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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본격 출범…中企대출시장 재편되나


입력 2017.11.14 06:00 수정 2017.11.14 07:00        이미경 기자

금융위, '초대형IB' 5곳 지정 승인…한투만 발행어음 허용

증권사, 발행어음 업무 허용으로 장기적 시장 재편 본격화

금융위, '초대형IB' 5곳 지정 승인…한투만 발행어음 허용
증권사, 발행어음 업무 허용으로 장기적 시장 재편 본격화


금융위원회가 5곳 대형 증권사에 대한 초대형 IB지정 안건을 의결하면서 중견기업 대출 시장 판도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금융위원회가 5곳 대형 증권사에 대한 초대형 IB지정 안건을 의결하면서 중견기업 대출 시장 판도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불리는 한국형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이 본격 출범하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에 허용된 발행어음 업무(단기금융업)로 중견기업 대출 시장의 재편이 본격적으로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업무는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인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어음 발행을 통해 모인 자금은 기업 대출이나 부동산 금융, 지분투자 등에 활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정례회의에서 5곳 대형 증권사에 대한 초대형 IB 지정 안건을 의결했다. 다만 은행권의 반대로 이슈화됐던 발행어음 업무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허용됐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을 필두로 발행어음 업무에 대한 증권사 진입 물꼬가 터지면서 은행권이 독점하던 중기대출 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후에 은행들이 기업대출 은행 고유의 업무였던 기업대출 시장을 놓고 업권간 경쟁으로 촉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압박이 지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대폭 늘리며 수익을 보전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원화)은 784조5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의 중기 대출은 전달보다 3조7000억원이 늘어난 62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기업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은행권에서는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을 통해 기업대출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은행들의 수익에도 직격탄을 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초대형 IB에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한 조달자금은 기업에 대출하는 것은 투자은행 업무가 아니라 일반 상업은행의 업무"라며 "과거 단자사나 종금사가 영위했던 단기대출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높아 초대형 IB 육성정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초대형 IB들이 지분투자 등 본연의 업무보다 은행 고유의 업무인 기업에 대출하는 업무에 치중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대형 IB들이 단기자금을 끌어들여 장기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업무에서 발행어음 업무 허용에 대한 은행권의 문제제기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은행보다 대출 업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은행의 고유업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종금사들이 대출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온만큼 증권사들도 대출 업무에 대한 경험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한투 증권을 필두로 추후에 나머지 증권사들에 대해 발행업무를 허용하게 되면 기업대출 시장 재편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증권사들의 대출 업무가 부실을 키울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속내는 대형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업무가 가시화되면 기존의 기업대출 시장을 증권사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한 것에 대해) 단기 자금을 유치해서 장기대출 업무로 운영하는 방식에서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며 "경험이 없는 증권사들의 만기 리스크로 인해 시장에 혼란만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IB들에 발행어음 업무가 허용된다고 해도 당장 시장을 잠식할만큼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대형 IB들의 기업금융 심사능력이 은행에 비해서는 매우 약하기 때문에 당장 기업대출 시장을 증권사에 빼앗기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투업계 전문가는 "초대형 IB 5곳이 대출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을 감안할때 한 10년 정도가 되면 전체 중기대출 규모중에 40~50조 정도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신업무는 은행 고유의 업무라고 해도 되지만 발행어음은 어차피 예금자보호가 적용되지 않아서 증권사가 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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