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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규제1년-하] 도대체 어디까지가 투기수요란 말인지


입력 2017.11.24 06:00 수정 2017.11.24 10:50        박민 기자

11.3대책 이후 6.19대책 나왔지만 오히려 청약경쟁률 '상승'

실수요층과 투기수요 구별에 대한 세밀한 진단 필요

11.3대책 이후 6.19대책 나왔지만 오히려 청약경쟁률 '상승'
실수요층과 투기수요 구별에 대한 세밀한 진단 필요

최근 1년간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 변화 추이.ⓒ데일리안 최근 1년간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 변화 추이.ⓒ데일리안

정부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입니다. 강력한 규제를 가하면 시장이 위축되는건 당연한 순리이지요. 그러나 규제를 가했는데 수요가 더욱 쏠린다면,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통상 전문가들이 경계하는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에 따른 '규제의 역설'일까요. 아니면 시장을 잘못 진단하고 내놓은 정부의 '땜질식 정책' 때문일까요.

이 같은 의문점은 지난해 '11.3대책' 이후 올해 추가로 '6.19대책'이 나왔음에도 이 기간 서울의 청약경쟁률이 더 높아진데서 출발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정부 규제 기조는 늘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인 주택시장'입니다. 이런 판단에서 가해진 규제에도 불구하고 청약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애초 실수요층과 투기수요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든지, 아니면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실요자들이 청약에 나선 건지 의문이 듭니다.

우선 청약경쟁률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지난해 11.3대책 이후 올해 6.19대책까지 총 7111가구가 공급됐는데, 1순위 청약에 7만4058명이 몰리며 평균 ▲10.4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추가로 시행된 6.19대책 이후 이날 현재까지 총 1만375가구 공급됐는데, 오히려 두배 많은 14만3203건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13.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시장에 규제가 더 촘촘해졌는데 청약경쟁률이 더 높아진 다소 '모순'된 상황입니다.

앞서 정부는 '11.3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청약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습니다. (분양시장 규제만 살펴보면) 1순위 자격을 종전 세대원에서 세대주로 좁혔고, 5년내 다른 주택의 당첨 이력이 있거나 2주택 이상의 세대는 1순위에서 제외했습니다. 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 강남 4구(강남·송파·서초·강동)는 분양권 전매를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 강화했고, 그외 지역은 1년 6개월로 금지 기간을 늘렸습니다.

이 같은 규제에도 서울 집값 열기가 쉽게 꺽이지 않자 올해 '6.19대책'을 추가로 내놨습니다. 분양권 전매제한을 아예 서울 25개구 전역으로 확대했고, 특히 중도금 대출이 입주시 전환되는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지기 위해 DTI(총부채상환비율) 50%를 신규로 적용했습니다. 다만 DTI는 대출 기간을 장기로 할 경우 대출한도 축소에 큰 영향이 없는 만큼 일종의 규제 시그널로 볼 수 있고, '6.19대책'의 핵심은 사실상 '전매제한 확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전매제한 강화에도 불구하고 청약경쟁률은 왜 더 올랐을까요. 물론 청약경쟁률은 단지별 개별성(입지 및 분양가)이 강하고, 당시 해당 지역 청약 참여자들의 내집마련 계획시기, 자본금 여건, 참여심리 등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원인을 특정화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방금 열거한 요인을 내부 요인으로 본다면, 내부 요인은 그대로인데 바뀐건 '규제(전매제한 강화)' 뿐입니다. 즉 정부 규제가 오히려 수요자들을 청약에 나서도록 부채질한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이 해석이 맞는지 3명의 시장 전문가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답변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다양한 분석을 말했지만 핵심만 3개로 추리자면, '추가 규제에 조바심을 느낀 수요자들의 등판이다'(김현서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팀장), '6.19대책은 11.3대책의 확장판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는 더 좋아져 수요자들이 나섰다'(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들 답변속에는 '1%대 초저금리 상황'이라는 공통된 배경도 있습니다.

