

“3일간 확인하지 못 한 건 불찰이라고 했는데 그 부분 책임질 의지가 없나?
“책임져야 될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이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만들고 나서는 임명권자와 국민의 뜻을 따라 진퇴여부를 결정하겠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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