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또 불거진 '산은 조선해운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19일 13:50:22
[기자의눈]또 불거진 '산은 조선해운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현대상선 2만TEU급 컨선 대우조선에 발주 루머
정부의 '대우조선 편애'에서 비롯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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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8 10:41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오른쪽)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9월 4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VLCC 5척에 대한 건조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대우조선해양

새 정부 들어 ‘재벌개혁’ 논의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후까지 여러 차례 규제 강화를 다짐할 정도로 정부가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 산하 국책은행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세계 2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과 국내 최대 해운업체인 현대상선을 자회사로 거느려 일명 ‘산은 조선해운그룹’으로 불리는 KDB산업은행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업계에 현대상선이 2만TEU급 컨테이너선 10여척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현대상선 측은 “대형선 필요성은 있지만 자금조달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아 선박 크기와 척수, 시기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발주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어느 조선소에 발주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현대상선으로부터 입찰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사실이 아님이 확인되긴 했지만, 두 회사가 과거 오해를 살 만한 일을 벌인 전례가 있으니 이런 소문이 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7일 대우조선해양과 VLCC 5척+5척(옵션)을 건조하는 내용의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뒤 9월 4일 정식으로 발주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양측이 LOI를 체결한 시점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생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때였다는 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 통과의 키를 쥔 국민연금이 장고를 거듭할 때였고,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초단기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4월 17일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키로 하고 이날부터 이틀간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최종 통과됨으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한 경영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이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은 회사에 선박을 발주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었다.

산은이 자회사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자회사 현대상선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2만TEU급 컨테이너선 발주 해프닝도 당시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컨테이너선대 확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선박 발주에 나설 텐데, 결국은 ‘경쟁입찰을 가장한 일감 몰아주기’ 수순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지난 3년간 각각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뼈를 깎는 자구계획을 이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힘들긴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손자회사뻘(굳이 촌수를 따지자면) 되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만 국민 혈세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모자라 일감까지 몰아주고, 자체 노력으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민간 기업들은 수주 경쟁에서까지 불이익을 받게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현대상선의 선박 발주 비용은 정부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성한 ‘선박 신조프로그램’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이 참여하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마련된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일인 만큼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돼야 한다.

현대상선은 과거 VLCC 입찰 때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선박 발주도 공정한 경쟁 입찰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VLCC 발주시 가격과 프로젝트 이행 능력, 건조 시기 등을 고려해 대우조선해양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려 선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선박 발주에도 (산업은행 등) 외부의 영향 없이 자체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해 조선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들 혼내주는 일(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에만 열중할 게 아니라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내 해운-조선업체간 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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