단기간의 변동률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기자로서 늘 경계하는 부분입니다만, 규제 이후 청약경쟁률 변화는 시장참여자들을 진단할 수 있는 잣대중에 하나는 분명합니다. 즉 정부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매제한만 강화하면 투기수요가 차단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애초에 정부가 투기수요와 실수요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격이지요.

지난달 서울에서 공급된 한 견본주택 내부 집객 모습.ⓒ데일리안 지난달 서울에서 공급된 한 견본주택 내부 집객 모습.ⓒ데일리안

이는 굳이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정부가 추가로 '8.2대책'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습니다. 정부는 추가 '8.2'대책을 통해 서울을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묶으면서 아예 청약 진입 문턱 자체를 높여버립니다. 중도금 대출 규모를 종전 분양가의 60%에서 40%(단, 서민은 50%)로 대폭 낮추고, 중도금 대출보증도 세대당 1건으로 제한했습니다. 특히 청약 1순위 자격을 통장 가입 1년(12회 납부)에서 2년(24회 납부)으로 강화했죠.

특히 이 같은 규제는 현재 국내 가계부채가 1400조가 넘는 상황에서 꺼낼 수 밖에 없는 카드였습니다. 부동산에 모여드는 자금 총량 자체를 줄여야 했으니깐요.

이 정책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1순위 청약 자격 강화를 시행한 지난 9월 20일부터 이날 현재 1순위 청약 경쟁률은 ▲8.28 대 1로, 앞서 6월 19일부터 규제 시행일 이전(9월 20일)까지의 청약경쟁률 ▲17.18 대 1에 비해 절반 넘게 '뚝' 떨어진 것입니다. 정부 규제책이 효과를 본 것이지요. 다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 수치 역시 단지 개별성이나 수요자의 청약 신중함 등의 내부적 요인이 작용했을수 있다는 점도 여전합니다.

문제는 애초 정부가 투기수요와 실수요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던 만큼 이같은 청약률 감소가 투기수요를 차단한 '효과'인지, 아니면 실수요층까지 함께 걷어낸 '역효과'도 상당한지 헷갈린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1.3대책 이후 직접적으로 청약에 관여하는 추가 규제는 중도금 대출 규모 감소(60%→40%, 단 서민은 50%), 1순위 획득 기간 확대(1년→2년), 무주택자의 가점제 확대 뿐입니다.

1순위 통장 가입 기간을 늘린 만큼 단기간에 통장을 만들어 청약하려는 수요는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중도금 대출폭을 줄인 것은 무리하게 청약을 하려는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장 자금은 부족하지만 향후 대출을 받아 이를 갚아나가려는 '내집마련 수요층'까지 차단하는 부작용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즉 정부가 시장참여자들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무리하게 일괄 규제를 하면서 역효과도 발생한다는 우려입니다.

이같은 의문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자 시각차에 따라 대답 역시 갈렸습니다. 박원갑 위원은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늘 실수요자는 피해를 본다고 하고, 반대로 집값이 내리는 상황에서도 아무말도 없다. 시장을 전체적으로 볼 지 개인별로 볼 지 문제인데, 현재 같은 상황에서 개인의 합리성을 보장하다 보면 전체적으로는 투기판으로 변하는 구성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어느정도 박스권을 벗어나 과도한 규제를 하는 것은 비난이 되지만 현재 8.2대책을 통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8.2대책을 통해 결국 돈 있는 실수요자만 청약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이는 애초에 정부가 실수요층과 투기수요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데서 출발한 것이다. 정부 의도와 다르게 현재 분양시장은 부익부빈익빈으로 가는 셈이다. 재고주택도 거래량이 줄면서 눈치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는 서민 주거복지를 위해서만 관여하고 민간 시장은 자율에 맡기는데 옳다. 가수요와 실수요층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원책 위주로 가는게 맞다"고 언급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이렇게 갈리는데 기자 역시 난감합니다. 자칫 성급한 판단이나 평가는 시장의 정책적응 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어 현재 롤러코스터 같은 청약경쟁률 변화를 어떻게 분석할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어디까지를 투기수요로 보고, 어디부터는 실수요층으로 볼지 세밀한 진단은 어렵겠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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