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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손님 초대해 놓고 심사 비틀기라니!


입력 2017.11.06 05:38 수정 2017.11.14 17:40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트럼프 방한 앞두고 한반도 문제 5원칙 국회서 천명

중국에 대한 3불 '입장 천명'과 함께 '고약한 방한 선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이틀 앞둔 5일, 청와대는 ‘우리의 손님 환대 전통’을 들어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을 달래는 대변인 브리핑을 내놨다. 진보 정권인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언어로 주문할 만한데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을 모아 따뜻하게 환영해 달라”고 어렵사리 간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방한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환영하는 사람들은 확연히 구분돼 있다. 그런데 ‘국민’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한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예견키로 반미주의자들은 트럼프 방한 반대의 뜻을 굽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보·좌파의 리더이기는 하지만 그의 체면과 입장을 생각해 트럼프 방한 반대 시위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반미, 반(反)트럼프는 그들의 신조일 것이기 때문이다. 시위의 강도를 좀 낮추는 정도의 배려는 해 줄 수도 있겠지만….

문 대통령 자신도 미국을 썩 달가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 기회 있을 때마다 내비쳐온 그의 ‘대미 인식’으로 보아 그렇다는 말이다. 먼 예를 들 것도 없다.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설한 바, 한반도 문제에 임하는 정부의 ‘5원칙’이 바로 트럼프에 대한 그의 견제구 아닐까?

민족 문제에 간섭 말라는 뜻?

그는 ‘북핵 문제’ 대신 ‘한반도 문제’로 표현했다. 그가 다시 강조한 한국 정부의 원칙은 ①한반도 평화정착, ②한반도 비핵화, ③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④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⑤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다섯 가지이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물론 그간에 해 오던 말이다. 그렇지만 하필이면 트럼프의 방문을 앞둔 시점에 들으라는 듯 다시 제시했다. 북한의 핵개발로 고조된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상황을 미국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인상마저 주는 ‘한반도 안보 선언(혹은 문재인 독트린?)’이다. 마치 우리와는 상관없는 미국과 북한과의 문제인 양 말하고 있다. 북한이 군사행동에 앞서 우리의 동의를 구한다? 6·25는 말할 것도 없고, 서해 도발·연평도 포격·천안함 폭침·철책선 목함 지뢰… 그 어느 것 하나 우리가 동의한 바 없다. 그러니 미국 들으라고 하는 말로 여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민족 문제의 자주적 해결이라는 것도 이렇게 들리기 십상이다.

“북한 핵이든 뭐든, 우리 민족의 문제는 우리에게 맡겨두라, 우리가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라는 레토릭은 무의미하다.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의 귀에도 그렇게 들리는데 미국인들에겐 오죽하겠는가.

다섯 가지 원칙 모두가 북한의 핵 협박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지를 결하고 있다. 분노도 없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이를 위한 대화 국면 조성 등은 당위의 명제다. 중요한 것은 상식의 확인이 아니라 방법론의 제시다. 그 과제들을 우리가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밝혀 줘야 하는데 미국이 군사행동을 않고 우리에게 간섭을 하지 않으면 저절로 해결될 듯이 말하고 있다. 이는 5000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 진 대통령의 언어일 수가 없다.

당위론 말고 방법론 제시해야

그 이틀 전이었던 지난달 3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3NO 원칙’을 설명했다. ①사드 추가배치를 검토하지 않는다. ②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는다. ③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3불(不) 약속’으로 규정하며 그 이행을 압박했다.

국내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가자 정부는 ‘약속’이 아니라 ‘입장 천명’이었다고 둘러댔다. 국가 간 당국자 대화에서 나온 말이라면 그게 그거다. 우리 귀에도 비슷하게 들리는데 중국인들이 굳이 구분해서 들어주려 하겠는가. 이미 한국의 무릎을 꿇렸다고 치부하게 마련이다.

트럼프에게는 ‘고약한 선물’일 수밖에 없다. 그는 우리나라를 거쳐 중국에 가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담판을 벌여야 할 입장이다. 미·중 양국 간 협상 테이블에 한국문제는 ‘작은 접시’ 하나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 측이 지레 김을 빼는 게 트럼프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그는 5일 주일미군 요코다 기지에 도착해서 장병들 앞에서 말했다.

