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주 순환버스를 타고 색다른 제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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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일주 순환버스를 타고 색다른 제주를 만나다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한림공원~서귀포~구좌 해녀박물관~제주시~한림공원
    기사본문
    등록 : 2017-10-29 06:43
    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 필자 주 >

    【1.20(수), 스물네 번째 날】

    ▲ 제주도 일주 버스.ⓒ조남대

    오늘은 실질적으로 제주여행 마지막 날이다. 내일 아침 8시에는 제주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주여행을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제주를 한번 둘러보기로 하고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버스 정거장이 있으면서 차를 세워둘 수 있는 곳을 생각해 보니 한림공원 앞 협재해변이다. 협재해변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조금 기다려 9시 50분에 제주에서 서귀포까지 제주도 서일주도로를 달리는 702번 버스를 탔다.

    제주도는 버스 노선이 다양하지만 제주도를 해안선을 따라 일주하려면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702번 버스와 서귀포에서 제주시까지 동쪽 해안도로를 달리는 701번 버스를 타며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제주도 버스는 타면서 행선지를 먼저 말하면 운전기사가 요금 버튼을 조작한 후 카드를 요금 정산기에 대면 그에 해당하는 요금이 계산되는 방식이다. 35㎞ 이상 되는 제일 먼 거리 요금이 3,300원이다. 한림공원 앞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서 한경면소재지-대정-산방산 탄산온천-성박물관-안덕계곡-중문관광단지-정방・천지연폭포 등을 거쳐 11시 5분에 서귀포터미널에 도착했다. 1시간 15분이 걸렸다.

    오는 도중에 한경면과 대정읍 소재지에 오니까 조금 붐빌 뿐 그냥 시골길을 달렸다. 버스를 타는 사람 중에는 시골 할머니들이 많다. 버스를 타는데도 다리가 아파 겨우 타는 경우가 많다. 또 중문이나 성산 일출봉 또는 김녕, 성세기, 세화해변 등 관광객이 많은 곳에 도착하니 젊은 관광객이 많이 내리고 탄다. 특히 여자 대학생 친구들이나 연인 사이의 젊은이들이 캐리어를 끌고 버스를 탄다. 캐리어를 끌고 이곳저곳으로 다니는 것도 꽤 힘들고 버스 시간에 맞춰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낭비가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서귀포터미널에서 걸어서 주변을 돌아보려다 화장실에 들르고 좀 쉬다 보니 11시 35분에 동일주도로를 타고 제주시로 가는 701번 버스가 있어 바로 탔다. 서귀포에서 성산 쪽으로 버스를 타고 오다 보니 흰 눈이 덮인 한라산이 보인다. 한라산 정상은 보이기도 하고 조금 있으면 또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아주 완만한 경사의 한라산 중턱 부분이 참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인다. 지난번 우리가 한라산을 등산하여 백록담을 본 것은 대단히 운이 좋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서귀포 중앙로타리와 구 시외버스터미널에 오니 많은 사람이 버스에 오른다. 얼마 전 선귀한라봉농원에 갔을 때 주인아저씨가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어 말이 짧다고 이야기 하더니만 실감난다. 운전수가 ‘어디까’ 하니까 답도 그냥 ‘성산’이다. 즉 ‘어디까지 가십니까’를 ‘어디까’라고 한다.

    버스는 서귀포를 지나 동일주도로를 달린다. 외돌개-쇠소깍-남원 큰엉-신영영화박물관-표선-제주민속촌-일출랜드-혼인지를 지나 성산일출봉 도심 쪽으로 달린다. 성산일출봉과 성산항에 오니 많은 사람이 내린다. 제주도를 일주하는 버스인 관계로 버스 승객의 2/3는 관광객이다.

