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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역차별 잡겠다던 과방위, 구글에 “땡큐베리마치!”


입력 2017.11.02 06:00 수정 2017.11.09 17:40        이배운 기자

국감 16시간 네이버에 집중포격 … 역차별 논의는 당위적 수준에 그쳐

국내 기업은 매질하고 해외 기업엔 관대...왜곡된 사대주의?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왼쪽 두번째)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겸 글로벌 투자책임자(오른쪽 첫번째)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왼쪽 두번째)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겸 글로벌 투자책임자(오른쪽 첫번째)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감 16시간 네이버에 집중포격…역차별 논의는 당위적 수준에 그쳐
국내 기업은 매질하고 해외 기업엔 관대...왜곡된 사대주의?


“이젠 나가셔도 됩니다. 땡큐베리마치!”

지난달 30일 자정을 앞둔 시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 회의실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신상진 과방위원장이 한국말을 못하는 존 리 구글 코리아 대표를 퇴장시키면서 던진 영어인사 때문이다. 15시간을 훌쩍 넘긴 강행 회의로 지쳐있던 여야 의원들, 보좌관, 기관 관계자들은 예상치 못한 신 위원장의 익살섞인 인삿말에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웃지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국내 기업체에서 출석한 증인들은 바짝 긴장한 듯 입을 꽉 다문채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당초 과방위는 국내외 IT기업 간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구글·애플·페이스북 한국지사 대표들을 국감 자리에 불러냈다. 그러나 실제 증인질의가 시작되자 여야 의원들은 합심이라도 한 듯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전 이사회 의장에 집중적으로 질타를 퍼부으면서 과방위 국감이 아닌 ‘이해진 청문회’를 연출했다. 물론 네이버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뉴스배치 조작 등 시장지배적 권력을 행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차별 문제를 따지겠다며 증인석에 앉힌 구글·애플·페이스북 대표들에게는 몇 차례 제기되지도 않은 질의마저 모두 당위적인 대답을 얻는데 그쳤다.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을 묻는 질문에 3사 관계자는 모두 "본사 차원의 일이어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내 조세회피 논란에 대한 지적에도 “국내 법 준수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당연한 대답만 내놨다. 불공정 행위 시정요청에 대해서는 “본사에 보고를 올리겠다”며 미꾸라지처럼 피해갔다. 그런데 국감을 마치며 위원장이 "땡큐 베리마치!"를 던진 것이다.

초긴장 속에 이 상황을 지켜보던 구글·애플·페이스북 본사 임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다 못해 승리의 소리없는 미소까지 지었을지도 모른다. 위기의 순간을 잘 피해나간데 대해 “땡큐배리마치”라는 감사 인사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생뚱 맞은 인삿말로, 국회 위원회장의 떨어진 품위는 고사하고 외국 기업들이 우리 정부를 더욱 얕잡아 보게 되도 할 말이 없게 돼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배운 산업부 기자. ⓒ데일리안 이배운 산업부 기자. ⓒ데일리안
해외 IT 기업 대표들을 국감장으로 부른 것은 역차별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서였다. 해외 출장 일정마저 조절하며 국감에 참석한 자국 기업인에게는 호통을 치면서, 먼저 자리를 뜨는 외국 기업인에겐 끝까지 관대한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국내 기업인들은 심정은 어땠을까.

정부 관계자 너도나도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IT생태계를 침해하는 해외 기업인들은 가만히 앉혀놓고 국내 기업만 자정이 넘도록 두들겨 팬 것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쇼 였는지, 아니면 비뚤어진 사대주의의 발로는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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