“어떤 국가, 어떤 독재자, 어떤 체제도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하늘에서, 바다에서, 육지에서, 우주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북한을 겨냥한 말로 들리기는 하지만 중국의 귀가 열려 있다는 것도 의식해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비단 북한과 중국뿐이겠는가. 우리와 일본을 비롯해 세계 모든 나라에 들리라 해서 한 말이었을 게 틀림없다. 우리 정부는 이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겁을 먹으라는 게 아니다. 동맹국으로서 제시할 상생의 묘책을 마련해 뒀는지를 묻고자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골프 라운딩을 하고 저녁엔 부부동반으로 비공식 만찬을 즐겼다. 6일에는 일왕과 만나고 1977년 납북된 요코타 메구미의 어머니도 접견할 계획이다. 오후에는 미일정상회담과 공식 만찬 일정을 소화한다. 2박 3일의 일정 동안 미·일 두 정상은 양국 간의 특별한 결속을 세계인들에게 확인시킬 것으로 예고됐었는데, 트럼프와 아베는 이미 그 일단을 과시해 보였다.

7일 낮 한국에 도착해서는 평택 미군기지를 방문하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데 이어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그 다음날에는 국회에서 연설을 하게 된다. 그가 순방하는 아시아 5개국 가운데 국회 연설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인지, 방한의 방점이 정상회담보다는 국회 연설에 찍히는 느낌이다.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책은 한국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더욱 분명한 어조로 제시되리라 예상된다. 한반도 안보 정세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인식에 적지 않은 틈새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는 오히려 국회 연설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5000만의 생존이 지고의 가치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이 가능성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선을 치러 승리했다. 그는 지금 한껏 미국과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그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 놓고, 도착에 임박해서 사사건건 비트는 것 같은 언급을 하는 것은 극히 비외교적인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 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또한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다음날 강효상 대변인 논평을 통해 “시대착오적인 광해군 코스프레를 즉각 그만두라”고 공박했다. 광해군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혜로운 외교술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 안보 경제 두루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통령의 입장은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한·미, 한·중 관계를 같은 천칭에 올려놓고 균형을 잡겠다는 것은 속셈을 뻔히 드러내 보이는 하지하책이다. 이야말로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행태가 아니겠는가. 미국은 우리가 동맹으로서의 신뢰를 저버린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중국은 우리를 돈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만만한 상대로 볼 게 뻔하다.

하긴 핵무기로 우리의 뒷덜미를 움켜잡고 걸핏하면 협박을 해대는 북한 김정은 집단에 대해서는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도(외교부가 100일 장고 끝에 6일 0시 관보 게재 방식으로 공개한 ‘하나마나 대북 독자 제재안’이 보여 준 것처럼), 함께 정치를 해 온 국내의 정치 카운터파트에 대해서는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내며 온갖 징벌 방법을 강구하는 듯한 정부요 정권이다. 어쩐지 미국보다는 중국 쪽으로 고개가 돌려진다는 심리상태가 되어 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게 들릴 것 같지 않다. 그게 좌파적 마인드라면 그야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현재의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은 이념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온 국민의 생존 그 자체가 절체절명의 과제로 대두된 때다. 이를 덮을 가치란 있을 수 없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같은 겨레’라고 일컬어지는 북한의 폭정 집단이다. 당장은 힘을 합쳐 나라부터 구해 놓자. 이념이건 이해(利害)건 계산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제방이 무너지면 좌우 가릴 것 없이 함께 휩쓸려가고 만다는 것만 염두에 둘 일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 이들 두 나라가 이구동성으로 말하지 않을까? “꿈도 야무지다!” 그 두 나라와는 어찌어찌 외교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북한은 어찌할 것인가? 설마 미국과 북한을 두고도 ‘균형 외교’를 생각하고 있기야 하려고! 하도 주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탓에 온갖 이상한 상상을 다 하거나 별별 헛것들을 다 보게 된다. 정부가 중심 잡아 주기만 기대할 수밖에!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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