    ▲ 해녀박물관 전경.ⓒ조남대
    ▲ 해녀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물품.ⓒ조남대

    일출봉과 구좌읍 종달리해변을 지나 세화해변에서 내리려다가 한 코스 전인 해녀박물관에서 내렸다. 버스를 오랜 시간 타고 있으니 많이 흔들거려 멀미가 나려고 하는 데다 소변이 마렵고 또 지난번에 해녀박물관에 왔으나 월요일이라서 관람을 하지 못해 구경하기 위해 내렸다. 오후 1시 30분이다. 버스 관광이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그냥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는데도 승용차를 운전하며 관광하는 것보다 더 피곤하고 힘들다. 서귀포에서 해녀박물관까지 2시간이 걸린 것이다.

    ▲ 해녀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물품.ⓒ조남대
    ▲ 강한 바람으로 모래가 날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협재해변 해안가 모래사장을 덮어놓은 모습.ⓒ조남대

    제주도를 대표하는 것이 해녀이기 때문에 해녀박물관은 꼭 보고 가야 할 것 같아 다시 찾아가 둘러보았다. 해녀들의 생활・일터・생애 등에 대한 전시물과 영상을 관람하고 전시해 놓은 해녀들의 복장과 도구 등도 구경하였다. 또 야외에는 제주 해녀 항일운동기념탑도 세워져 있다. 1932년 1월 구좌면과 성산면・우도면 일대에서 일제의 식민지 수탈과 민족적 차별에 항의해 해녀들이 일으킨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운동이 있었단다.

    해녀박물관을 40분 정도 관람하고 도로변으로 나오자마자 701번 순환버스가 와서 탑승했다. 세화・행원리・김녕 성세기해변과 만장굴-대명리조트-조천만세동산-사라봉-동문시장을 지나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3시 15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한림공원 쪽으로 가는 702번 버스가 3시 20분에 출발하는 관계로 화장실도 못 가고 바로 승차했다.

    제주에서 애월과 한림 쪽으로 오는 길은 여러 번 와 본 길이다. 제주도를 온전히 일주한 것도 이번 여행 기간 중에 6∼7번은 될 것 같다. 이제 제주도는 거의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번 기회에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이호테우 해변과 한림읍사무소와 곽지과물해변을 거처 4시 20분에 한림공원 앞 정거장에 내렸다. 제주도를 버스로 일주하는데 6시간 30분이 걸린 것이다. 중간에 서귀포 터미널과 해녀박물관 그리고 제주시 터미널에서 3번에 걸쳐 잠깐 쉬고는 계속 버스를 탄 것이다. 그럼에도 버스 비용은 1만 7200원 밖에 들지 않았다.

    한림공원에서 내려 승용차를 타고 애월읍에 있는 ‘요리하는 목수’ 식당에 들르려고 전화를 했더니 수요일은 휴무란다. 엄청나게 큰 햄버거(목수 버거・미친 목수 버거)가 있다고 해서 경희가 꼭 가보고 싶어 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번 금악리를 지나오다 동네식당인데도 자동차가 엄청 많이 주차해 있던 ‘금악 정육식당’을 찾아갔다.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도착했는데 식당이 아주 조용하다. 여기도 영업을 안 하나 하고 들어갔더니 너무 이른 시각이라 손님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식당 내 진열대에서 오겹살 500g 정도가 포장된 것을 골라 식탁에 앉으니 밑반찬과 숯불을 가져다주어 배추 등 야채와 함께 맛있게 저녁을 먹고 된장찌개도 1인분 시켰다. 실컷 먹은 것에 비해 가격은 2만 5300원에 불과했다. 다음에 기회 있으면 다시 와 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제 내일 아침 8시 20분에 출발하는 한일카페리 1호에 25일 동안 우리들의 제주여행의 동반자인 애마와 함께 승선해야 한다. 그동안 참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나 혼자였다면 아마 별로 흥미가 없었을 텐데 경희가 있어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다. 고맙다 경희야. 오늘 저녁은 제주도에서 마지막 밤이다. 먹다 남겨둔 얼마 되지 않는 포도주 한잔으로 25일 동안 정들었던 제주도와 헤어지는 이별주를 해야겠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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