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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쑤기’와 ‘깜짝 이니’ 에 담긴 의미는...


입력 2017.11.18 08:33 수정 2017.11.18 08:3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지진 있던 날 '사랑해요 김정숙' 검색어 놀이 물의

지속적인 애정을 받기 위해선 덜 뜨더라도 안정감이 중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후 필리핀 마카티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필리핀 현지 활동 개그맨이자 평창홍보대사로 위촉된 라이언방이 강남스타일을 개사해 평창 스타일 부르자 흥이 난 김정숙 여사가 말춤을 따라 해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후 필리핀 마카티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필리핀 현지 활동 개그맨이자 평창홍보대사로 위촉된 라이언방이 강남스타일을 개사해 평창 스타일 부르자 흥이 난 김정숙 여사가 말춤을 따라 해보고 있다.ⓒ연합뉴스

온라인상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니’, 김정숙여사는 ‘쑤기’라는 닉네임(애칭)을 가지고 있다. 이름을 활용한 듣기 좋은 별명이다. 소탈하며 소통에 강한 대통령 내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으로, 친구같고 격의 없는 대통령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필자는 이 애칭 앞에 호처럼 ‘깜짝’과 ‘손수’를 붙여 부르곤 한다.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행보를 전할 때 마다 ‘깜짝’이라는 수식어를 즐겨 쓴다. ‘깜짝’이 전혀 신선하지 않을 정도로 ‘과용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대통령의 대중일정은 경호상의 이유로 미리 공개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을 언론이 너무 과대포장하고 또 자주 포장한다. 식상할 법도 한데, 아직은 소비가 덜 됐나보다.

한편 김정숙 여사 앞에서 ‘손수’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150개의 곶감 껍질을 손수 깎아 말리고, 수백인분 화채를 손수 만들고, 수백인분 요리를 손수 준비했다. 이쯤되면 전설에 가깝다. 내용을 보면 일반인도 한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영부인 정도 되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니 영부인감이라는 순환론이다. 이정도 되면 맹목적인 사랑이 아닐 수 없다. 그 지나친 사랑이 결국 물의를 일으켰다.

며칠 전 ‘사랑해요 김정숙’이란 말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장식했다. 포항지진이 있던 그날이다. 그나마 포항지진이 있었으니 포털을 모두 장악하진 못한 것 같다. 주동자들은 다시 시도를 했다. ‘한낱’ 지진이 자신들의 사랑을 꺾을 수 없다며 분발을 호소하는 글들이 화재가 됐다. 이를 통해 ‘작업’의 전모가 드러났다. 그들에게 역대 최대의 지진피해나 이재민의 아픔은 그들의 사랑놀이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문제였던 것 같다.

그 전날은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그의 기념도서관 앞에 세울 수 있느냐가 주요 뉴스였다. 그 정도로 민심이 요동쳤다. 그 갈등의 주역은 ‘사랑해요 김정숙’ 작업을 했던 사람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쯤되면 영부인이 갖는 정치적 지위와 영향력이 궁금해진다. 왜 영부인은 칭송의 대상이 되고 또 저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가? 영부인 권력의 속성은 어떤 것일까?

정치인은 외롭다. ‘최고권력자’는 그중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대통령은 온통 ‘믿지 못할 사람들’에 둘려싸여 있다. 어제의 동지가 더 이상 동지가 아니다. 그들은 전리품을 더 얻으려 경쟁하는 욕심쟁이들이다. 경쟁자들은 대통령에게 귓속말로 ‘누구는 믿지 말라’ 조언할 것이다. 모두 진심을 포장한다. 그 귀엣말은 서로를 향한 칼이 되고, 결국 권력자는 그 중에 누군가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도움을 줄 조언자가 필요하다.

영부인은 선수이자 부심이다. 귀엣말의 첫째는 역사 아내다. 그 아내는 심판이기도 하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서열 2위 권력자도 ‘베개 밑 송사’에는 당해낼 수 없다. 왕조와 재벌은 상속이 있어 외척도 적이 될 수 있지만, 임기가 있는 권력자에게 아내는 이해관계를 공유한 유일한 동지가 된다. 이런 권력의 속성이 영부인이 독보적 권력을 갖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대형사고’를 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역대 정권 영부인들의 공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안방을 멀리하긴 힘들다. 전 정권(박근혜정부)에서 안방이 비니 엉뚱한 사람이 부정적인 역할을 대신했고 그 파장은 더욱 컸다.

객관적인 배경과 함께 개인의 행태와 캐릭터도 중요하다. 김정숙 여사에 대한 지지층의 적극적 애정 표현은 과거에 없었던 특이한 현상이다. 김 여사는 ‘호남특보’라 할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에 정치적 기여도 크다. 그런 대우를 받을 만 하다고 스스로도 느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지위를 즐길 줄 안다. 언제나 밝고, 언제나 가볍다. 친숙하고 파격적이고 발랄하다. 이번 동남아 방문일정 중 강남스타일을 맞춰 말춤을 추는 흥 넘치는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런 활달한 태도가 일부 지지자들에게 온라인 ‘여론조작’의 동기부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 여사는 과거의 영부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전통적인 ‘국모’상과는 차이가 많다. ‘가볍다’는 말은 이중적인 가치를 갖는다. ‘손수’는 요즘 연예인의 ‘허언증’을 연상시킨다. 본인이 그 말을 직접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변의 충성경쟁과 이를 위해 과대포장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구축된 이미지가 많이 소비될수록 부작용은 더 커진다. 많은 연예인들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정치지도자와 그 측근들은 연예인의 불확실성을 쫒지 말아야 한다. 조금 덜 뜨더라도 지속적인 애정이 중요하다. 그것이 곧 신뢰고 안정감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부인, 특히 대통령의 영부인은 더욱 그렇다.

최근 대통령 내외를 비교한 여론조사가 발표되어 화제가 됐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여사의 지지율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섰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의 11월 2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정숙 여사의 지지율은 70.7%로 66.9%의 문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높았다. 여기서 여론조사로서의 엄밀성은 중요치 않았다. 흥미위주로 구성된 여론조사였다. 이에 맞춰 기사들이 쏟아졌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고 했다. 언론의 띄우기가 지나치면 결국 해가 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한 때 트럼프여사 앞에서 김여사가 ‘저희나라’라고 해서 구설에 올랐다. 그것을 귀엽게 받아들이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언론도 묵인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런 태도를 유지할지 알 수 없다. ‘조그만 실수’라고 눈감아 주는 주위와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는 팬덤(fandom)도 영원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 말기 무슨 사건만 벌어지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지나친 찬사’가 더 큰 야유로 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 권력이 높을 때 잘 관리해야 하고 스스로 언행을 갈고 닦아야 한다. 이제 ‘쑤기’라는 연예인에서 ‘국모스타일’로 돌아올 때가 아닌가 싶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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