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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아니 이상적인 부부의 귀갓길


입력 2017.11.05 07:48 수정 2017.11.05 08:47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제주항~완도항~서해안고속도로~서울집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 필자 주 >

【1.21(목), 여행 마지막 날】

오늘은 아침 7시까지 제주항 국제터미널까지 도착해야 하는 관계로 5시에 일어났다. 혹시 늦잠을 자서 일어나지 못하면 일정에 큰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긴장이 되었는지 중간에 잠을 한번 깨기는 했지만 알람이 울리자 금방 일어날 수 있었다. 아침을 챙겨 먹고 25일 동안 정들었던 청수리 숙소 단속을 철저히 한 다음 6시에 아쉬운 작별을 하고 떠났다.

7시쯤 제주항 국제터미널에 경희를 내려놓은 후 6부두로 가서 차량을 선적시켜 놓은 다음 국제터미널로 가서 한참을 기다린 후 개찰을 하고 카페리에 승선했다. 올 때 타고 온 한일카페리 1호인 관계로 별로 낯설지 않았다. 8시 20분에 정확히 출항하였지만 워낙 큰 배인 관계로 움직인다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다. 출항하자 맥주 1캔과 새우깡을 한 봉지 사서 둘이 나누어 마신 다음 잠을 청했다.

카페리를 승선하기 위래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필자 부인.ⓒ조남대 카페리를 승선하기 위래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필자 부인.ⓒ조남대

완도까지는 2시간 50분 소요된다. 제주에서 육지로 가는 가장 가깝고 시간도 가장 덜 걸리는 곳이 완도다. 목포나 여수는 5시간 이상 소요된다. 나는 술 한잔하고 누우니 금방 잠이 들었다.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았는데 거의 두 시간 정도를 잤다. 잠을 자고 나니 올 때처럼 지겨운 것 없이 육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완도에 11시 30분에 도착했으나 결박했던 자동차를 풀고 1층에 승선한 큰 화물트럭부터 먼저 내리고 그 다음에 승용차를 내리니까 거의 11시 50분이 되어서야 완도항에 내려 출발할 수 있었다.

남부지방에는 눈이 꽤 온 모양이다. 길가에 눈이 아직도 쌓여 있다. 해남, 강진, 영암을 거쳐 함평 천지휴게소에 들려 점심을 먹고 기름까지 넉넉히 채운 다음 2시 10분 또 달리기 시작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 영광-고창-만경평야-서천을 거쳐 넓은 평야지대의 고속도로를 달렸다. 군산 만경평야는 온통 들판이 흰 눈으로 덥혀있고 서천지방은 온산의 나무들이 눈꽃을 피우고 있다. 보령과 홍성을 지나 서산휴게소에 들려 좀 쉰 다음 쉬지 않고 달렸다. 서울은 무척 춥다더니만 영하 3도 정도로 별로 춥지 않은 날씨다.

쉬엄쉬엄 오면서 휴게소에서 쉬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경희와 이야기하며 오니 별로 지겨운 줄 모르고 6시간 정도 걸려 저녁 6시에 우리 집에 도착했다. 25일 동안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아파트에 도착하니 왠지 낯선 느낌이면서도 무척 반갑다.

25일 동안 제주 여행을 마치고 서울 집에 도착했을 때 차량 거리게이지(출발할 때 1만 75191km이던 게이지가 25일 동안 3572km를 달려 17만 8763km가 되었다)ⓒ조남대 25일 동안 제주 여행을 마치고 서울 집에 도착했을 때 차량 거리게이지(출발할 때 1만 75191km이던 게이지가 25일 동안 3572km를 달려 17만 8763km가 되었다)ⓒ조남대

완도에서 집까지 6시간 걸려 460㎞를 달려온 것이다. 자동차의 주행 게이지가 17만 8763㎞를 가리킨다. 집에서 출발할 때가 17만 5191㎞이었으니까 25일 동안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3572㎞를 달린 것이다. 자동차 상태가 별로 좋지는 않지만 큰 탈 없이 다녀와서 다행이고 또 고맙다.

제주도 여행도 좋았지만 집에 도착하니 푸근하다. 역시 집이 제일 이라는 기분이 든다. 제주도의 집을 빌려준 경희 회사 선배에게 한라봉 1박스를 주문해서 보냈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숙박비가 많이 들었을 텐데 고맙다. 그러나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또 떠나고 싶다. 여행 병이 걸렸나? 25일 동안 여행을 하면서 경희하고 말다툼 한번 없이 재미나게 다녔다. 우린 천생연분인가 아니면 여행이 체질인가. 참 이상한 부부다. 아니 이상적인 부부인 것이 틀림없다. 끝.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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