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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남 얘기" 수출입銀 청소 노동자들의 하소연


입력 2017.11.17 06:00 수정 2017.11.17 06:50        부광우 기자

"부당한 압박·차별 만연…강제 사직서, 남녀 차별 등"

용역업체 만행 이의제기에도…칼자루 쥔 수은은 미온적

"간접고용 철폐" 정부 정책 엇박자?…국책은행의 이면

한국수출입은행 청소 노동자들이 소속 용역업체로부터 부당한 압박과 차별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은행 측에 현실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칼자루를 쥔 수은의 미온적인 태도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국내 대표 국책은행으로서 정부의 고용환경 개선 정책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수은이 오히려 이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데일리안 한국수출입은행 청소 노동자들이 소속 용역업체로부터 부당한 압박과 차별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은행 측에 현실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칼자루를 쥔 수은의 미온적인 태도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국내 대표 국책은행으로서 정부의 고용환경 개선 정책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수은이 오히려 이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데일리안

한국수출입은행이 부당한 업무 환경에 노출된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업체로부터 비이성적 수준의 압박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의 고용환경 개선 정책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국책은행이 오히려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내년 말까지 3년 간 서울 여의도 본점, 경기도 용인 인재개발원 청소관리에 대해 용역업체 B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해당 용역업체 소속으로 수은에서 일하게 된 청소 노동자들이 제기한 문제는 강제 사직서 작성 종용과 남녀 차별, 낮은 임금 수준 등 크게 세 가지다.

이들은 65세가 되면 용역업체 소속 현장 미화소장으로부터 사직서를 쓰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노화로 인해 업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은뿐 아니라 이런 형태로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들은 법적 정년인 60세 이후에 취직한 사례가 대부분이고, 보통 70세 이상까지 근로를 희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 강제적 사직서 제출 요구의 부당함을 인지하면서도, 동의하지 않으면 원하는 나이까지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란 두려움에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강제 사직서를 통해 근로계약이 종료될 경우 고용노동법상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하지만 억지로 사직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와 상황을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를 통해 용역업체가 입맛에 맞지 않는 노동자들을 걸러 내거나 나머지 인원들을 장악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수은 청소 노동자들은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B용역업체는 연령과 경력에 상관없이 남성 근로자들에게 여성보다 1000원 많은 시급을 책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체계는 물론 액수 자체도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란 입장이다. 현재 수은 청소 노동자들 중 여성의 경우 6500원의 최저시급 기반의 임금을 받고 있다. 올해 법정 최저시급인 6470원보다 고작 30원 많은 액수다. 남성 근로자의 최저시급은 7500원이다. 별도의 상여금이나 식대는 지급되지 않았다.

수은 청소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에게 이런 불만을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자 수은 측에 직접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자신들의 소속이 B용역업체이긴 하지만 수은이 이를 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수은과 B용역업체 사이의 계약서를 보면 수은은 용역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와 관련해 용역업체의 이행 여부를 수시로 확인·지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용역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란 ▲처우에 대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 준수 ▲무단해고 등 불이익 금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 기간 중 소속 근로자 고용 유지 등이다. 위반 시 해당 용역업체의 향후 입찰 참가 자격은 제한된다.

사실상 수은이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 제기에 나서면 용역업체로서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청소 노동자들은 겉으로는 수은이 자신들의 이의 제기에 공감하고 용역업체에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수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논란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이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연중 9개월 이상 혹은 향후 2년 이상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 근로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전환 대상 기관을 3단계로 나누고 있다. 수은은 이 중 1단계에 속하는 공공기관이다. 즉, 간접고용 근로자의 정규직화에 가장 앞장서야 할 곳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수은이 당장의 문제 개선에도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는 탓에 청소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정규직 전환은 제대로 해주겠냐는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수은 청소 노동자 측 관계자는 "수은이 B용역업체와 내년까지 남아 있는 계약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논의에서도 시간을 끄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규직 근로자들은 한 해에 9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는 신의 직장이라지만 청소 노동자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일 뿐으로, 지속적인 요구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은 관계자는 "조만간 간접고용 근로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청소 노동자를 포함해 수은에서 일하고 있는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분야별 대표들과 다음주 중 회의를 열 예정이며 은행 측도 관련 논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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