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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OX] 조덕제 vs 여배우, 성추행으로 얼룩진 '명연기'


입력 2017.11.08 00:16 수정 2017.11.08 09:17        김명신 기자

영화 촬영 중 여배우 성추행 혐의 2심 유죄

"감독 지시에 따른 연기" vs "성폭행" 대립

최근 여배우 성추행 논란이 영화계 안팎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여배우 성추행 논란이 영화계 안팎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메이킹필름 조작이요? 절대 아닙니다. 대법원에서 치우침 없이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 믿습니다(여배우 성추행 사건 관련 해당 영화 메이킹 필름 작가의 변).”

최근 여배우 성추행 논란이 영화계 안팎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남배우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여배우는 “사전 합의 없던 성추행”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들의 촬영 현장을 담은 ‘메이킹필름’이 최대 변수가 될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메이킹필름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진실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특히 해당 사건을 둘러싼 영화계 전반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남배우가 대법원에서 ‘성추행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이후 ‘성인 연기’를 둘러싼 논란의 여지와 그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남배우는 20년 간 조단역으로 활동해온 배우 조덕제다. 2심 유죄 선고 후 자신을 둘러싼 진실규명을 위해 실명을 공개했다. 여배우는 A씨다. 조덕제가 유죄를 선고 받은 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전달했지만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7일 서울 종로 모처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기자들 앞에 선 조덕제는 처참한 표정과 심경으로 영화인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자신을 ‘20년 간 연기를 해온 조단역 배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결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연기를 해온 배우로서 연기와 성추행을 구분 못하는 정신병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조덕제는 “기나긴 송사를 통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지만 거짓에 찢어진 가슴을 다 잡으면서 진실 규명을 위해 버티고 있다”면서 “1심과 2심은 재판부의 시각과 관점의 차이가 있다. 영화 현장의 특수성과 스태프들의 확인서, 증언까지 부던히 노력했지만 영화라는 한정된 상황과 현실은 구분되지 않았고, 현실 속 성범죄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로인한 판단이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부의 판단을 언급하는 것이 자신에게 독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명서를 밝힌 이유에 대해 “20년 이상 연기한 조단역 배우가 수많은 스태프 앞에서 일시적으로, 우발적으로 흥분해 성추행을 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상상도 못할 일이고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진실규명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놨음을 시사했다.

그는 “나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연기를 했지만 성추행범이 됐다. 그들에게는 내가 성추행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나보다. 영화계에는 신문고라는 기구가 있는데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일부 영화 단체들이 나의 의견은 배제한 채, 유죄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여배우 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단 한 마디라도 나의 입장을 물어본 적이 있는 지 묻고 싶다”면서 “영화인은 알 것이다. 현장에서의 배우와 스태프, 감독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영화인들이 진실규명을 위해 어떠한 시험대에 오르라고 하든 오를 것이며, 그들이 내놓은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라고 진실규명을 위한 영화인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조덕제는 “촬영 상에 문제가 있었다면 촬영 중단을 요구해야 했고, 감독은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O.K'가 난 장면의 촬영이 문제가 되면서 나는 강제 하차를 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나는 성추행범이 됐다”면서 “나에게는 가족이 있고 무엇보다 배우로서 살아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진실이 묻혀질 경우, 억울한 제2의 조덕제, 제3의 조덕제가 나올 수 있다. 외부 세력이 아닌 영화인이 다시 조사하고 진실규명을 해주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거듭 부탁했다.

최근 여배우 성추행 논란이 영화계 안팎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여배우 성추행 논란이 영화계 안팎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덕제와 여배우 사건은 2015년 4월, 모 영화 촬영 중 조덕제가 사전 합의 없이 자신의 상의를 찢고 바지에 손을 넣었다며 A씨가 조덕제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조덕제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조덕제가 즉각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배우는 편지를 통해 “영화계 관행 등으로 포장된 각종 폭력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연기와 현실을 혼동할 만큼 미숙하지 않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불안 속에서도 단지 '기분이 나쁘다'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신고할 수 없다”고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녀는 “나는 촬영과정에서 피고인(조덕제)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게 되자 패닉상태에 빠져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서 “영화 촬영 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내 동의나 합의 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추행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1심 무죄 판결 후 충격을 받았다는 A씨는 “사건 당시의 메이킹 영상 및 사고 영상에 대해 알게 됐고 피고인 측에서 나를 '허위 과장의 진술 습벽이 있는 여성'으로 몰아갔음을 확인했다”면서 “영화계의 특수성 등 '다름'을 재판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성폭력 피해자로서 내가 다른 피해자들과 '같음'은 인정받지 못했다. 강제추행 및 피고인의 보복성 고소로 인한 고통까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호소했다.

A씨는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어 다 포기하고 싶을 때는 연대자분들께서 용기를 주셨다. 피해자임에도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면서 “성폭력 피해자였음이 연기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내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싸우고 연대하려 한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양측은 '성추행'과 '연기'를 둘러싼 첨예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영화계 전무후무한 사건이기에 더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많은 청불 영화가 있고, 여전히 '예술영화'는 만들어진다. 영화계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조덕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덕제나 A씨가 호소하는 것처럼, 영화계 특수한 상황은 영화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진실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그 불똥이 내 영화에도 미칠 수 있다. 감독의 진실한 태도 역시 절실한 상황으로 보인다. 두 배우 모두 20년, 15년의 연기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은 만큼, 그 날의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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