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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성화는 정말 히틀러의 기획이었을까


입력 2017.11.02 06:50 수정 2017.11.02 07:4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100일 남았는데 열기없는 올림픽 주최국

2018 평창동계올림픽 국내 두 번째 성화봉송 주자인 '국민 MC' 유재석이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대교에서 첫 번째 주자 유영과 성화봉송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국내 두 번째 성화봉송 주자인 '국민 MC' 유재석이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대교에서 첫 번째 주자 유영과 성화봉송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가 마침내 한국에 도착했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 당시엔 성화봉송이란 개념은 없었고 다만 경기장에 불을 피워놓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은 신에게 바치는 행사란 의미가 있었는데, 특히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것을 기리기 위해 불을 피웠던 것이다.

1896년 아테네에서 근대 올림픽이 처음 열렸을 당시엔 성화가 재현되지 않았다.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의 제9회 대회에 이르러 성화가 등장했다. 그리고 1936년 제11회 베를린 대회 때 성화 봉송(Olympic Torch Relays)이 시작됐다.

독일 나치의 아이디어라는 소문이 돌았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독일이 성화봉송 코스를 따라 점령지를 확대해갔기 때문에 이런 소문이 더 강해졌다. 성화봉송이 진격로 사전답사였다는 것이다. 그 부분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치가 의도적으로 성화봉송을 기획했을 거라는 추정은 설득력이 있다. 나치는 베를린 올림픽을 독일 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장으로 삼으려 했다. 서양 문명의 모태는 그리스 문명이기 때문에, 그리스에서 불을 붙여 독일로 가져오는 의례를 통해 자신들이 서구 문명의 중심임을 과시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2차 대전 후에 나치의 유산인 성화봉송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IOC 위원들이 성화봉송 폐지에 반대했다. 최초 아이디어를 누가 왜 냈건 간에, 인류평화라는 근대올림픽의 정신을 담은 성화를 그리스 신전에서 직접 채화해 각지를 행진하며 가져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52년 헬싱키 대회 때부터 성화봉송이 제도화됐다. 동계올림픽은 1964년부터다.

1956년 멜버른 대회 때는 진짜 성화가 오기 전에 대학생 9명이 가짜 성화를 전해주는 희대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들은 나치의 성화를 조롱하는 연설까지 했는데 학교에서 영웅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반발이 있었지만 성화봉송은 결국 올림픽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요즘은 올림픽 개최국에서 성화봉송을 통해 올림픽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다보니 2008년 베이징 대회 성화봉송 때는 각국의 중국 사람들이 과도하게 성화를 보호하려다 폭력사태까지 나타나는 등 구설수가 있었다. 당시 티베트 관련 시위대에 의해 성화가 4번이나 꺼졌기 때문에 더욱 예민해졌을 것이다.

그 성화가 88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 왔다. 이번엔 하계가 아닌 동계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번째로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모두 치른 나라가 된다.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한 후 현지에서 박지성 선수가 받았고, 김연아 선수가 인천공항에 가지고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유영 선수가 받은 후 유재석과 ‘무한도전’ 멤버, 수지 등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션, 차범근, 차두리, 이봉주 등 7500만 겨레를 상징하는 7500명이 성화봉송에 나서게 된다. 로봇봉송, 어가행렬봉송, 해녀봉송, 거북선봉송 등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진다. 소치 올림픽 때는 성화가 우주정거장까지 갔었다. 올림픽 분위기 띄우기 겸 자국의 문화와 기술을 과시하는 행사가 됐다. 참고로 봉송 중 사고에 대비해 성화 바로 뒤에 성화를 담은 차량이 뒤따른다.

성화가 도착한 날 박명수, 정준하 등이 봉송하는 모습이 개별 화보기사로 뜨자 그것만 본 사람들의 악플이 이어졌다. 왜 이들이 선발됐느냐는 것이다. 사실은 이들이 특별히 선발된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팀이 나선 것이었다. 과거 성화봉송 주자를 뽑는 게임에서 유재석이 승리해 첫 번째로 받았고, 다른 멤버들이 이어받았다.

‘무한도전’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지금 무관심으로 인해 위기 상황이다. 88 서울올림픽과 정반대다. 그때는 80년대 내내 ‘8688’이 국시였다고 할 정도로 과도하게 올림픽을 준비했었다. 지금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신경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예매율도 저조하다.

한국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국제 대회 하나에 온 국민이 목을 매던 시절에서 빠져나왔다. 이건 좋은 일인데, 이왕 유치한 동계올림픽이니만큼 어쨌든 성공은 시켜야 한다. 그냥 두면 절대로 분위기가 뜨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장에, 겨울운동종목에 대한 무관심까지 겹쳤다. 인위적으로, 억지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

그래서 방송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한도전’이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 문제는 국정농단에 따른 공영방송 파행으로 인해 언제 방영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상 시국이면 성화봉송 에피소드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특집을 준비할 시점인데 말이다. 올림픽은 이제 100일 남았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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