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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대표와 사이코패스 정치인


입력 2017.11.11 11:17 수정 2017.11.12 06:55        데스크 (desk@dailian.co.kr)

비정상적 방법 동원한 몰아내기 정당화 안돼

유능한 전문직 사회인 중 '소시오 패스' 많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여부를 결정할 최고위원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여부를 결정할 최고위원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대표의 '사이코패스 발언'이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방한 때문에 묻히기는 했으나, 적어도 많은 정치권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SNS에 “지난 4년 4개월 동안 경남지사로 지방에 가 있다 중앙정치에 돌아와 보니 과거와는 달리 국회에 참 사이코패스가 많이 진출해 있다고 느꼈다”고 썼다.

‘과거와 달리’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이는 말한다. "지난 4년 4개월 경남지사로 가 있던 기간에 더 늘어난 것이 아니다. 그 전에도 충분히 있었다. 다만 그 전에는 친한 사이코 패스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친하지 않은 사이코 패스가 더 많아서일 것이다. 그가 바퀴벌레 운운하고 몰아내려는 사람들은 그 못지않게 연륜이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용어를 정리해 보자.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용어의 정립이 필요하다. 그의 분석대로라면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가 옳은 표현일 것이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평소엔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하여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 있다. 사회적 목적 없이 개인의 욕구를 무작위로 해결하는 사람을 뜻하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전혀 인식을 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소시오패스(sociopath)’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인 이유로, 소시오패스는 자라온 가정이나 사회적 환경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치인들은 적어도 겉보기에는 드러난 범죄자가 (아직) 아니므로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소시오패스’는 성공지향적이다. 이를 위해 타인을 이용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위장이 능하고 감정조절에 뛰어나다. 인생을 도박으로, 타인을 이용할 타겟으로 여긴다. 매력적이고 사교적이다. 때로는 잔인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를 재미로 삼는다. 자극욕구가 강하고 새롭고 위험한 과제에 흥미를 느낀다. 잘못이 발각되면 거짓 후회와 반성을 통해 동정심에 호소하고 순진함을 가장한다. (이런 특징을 주변의 정치인들가 비교해 보라)

정치권에 특히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 소시오 패스를 걸러내지 못하는 정치시스템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언제부턴가 법조인출신 정치인들이 너무 많아졌다. 특히 보수야당은 법조인 편중현상이 더 심하다. 만년여당을 하다가 2000년 전후 처음으로 야당생활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야당을 하려면 자생력이 필요했다. 과거 ‘3김시대’ 끈끈한 동지애도 사라지고 정치자금도 투명해져 위로부터 내려오는 돈도 없어졌다. 이런 조건 때문에 역할분담을 통한 정치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야당탄압을 견딜 최소한의 법률지식도 필요했을 것이다. 동시에 인물난도 해결해야 했다. 전문직인 법률가는 정말 매력적인 조건이었을 것이다. 특히 검사출신 법률가들은 정치적 감각도 뛰어나고 공격도 능하므로 더욱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점도 있었다. 그 단점이 장점을 뛰어넘어 너무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유능한 전문직 사회인 중에 '소시오 패스'가 많다고 한다. 그들은 유능하다. 과제는 언제나 철저히 달성하니까 (특별한 도덕적 문제가 개입되지 않는다면) 훌륭한 사회인이다. 그들의 도덕성은 보통사람처럼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학습의 결과’일 뿐이다. ‘무슨 일은 하면 안 되고,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게임규칙에 충실한 것이다. 따라서 유능한 사람일수록 더 도덕적으로 보인다. 때때로 보통사람보다 더 존경받는다.

그러나 스스로 기준(규칙)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갖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지위가 되면 게임규칙으로서 도덕성은 힘을 잃는다.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의 실패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치의 독일을 생각해보라. 국민들은 처음에는 열광했지만 다음에는 복종했다. 그리고 잘못된 길로 이끌려갔다. 따라서 정치 지도자는 좀 다른 자질, 생래적 도덕적 자질이 필요하다. 목적과 수단을 역전시키는 정치지도자를 피하기 위해서다. 조선시대 중인인 율사(법률전문가)들이 도덕성을 연마한(적어도 강조된) 사대부의 지휘를 받도록 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다 갖고 있는 홍대표가 왜 지금 와서 ‘사이코패스’ 운운했는지 궁금하다. 일종의 ‘낙인찍기’와 ‘선악프레임 씌우기’로 생각된다. 누구나 룰메이커로 칼자루를 쥔다면 유혹받을 수 있는 정치수단이다.

그는 또 말했다. "양아치를 상대하려면 더 양아치가 되어야 하고, 건달을 상대하려며 더한 건달이 되어야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지도자의 방법은 아닐 것 같다. 좋은 지도자는 건전한 사람. 착한 사람들을 모아 정당한 방법으로 양아치와 건달을 몰아낼 생각을 할 것이다. 그 스스로 그들을 몰아내고 또 다른 양아치와 건달 행태를 보이고자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는 ‘사이코패스’를 몰아내고 막겠다며, 비정상적인(때로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 같다. 그 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절차나 과정에 하자가 있다면 결국 그 결과는 정당화 될 수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인류역사의 교훈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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