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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잇단 강진에 복잡해지는 셈법


입력 2017.11.20 14:59 수정 2017.11.20 15:12        이배운 기자

내진 철강재 수요 증가 기대…현대제철 'H CORE' 런칭효과 극대화

탈원전 논쟁 재점화…전기료상승 이은 생산비용 상승 우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진도 5.4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 식자재마트 옆으로 지진 피해로 파손된 간판과 외벽들이 쌓여져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진도 5.4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 식자재마트 옆으로 지진 피해로 파손된 간판과 외벽들이 쌓여져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내진 철강재 수요 증가 기대…현대제철 'H CORE' 런칭효과 극대화
탈원전 논쟁 재점화…전기료상승 이은 생산비용 상승 우려


경북 포항 강진으로 ‘지진 공포’가 이슈화되면서 철강업계의 셈법 계산이 복잡해졌다. 당장 내진강재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탈원전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전기료 상승 리스크도 다시 불거진 것은 악재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항 지진으로 내진강재 등 건설용 철강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 개선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이전부터 내진 철근·강판·후판 개발에 주력해왔으며 잇따른 강진을 계기로 본격적인 제품 공급 활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포항 지진 발생 2주 전인 지난 1일 내진강재 브랜드 ‘H CORE’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 확대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우유철 부회장은 “현대제철은 우리나라에 내진용 철강재에 대한 개념이 정립조차 안돼 있던 2005년부터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제품출시를 통해 관련시장을 개척해 왔다”며 “지난해까지 형강·철근·후판·강관 등 각 분야의 내진강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H CORE는 지진의 충격을 흡수해 지각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성능을 지닌 제품으로, 내진용 H강의 경우, 일반H형강 대비 에너지 흡수력이 약 3~5배 이상 높다. 건물이 충격을 받으면 기둥부터 무너지는데 기둥이 견고하게 버틸 수 있다. 이밖에 충격인성·용접성 등 특성을 지녀 외부 충격으로부터 건축물의 안전도를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H CORE 런칭 이후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포항 지진으로 내진강재 런칭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내진강재 시장 규모는 약 170만톤 수준으로 지난 10년 간 두 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내년에는 200만톤 이상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내진강재 판매량이 약 10%가량 늘어났다”며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실수요자 차원에서의 내진용 철강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진강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실제 수요에 온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사, 시공사 입장에서 법적으로 내진강재를 써야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높아진 관심만큼의 본격적인 공급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내진철근재 적용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내진 철강재 적용을 의무화 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진 강재 수요 확대는 철강업계에 희소식이지만 최근 지진 공포에 따른 탈원전 논란 재점화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탈원전 논란은 지난달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공론화위가 결론을 내리기 이전 지진이 발생했다면 결론은 달라졌을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소속 의원으로 구성된 '탈핵에너지 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포항 지진 직후 “지진은 원전이라는 폭탄의 뇌관을 때리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며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및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금지해야 한다”고 탈원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철강업은 국내 제조업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 1위는 1만2025GWh를 사용한 현대제철, 3위는 포스코(9391GWh), 13위는 동국제강(2490GWh)으로 집계됐다. 철강업체 세 곳이 전력 소비량 상위 15개 기업에 포함된 것이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업부가 제출한 전력거래소의 예측치를 토대로 오는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18.0% 상승한다는 전망자료를 제시하며 산업용 전기료 급등 현상이 당장 내년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철강 기업의 직격타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탈원전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닌 만큼 부정적인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전기료 상승이 현실화 될 시 그에 따른 생산 비용 상승 및 수출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높은 제조업 비중을 지적하며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료 상승은 철강업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 섞인 경고를 내놨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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